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멘디의 강렬한 쇼타임, 울산 부활 이끌 구세주
입력 : 2016.07.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한재현 기자= “멘디는 우리 팀에 맞는 선수다. 멘디로 인해 상대 팀 수비수들이 그에게 쏠리고 있다. 득점하면서 자신감도 올랐다.”(울산 현대 윤정환 감독)

울산 현대 새로운 공격수 멘디(28)가 강렬한 쇼타임으로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 넣고 있다. 윤정환 감독 말처럼 득점은 물론 193cm 큰 키로 공중볼 장악, 2선 동료들을 살려주는 볼키핑과 패스로 울산 공격에 신선함을 불어 넣고 있다. 올 시즌 초반 이정협, 박성호의 부진으로 고민이었던 원톱 부재도 해결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코바(28)에 이어 여름 이적 시장 성공에 울산은 웃고 있다.

멘디 효과는 데뷔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7월 2일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의 홈 경기. 1-1 상황이던 후반 49분. 왼 측면에서 올라온 코바의 크로스를 헤딩 슈팅 골로 연결했고, 울산은 2-1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 중반 중위권을 맴돌던 울산의 상위권 도약에 불 지핀 열쇠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환상적이었다. 울산 선수로서 데뷔전에 팀 승리를 도와준 점에서 행복했다. 골과 함께 승리로 짜릿했고 기분이 좋았다.”

멘디는 당시를 상상하며 얼굴에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시즌 초반도 아니고 중간에 급히 들어와 적응할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건 드문 일이다. 더구나 극적인 역전승에 기여했으나 행복감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데뷔전 드라마는 경기 이전부터 시작됐다. 울산 이적 직전 포르투갈 에스토릴에서 뛰었던 그는 포르투갈 축구협회로부터 국제 이적동의서를 발급받아야 했다. 포르투갈 축구협회 직원들은 모두 유로 2016 참관으로 자리를 비웠고, 수원전 출전은 다음 기회로 미뤄지는 듯했다. 다행히 극적으로 담당 직원과 연결되어 수원전 하루 전 저녁에 국제 이적동의서를 받을 수 있었다.

멘디는 울산으로 이적 후 FA컵을 포함해 6경기 3골 2도움으로 순조롭게 K리그에 적응 중이다. 시즌 도중 합류로 부족한 적응 시간과 낯선 환경과 문화 등 핸디캡을 잘 극복하고 있다. 그는 기니바사우, 프랑스 이중 국적자이지만 자신의 조국보다 외국에서만 선수 생활을 해왔다.

2010년 싱가포르, 2013년 포르투갈 리그를 거치면서 다양한 축구와 문화를 접했다. 이국땅에서 적응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 생활에서 가장 적응하기 힘든 건 바로 습하고 더운 한국의 ‘날씨’. 오죽했으면 멘디는 “포르투갈은 더워도 그늘에 있으면 시원한데, 한국은 숨쉬기 힘들 정도다”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에게 한국 축구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싱가포르 리그에서 뛸 당시 우연히 K리그 팀들과 상대한 경험이 있었다. 당시 멘디는 한국 축구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싱가포르에서 뛸 때 제주 유나이티드와 맞붙은 적 있다. 강한 체력으로 많이 뛰었고, 포기하지 않은 정신력에서 돋보였다. 한국 축구에 강한 인상을 받았기에 매우 오고 싶었다. 앞으로 더 적응하면 나 자신도 더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울산이 멘디를 인정하는 건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이다. 보통 외국인 선수들은 거만할 수 있지만, 멘디에게 다르다. 울산 관계자는 ”인성이 좋은 선수다. 팀에 처음 왔을 때 동료들은 물론 구단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와 스스럼없이 인사를 할 정도다. 거만할 수 있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다르게 겸손하다”라며 일화를 들려줬다.



지난 20일 FA컵 8강전은 멘디의 훌륭한 인성을 볼 수 있었다. 후반 37분 스스로 페널티 킥 기회를 얻어냈고, 이미 2골 1도움을 기록한 그는 해트트릭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멘디는 스스로 김인성에게 양보하며 첫 해트트릭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멘디가 해트트릭보다 소중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있었다.

“축구는 모든 선수가 같이 한다. 내가 그 상황에서 골을 넣으면 좋았지만, 페널티 킥은 자신 있어 하는 선수가 차는 게 맞다. 팀을 위해서 헌신하는 마음이 컸다. 멋있게 드리블하고 슈팅을 차려 하지만 선수들과 우정과 팀워크가 중요하다. 욕심을 부려서 나서는 건 싫다”

울산은 멘디의 가세로 무뎌졌던 공격력이 좋아졌고, 중하위권을 맴돌던 순위는 어느새 3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상위 스플릿 진출 실패로 자존심을 구겼던 울산은 2014년 이후 다시 AFC 챔피언스리그 재진출 기회를 잡았다.

멘디는 포르투갈 리그에서 ‘승격 청부사’로 유명했다. 2013/2014 시즌 포르투갈 1부 리그 이스토릴 프라이라에 입단한 멘디는 곧장 2부리그 모레이렌스로 임대를 떠나 우승 및 1부 승격을 견인했다. 2014/2015 시즌에는 마데이라로 임대 이적 컵대회 포함 53경기에서 23골 3도움으로, 승격 반열에 올려 놓은 경험이 있다.

울산에서 그는 FA컵 우승과 최소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진출권인 리그 3위 이내로 올려 놔야 한다. 승격 청부사에서 아시아행 청부사로 거듭나야 할 것이고, 현 상태라면 기대를 받는 건 당연하다. 멘디는 유럽을 포함해 챔피언스리그 출전 경험이 없다. 또한, 최근 세계적인 선수들이 중국리그로 이적하면서 수준이 높아진 ACL 참가는 매력적이다.

“울산이 우승을 노리는 팀이기에 압박을 갖고 플레이를 하는 건 이전과 틀릴 것이다. ACL에 나가는 건 꿈이며, 당연히 기대가 크다. 현재 중국에 좋은 선수들이 뛰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맞붙으면 무서울 것 같다. 포르투갈리그에서 유럽 선수들과 많이 뛰어 문제 없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티켓을 따지 않고 ACL을 생각하는 건 아니다.”

멘디는 현재 울산과 함께 갈 길은 멀다. 한국 축구는 물론 울산에 더 녹아 들어야 하는 건 물론 명문 부활의 선봉장에 서야 한다. 겸손한 멘디이지만 축구를 잘 하고 싶은 욕심은 결코 숨기지 않았다. 울산에서 성공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너무 욕심 부리면 오히려 안 풀릴지 모른다. 그래도 일단 최대한 골을 많이 넣고, 목표를 우승으로 만들고 싶다. 또한 내 몸이 무적처럼 다치지 않은 선수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사진=한재현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