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의 유로씬] 콘테 감독, 당신은 오늘 몇 km를 뛴 건가요?
입력 : 2016.06.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생드니 (프랑스)] 김한별 기자= 이탈리아가 스페인을 상대로 2-0 완승을 거두고 ‘유로 2016’ 8강에 오른 밤,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 기자회견실에 안토니오 콘테 이탈리아 감독이 걸어 들어왔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에서 제작한 푸른빛이 감도는 이탈리아 단복 정장을 갖춰 입은 그의 표정은 마치 방금 경기장을 10km쯤 뛰고 온 선수처럼 피곤해 보였다.

한 이탈리아 기자가 콘테 감독을 향해 물었다. “콘테, 당신은 오늘 사이드라인에서 몇 킬로미터를 뛴 건가요?”

콘테 감독은 한바탕 호탕하게 웃고는 말했다. “우리 팀 스물 세 명의 선수들은 모두 같은 열정으로 경기를 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잊고 있을지 모르지만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들도 뛰고 있죠. 마치 내가 사이드라인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것처럼 말예요. 경기가 끝난 후 우리는 모두 땀에 흠뻑 젖고 진이 빠져서 함께 샤워를 해야 할 정도입니다”



S#1.”나는 경기장에서 거의 짐승이죠”
콘테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선수들끼리 하는 말을 들으셨을지 모르겠네요. 맞아요. 경기장에서 저는 거의 짐승이죠”라고 말했다.

콘테 감독은 벤치에 앉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서서 지시를 내린다. 테크니컬 에어리어만으로는 공간이 부족하다. 거의 사이드라인에 붙어있다. 지시를 내리는 방식은 때론 열정을 넘어서 포악해 보이기까지 하다.

28일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기가 열린 생드니에는 킥오프와 동시에 비가 내렸다. 앞쪽에 앉아있던 관중들도 장대비를 피해 지붕이 있는 뒤편으로 자리를 피한 가운데, 콘테 감독은 여전히 사이드라인에 걸쳐서 서있었다. 보다 못한 팀 스텝이 콘테 감독에게 모자를 씌우고 레인 자켓을 입혔을 정도다.

그의 요란한 지시는 경기 내내 계속됐다. 저렇게 팔을 휘젓다 어깨가 빠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입도 쉬지 않았다. 내내 고함을 쳤다. 상식적으로 몇만 명에 달하는 관중들이 동시에 응원을 보내는 경기장에서 아무리 고함을 친대도 10m 밖에 서 있는 선수에게 제대로 전달될 리 없다. 그래도 콘테 감독은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선수들 뒤통수에다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후반 30분 이탈리아 엠마누엘레 지아체르니의 패스 미스로 흐른 볼이 하필이면 콘테 감독을 향해 굴러 갔다. 콘테 감독은 공을 코너킥 부근으로 그대로 뻥 차버리며 지아체르니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소리지르는 뒷 모습만 봤을 땐 욕이 절반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지아체르니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뒤 돌아섰지만 콘테 감독은 지아체르니 등 뒤에대고 여전히 고함을 쏟아 부었다.

그때 경기장의 눈은 모두 콘테 감독을 향해 있었다. 경기장에 웃음 소리가 퍼졌고 이탈리아 서포터 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까지 나왔다.

추가 시간 터진 쐐기골 장면에서 그의 흥분은 최고조에 달했다. 콘테 감독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벤치 지붕에 매달려서는 관중석을 향해 포효했다. 당황한 코치가 콘테 감독의 바지를 붙잡고 그를 끌어 내렸을 정도다.

이날 이탈리아가 두 골만 넣어서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다섯 골을 넣었다면 콘테 감독은 관중석으로 뛰어 올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S#2.”그는 경기를 설계하는 데 장인이죠”
“콘테 감독은 매 경기 새로운 설계를 계획해요. 그는 이 분야의 장인이죠.”

이날 경기에서 MOM(Man of the match)에 선정된 이탈리아 수비수 레오나르도 보누치(29, 유벤투스)가 콘테 감독에 대해서 한 말이다.

콘테 감독은 2014년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3-5-2를 골격으로 여러 전술을 시험하며 유로 2016을 준비했다. 부상으로 미드필더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와 마르코 베나티를 잃었지만 데로시를 제외한 4명의 미드필더진에 미세한 변화를 주면서 유로 2016 버전 최적의 3-5-2를 조립해갔다
이탈리아는 개막전서부터 벨기에를 박살냈고 16강전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거둔 승리로 콘테 축구의설계는 완성되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콘테 감독은 자화자찬했다. "우리 팀은 오늘 정말 비범했어요. 이탈리아 축구는 카테나치오(수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죠. 우리 팀은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팀’이었어요. 그냥 나라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를 차출한 국가대표가 아니라 ‘팀’이었다고요.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준 모습에 너무 기뻐요. 지난 시간 동안 우리는 전술적으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준비했어요. 오늘 승리로 그 준비가 성공으로 보상된 것 같네요.”

이날 콘테 감독의 기자회견은 무려 25분 동안 진행됐다. 질문은 꼬리를 물었고 콘테 감독의 답변은 그가 사이드라인에서 흔들던 팔만큼 유려했다. 이탈리아 기자들은 질문에 ‘역사적인 승리’라는 수식어를 붙였고 콘테 감독은 답변에 ‘꿈꾸던 성취’라는 표현을 썼다. 상대는 무려 스페인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유로 2008 8강전에서 그리고 유로 2012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에게 찬물을 두 번이나 끼얹은 스페인 말이다.

“저는 선수 시절 항상 최선을 다했고 내가 노력한 만큼 성취해냈어요. 아주리 감독이 된 후에도 저는 그렇게 일했습니다. 오늘 스페인전 승리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항상 꿈꿨습니다. 이 승리의 의미는 정말 큽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줬어요. 그리고 이 경기를 본 사람들을 기쁘게 했고, 끝으로 이탈리아 국민들이 ‘성취’에 대해서 이야기할 주제를 만들어줬죠.”

기자회견 말미에 접어들자 이 사이드라인의 ‘야수’는 냉정을 찾으려 했다. 8강전에도 만만치 않은 상대인 독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컵 우승팀 '독일'이란 이름도 콘테 감독의 치솟은 자신감을 가리지는 못했다.

"우리가 이 승리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을 내일 아침까지만 주시죠. 이 승리를 따내기까지 정말 많은 힘이 들었어요. 오늘 데로시는 엉덩이를 다쳤어요. 아직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티아고 모타와 안드레아스 칸드레바는 출전 금지죠. 독일전을 앞두고 걱정이 크네요. 우선 체력을 잘 회복하고 부상당한 선수들을 잘 치료해야할 것 같아요.”

“다시 신중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오늘 승리에만 만족해서는 안 돼요. 내일부터 독일전을 설계할 겁니다. 아마 오늘 같은 열망과 긴장감으로 경기에 임하면 될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는 확실히 비범한 팀이니까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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