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레전드’ 김은중 은퇴, 아름다웠던 대전의 밤
입력 : 2016.06.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대전] 한재현 기자= ‘샤프’ 김은중(37)이 18년 간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를 떠나 보낸 대전월드컵경기장 하늘은 레전드의 새 출발을 기원하듯 아름다웠다.

김은중 은퇴식은 지난 24일 오후 7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 대 AFC 투비즈의 ‘제10회 국제축구대회를 겸해서 치러졌다.

김은중은 대전의 상징과 같은 선수였다. 1997년 대전 창단 멤버로서 프로 무대 첫 발을 대 디뎠다. 2003년까지 7시즌 동안 167경기 42골 13도움을 기록했고, 2001년 FA컵 우승 드라마를 쓰는데 있어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2003시즌 중반 베갈타 센다이(일본)로 임대를 떠난 후 서울, 제주, 창사(중국), 강원, 포항을 전전했으나 2014년 친정팀으로 돌아와 클래식 승격에 공을 세우며 대전 영광의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재정 상태가 어려운 대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맹활약을 해준 점에서 그는 대전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레전드였다.



투비즈전을 앞두고 경기장 곳곳에는 김은중 은퇴식을 축하하고 그리워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김은중의 은퇴 행사가 시작 됐다. 구단주인 권선택 대전 시장을 비롯해 팬 대표 그리고 멘토링을 받았던 청춘FC 선수들까지 참석해 은퇴 기념품을 전달하며 은퇴식을 빛냈다. 또한 선수시절 영광을 같이 했던 이관우, 이동국, 구자철, 이청용, 최은성 등 옛 동료들도 영상을 통해 축하와 밝은 앞날을 기원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대전 선수들은 김은중의 은퇴식을 빛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전반 13분 진대성, 37분 구스타보가 연속골을 넣으면서 분위기를 달아 올랐다.

하프타임에 열린 김은중 영구 결번 제막식. 김은중의 등번호 18번은 18년 동안 영구결번으로 남게 됐고, 팬들은 그의 영구 결번에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창단 당시 제작 되었던 레트로 유니폼과 함께 새겨졌기에 의미는 컸다.



김은중은 팬 들 앞에 서서 눈물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줘 고맙다. 제 2의 인생에서도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 드리겠다. 언젠가 (울먹이며) 받았던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 돌아오겠다”라고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하이라이트는 후반전이었다. 그가 투입 되는 후반 8분 경기장 조명은 잠시 꺼졌고, 양 팀 선수들은 양 쪽으로 늘어서며 박수를 쳤다. 김은중이 구스타보와 교체 되어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순간이었다.



그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예전에 보여줬던 실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후반 41분 강영재의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면서 축포를 쐈다. 2분 뒤 교체되어 나가면서 김은중의 18년 간 프로와 선수 생활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경기가 끝나고 김은중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모습은 계속되었다. 라커룸으로 빠져나가기 직전 관중석에 있었던 팬들은 종이와 유니폼을 내밀며 사인을 요구했고, 김은중은 흔쾌히 받아줬다. 떠날 보낼 준비가 되어 있음에도 마지막이 되니 여운은 많이 남아 있었나 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한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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