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포커스] 무적함대 앞에 슈틸리케호는 종이배였다
입력 : 2016.06.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지우 기자= 아시아 무대를 호령했던 슈틸리케호. 그러나 무적함대 앞에서는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실력 차이를 실감하며 무너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일 밤 11시 30분(한국시간) 오스타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피파랭킹 6위 스페인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1-6으로 완패했다.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대표팀 역대 최다인 10경기 연속 무실점을 달렸다. 지난 3월 29일 태국과의 친선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8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와 9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기록했던 한국은 이후 쿠웨이트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8차전이 3-0 몰수승으로 처리되면서 자랑스러운 업적을 품게 됐다.

그러나 스페인은 아시아 무대에서 상대했던 국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팀이었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만나는 가장 강한 상대임이 분명했다. 유로2008,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2012를 연거푸 차지했던 팀이 아닌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스페인은 메이저대회 우승후보로 분류되는 강팀이다.

그럼에도 탄탄한 공수 밸런스와 함께 승리 DNA가 완벽하게 이식된 슈틸리케호이기에 기대감이 있었다. 승리는 힘들지라도 스페인을 괴롭힐 수 있지 않을까라는 설렘이 생겼다.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내일 경기를 두고 승패에 많은 말들이 있었다. 경기 후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서 선수들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내일 한국 선수들이 스페인 축구 팬들과 언론, 선수들에게 ‘한국 선수들은 이렇다’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실제로 맞닥뜨린 스페인의 벽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고 두터웠다. 냉정히 말해 한국은 이날 스페인의 스파링 파트너가 되지 못했다. 전방 압박을 외쳤으나 되려 스페인의 압박에 고전했다. 전반 초반 대등하게 볼 점유율을 가져가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이내 스페인에 주도권을 내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은 전반 30분 만에 다비드 실바의 환상적인 프리킥에 일격을 당했다. 이후 8분 만에 파브레가스와 놀리토에게 재차 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급격하게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골키퍼 김진현은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고, 수비진은 속수무책 공간을 내주며 아쉬움을 샀다.

후반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황의조를 빼고 석현준을 투입하며 변화를 가져갔으나 오히려 후반 시작과 동시에 4장의 교체카드를 쓴 스페인에 2실점을 추가적으로 내줬다. 후반 5분 만에 모라타가 4번째 득점을 기록했고, 4분 뒤에는 놀리토가 멀티골을 완성시켰다. 교체 투입된 주세종이 후반 37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만회골을 성공시켰으나 6분 뒤 또 다시 모라타에게 골을 허용했다.

이날 한국은 무적함대의 위엄에 항해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무적함대의 자그마한 움직임도 한국에게는 결과적으로 거센 물살로 다가왔다. 한국은 무적함대가 만들어내는 물살에 한없이 젖어들었고 그러다 맥 없이 가라앉고 말았다. 무적함대 앞에 슈틸리케호는 종이배에 불과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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