[홍의택의 스카우트(5)] 서울 임민혁, 볼 한 번 참 야무지게 차더군
입력 : 2016.05.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막 꽃망울 터뜨리려는 친구들 하나둘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연재.

이건 전쟁이다. 타겟을 잡는다. 관심 표명을 지나 적극적 구애가 펼쳐진다. 금전적인 부분은 물론이요, 출전 보장 등 여러 약조가 오가기도 한다. 선수를 쟁취하기 위한 물밑, 그리고 사전 작업은 이토록 뜨겁다.

최근에는 U-17, U-20 월드컵 등 아마추어 연령대의 국제 대회도 한몫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등이 마련한 무대를 통해 특별히 부각된 세대도 존재한다. 대학을 거쳐 프로 팀에 갈 법했던 이들에게 여기저기서 손을 내밀었다.

서울과 대구가 적극적이었다. 서울은 현 U-19 대표팀의 에이스 둘을 확보했다. 수원공고 출신 임민혁, 신갈고 출신 김정환. 대학가에서 인기몰이했던 이들을 세트로 데려갔다. 조광래 전 감독이 단장으로 들어선 대구는 신갈고 박한빈, 보인고 김대원 등을 손에 넣었다. 과거 안양 LG 치타스 시절부터 유망주 양성에 강한 의욕을 보여온 조단장에겐 '유치원'이란 별칭까지 붙어왔다.




지난해 10월 강릉에서 열린 '제96회 전국체전'에서 수원공고 이학종 감독을 만났을 땐 이미 프로 직행이 확정된 뒤. '조금 이를 수도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학에서 조금 더 만들고 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정답은 없다. 다만 동양에서는 갓 고교를 졸업한 나잇대가 성인 무대를 주름잡는 드라마 같은 일이 쉬이 벌어지지 않는다. 여러 분석 및 설이 따르는데, 몇몇 지도자는 기량 외에도 "씨가 다르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보통 발육 및 몸이 완성되는 시기가 동양인으로 통칭하는 황인종이 백인종이나 흑인종보다 늦다는 것. 단순 키나 근육량은 물론이며, 폭발적으로 힘이 붙는 때도 뒤로 처진다고 본다.

물론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 경기력으로써 이러한 부분을 메워갈 수도 있다. 어린 재능이 만개할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 준다면야 얘기가 완전히 달라질지도 모른다. 단, 그보다 시급한 건 승리다. 사령탑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시기에 특정 누군가를 몇 달씩 믿고 끌어줄 수 없는 게 일반적 풍토다.

그러던 중 마침 R리그(2군 리그)가 4년 만에 부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내린 결정은 스카우트계 판도를 바꿔놨다. 그래도 만 23세 이하 선수들을 우선시하며 뛸 장을 마련해준다는데, '한 번 해볼까?' 싶었을 것이다.




중앙(공격형) 미드필더로 쏠쏠했던 임민혁이 성인 무대에선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마침 R리그 출전을 관찰할 기회도 있었다.

리그 자체의 수준이 엄청나게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엄정히 말해 '성인 무대'란 명목 아래 임민혁을 가늠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테스트생, 산하 팀 고등학생 등이 두루 투입되는 등 어수선함도 전제로 깔아야 한다.

그 속에서 임민혁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냈다. 볼을 항상 앞으로 잡아뒀다. 고개를 빠릿빠릿하게 돌려 시야를 파악해뒀고, 몸 방향을 나아가고자 하는 쪽으로 돌려놨다. 상대 수비를 떨어뜨려 놓은 뒤 미리 구상해둔 다음 동작을 가져갔다. 퍼스트 터치 한 방으로 상대 수비를 벗겨내는 센스도 장착했다.

그뿐 아니다. 볼을 발밑에 두고 곧잘 방향을 전환했다. 무게중심이 낮고 몸 전체가 부드러웠던 덕분. 여기에 상체 모션까지 잘 줬다. 또, 볼을 제자리에 두고 양발 무게중심을 쉽사리 바꿔나갔는데, 순간적으로 속도에 변화를 줘 직접 치고 나가기도 했다. 여느 지도자들의 평가처럼 참 '야무졌다'. 170cm 내외의 신장이며, 아직 가늘디가는 팔다리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몸에 밴 습관만큼은 좋았다.

개인적으로 매료된 건 이런 능력치에 부지런함까지 갖췄다는 점. 공격적으로 공간을 찾는 움직임마저 부지런했다. 볼을 받아주고 연결한 뒤 다시 빈 곳을 찾아 들어갔다. 이 작업이 끊기면 재빨리 수비 태세로 전환해 숫자를 늘렸다.

곧장 프로에 도전한 데 대한 두려움도 없었단다. 아직 앳된 얼굴로 "프로라도 괜찮았어요. 항상 자신 있죠.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축구인데요"라던 임민혁은 "볼 많이 받는 것, 경기를 풀어주는 것 등이 제 장점이에요"라고 말했다. 체격이나 체력이 받쳐준다는 조건 아래, 더 훌륭한 퍼포먼스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U-19 대표팀에서도 주축이 돼 왔다. 지난해 열렸던 JS컵, 우루과이전에서 이동준의 결승 골을 도왔듯 패스 전후의 과정에서 특별함을 내비쳤다.

단, 올해 JS컵은 아쉬움이 컸다. 대회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에 나타난 임민혁은 "아쉬워요. 기회를 많이 못 얻었으니까요"라며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이내 "그래도 팀이 이겼으니까요. 앞으로 제가 감독님께 맞추는 방식으로 가야죠"라는 답을 내놨다.

U-19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2승 1무로 우승했다. 수비 시 4-4-2 형태를 구사해 후방을 튼튼히 지켰으며, 3경기 1실점이란 빼어난 기록도 남겼다. 하지만 수비 직후의 공격 전환이 기대에 못 미쳤다. 전방으로 볼을 보내는 포인트가 불분명했고, 결국 소유권을 빼앗기며 재차 상대 공격을 맞아야 했다. 능동적으로 조율할 수 없어 체력적 부담도 늘었다.

경기 운영에 대한 결정, 선수 기용 및 선택은 전적으로 감독의 몫. 다만 이러한 경기 내용 자체가 임민혁에게는 100%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었다. 볼을 잡고 연결하는 장면에서야 비로소 빛날 선수. 롱볼 경합 후 나오는 세컨드 볼만 노려서는 그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경기에 많이 관여하지 못한 탓에 감각이 죽은 상태로 지속됐다. 결국 볼이 왔을 때는 미스를 범했고, 내용 면에서도 엇박자가 났다.

그럼에도 이러한 자원을 포기할 수는 없을 터다. 단번에 때려 넣는 방식만이 아닌, 지공 전개의 카드도 쥐고 있어야 한다. 일본전에서 조영욱의 결승골에 임민혁이 스루패스를 넣어줬듯, 이 지점에 놓일 전문 자원이 해낼 수 있는 역할도 분명 있다.

임민혁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몸 만들기, 그리고 안익수호 컬러 부응에 더 땀 흘릴 참이다. "R리그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열려요. 매주 고등리그를 뛸 때보다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어요. 실전 감각을 우려하는 감독님 말씀도 이해돼요"라면서 "제가 완벽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요"라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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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탈코리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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