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래의 풋볼사이다] 그 많던 '스트라이커'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입력 : 2016.05.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축구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수백, 수천 가지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많고 많은 이슈들 중, 우리는 간혹 말할 수 없는 ‘답답함’에 사로잡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곤 한다. ‘풋볼사이다’에서는 탄산음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목 넘김’을 축구팬들의 답답한 마음과 공유하고자 한다. “좋아하기 때문에 싫어한다”라는 혹자의 말은 우리가 축구를 좋아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스포탈코리아] 노영래 기자= 최전방 공격수의 부재가 하나의 현상으로까지 자리잡고 있다.

전술로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한 공격수들의 변화는 결국 ‘스트라이커 부재’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축구는 점유율을 기반으로 팀 컬러를 선정한다. 점유율을 가져올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부터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대부분의 감독들은 과감함 보단, 세밀함을 중요시 여긴다. ‘상대에게 빼앗기지 않는 것’을 중시하다 보니, 그만큼 실수도 줄어든다. 그러나 선수들의 ‘과감함’이 결여되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스트라이커 부재와 연결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볼을 상대에게 내줄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현란한 드리블은 네이마르 같은 선수들 아니고서야 좀처럼 보기 힘들다. 실패 시 상대팀에게 볼 소유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위험과 부담 때문인지 선수들의 드리블과 중거리 슈팅은 줄어들고 확실한 찬스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 심지어 점유율을 포기한 팀마저 역습 찬스를 허비하지 않기 위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세밀한 전술을 꺼내 든다.


실제로 지난 월드컵에선 기본 전술로 수비축구, 점유율 축구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일부 외신에서는 ‘4-6-0 포메이션’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미드필드를 두텁게 쌓고 아예 공격수를 두지 않는 변칙 전술이 등장하기도 했다. 공격수의 적극적인 수비가담도 강조되면서 공격수들의 입지는 더 이상 ‘개인’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됐다. 공격수들의 평가 기준도 ‘개인 능력’에서 ‘골 결정력’으로 바뀌었다. 자신을 제외한 팀원들이 보내주는 골을 잘 넣어야 훌륭한 공격수로 불릴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달성한다.

과감함보단 ‘결과’를 중시하는 전술이 스트라이커 부재의 간접적이 영향을 끼쳤다.

# ‘공급 < 수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소속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지난 12월 겨울이적 시장에서 스트라이커를 영입하지 못한 후 구단 인터뷰를 통해 “마땅한 매물이 없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스널 서포터즈들은 이에 거센 비난을 가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아스널이 원했던 ‘정상급 공격수’는 그 어디에서도 매물을 찾을 수 없었다.

최근 아스널이 알바로 모라타를 거액에 원한다는 보도에서도 ‘기근’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영국 언론 '익스프레스'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아스널이 모라타의 영입을 위해 2,800만 파운드(약 484억 원)를 공식제안 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더 높은 금액의 제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아스널의 협상은 오히려 팬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리그에서 10득점도 성공시키지 못한 공격수가 진정 벵거가 원했던 공격수인가?’하고 말이다.


영국 런던 지역지 ‘이브닝 스탠다드’는 지난 23일 “첼시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로멜로 루카쿠 영입에 자신 있어 한다. 이적료는 6500만 파운드(약 1120억원)이 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보도의 진위를 떠나 한 공격수 몸값에서 인플레이션 현상이 시작된 이유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클럽들의 규모나 역사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져만 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의 레스터시티 같은 팀들도 어마어마한 자본을 얻어 그의 걸맞은 전력을 가꾸어 132년만에 1부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대표팀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 축구의 변방인 알바니아가 사상 처음으로 유로 2016 본선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다. 웨일스나 아이슬란드, 북아일랜드도 사상 첫 진출을 일궈냈을 정도로 변화의 폭이 넓어지는 추세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 팀의 역사는 더욱 단단해지고, 약 팀들은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그러나 ‘축구는 곧 골이다’라는 말을 입증시켜왔던 스트라이커들은 점점 그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 대표팀의 공격수 기근

이탈리아, 스페인 등과 더불어 ‘스트라이커 기근’으로 가장 뚜렷한 현상을 보이는 국가는 다름 아닌 브라질이다. 펠레서부터 시작된 브라질의 스트라이커 계보는 호나우두에서 막을 내렸다. 이외에도 브라질은 히바우두, 아드리아노, 호마리우 같은 정상급 공격수를 배출해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브라질 산 스트라이커를 찾아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브라질은 30일 오전 10시 30분(한국 시간) 미국 콜로라도에 위치한 딕스 스포팅 굿즈 파크에서 열린 친선 파나마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브라질은 이날 경기서 승리했지만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공격 진영에서 날카로움이 떨어져 있었고, 특히 공격의 정점을 찍어줄 스트라이커의 부재가 절실히 드러났다. 브라질하면 ‘스트라이커’라던 시대도 이젠 막을 내렸다.

현대 축구에서 정통 스트라이커라 할 수 있는 선수, 그리고 그 중 정상급 선수는 몇 명 남지 않았다. 반면 정상급 공격수를 가지고 있지 않은 빅클럽들이나 국가들은 수두룩하다. EPL 내에선 티에리 앙리와 로빈 반 페르시 이후 아직까지도 스트라이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스널이 대표적이고, 맨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대표팀에도 이러한 현상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제이미 바디, 해리 케인, 다니엘 스터리지 그리고 래쉬포드까지 잉글랜드 대표팀의 보기 드문 풍요로움을 제외한다면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고 독일과 같은 강 팀들도 아직까지도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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