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의 챔스씬] 패션의 도시 '밀라노' 축구를 입다
입력 : 2016.05.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밀라노 (이탈리아)] 김한별 기자= 밀라노가 북적인다. 유럽 전역에서는 물론, 전세계에서 밀라노를 향해 인파가 몰리고 있다. 그 유명한 밀라노 패션위크 때문이 아니다. 단 한번의 축구 경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위해 이 수많은 인파가 거리를 집어삼켰다.

목요일까지 밀라노는 평범한 일상과 다름 없었다. 거리에는 곤색 수트에 갈색 구두를 신은 이태리 신사들이 바삐 걸음을 옮겼고 원색 바지나 스커트로 멋을 낸 여성들이 지하철역으로 퇴근 길을 재촉했다. 패션의 도시이자, 이태리 최대 경제도시의 평범한 목요일 모습이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하루 앞둔 금요일이 되면서 풍경이 바뀌었다. 거리는 레알마드리드의 흰색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빨간색으로 덮여갔고 밖에서는 스페인어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밀라노의 심장 두오모 광장에는 UEFA 주관 특설무대와 공식 스토어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스폰서들의 프로모션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일명 ‘챔피언스 페스티벌’이라 불리는 이 행사는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진행됐으며 특설 무대에서는 DJ들과 초청된 세계 각국의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쳤다.

공연 중간에는 UEFA 앰배서더와 은퇴 스타들이 마이크를 잡고 오랜만에 팬들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탈리아 전 국가대표 수비수 잔루카 잠브로타가 무대에서 오랜만에 팬들과 인사를 나눴고 에드가르 다비즈는 프로모션 행사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행사장 중앙에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팬들은 빅이어(우승컵) 옆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꽈리가 몇 번이나 틀어져 있는 긴 줄을 묵묵히 기다렸다.

두오모 광장은 밀라노에서 가장 비싼 거리기도 하다. 이태리산 명품의 본점들이 대거 밀집되어 있으며 광장을 중심으로 갈라진 거리는 ‘골든 스퀘어’라고 불릴 만큼 쇼핑 천국으로 이름나 있다. 그 중 가장 긴 줄을 거쳐야 입장할 수 있는 상점은 대회를 위해 특별 설치된 ‘UEFA 공식 메가스토어’ 매장이다. 정면에 ‘파이날 밀라노 2016’을 대문짝 만하게 프린트 해 놓은 기념 다소 허접한 티셔츠가 무려 30유로에 달하지만 축구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여러 팬들은 결전의 장소 ‘산시로’ 스타디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시로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지만 결승전 휘장으로 한껏 장식이 된 채 팬들을 맞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방금 공식 스토어에서 산 유니폼과 머플러로 차림새를 바꾸고 산시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팬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적어도 챔피언스리그 결승 유경험자들이다. 경기장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좋은 때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승전 당일에는 인파가 몰려 단독 사진을 찍기 어렵고, 경기 다음 날에는 곳곳에 쓰레기들로 인해 미관이 좋지 않기 때문에 킥오프 하루 전 날은 결승전 경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날이다.



암표상들이 사진 촬영을 하는 팬들 주위를 맴돌았고 한 장에 1,000유로라는 터무니 없는 가격을 듣고는 더러는 울상을 지었고 더러는 표가 있다며 어깨에 힘을 주었다.

이탈리아의 태양과 축구팬들의 열기로 덥다 못해 뜨거웠던 하루였다. 2016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그 전야의 하늘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붉은색과 레알 마드리드의 흰색이 절묘하게 섞인 듯한 주황색으로 물들어 갔다. 이제 킥오프만이 남았다. 패션의 도시는 지금 축구를 입었고 오직 단 한 팀만을 위한 ‘런웨이’도 모든 준비를 마쳤다.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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