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래의 풋볼사이다] 유니폼 판매 수익...이적료는 물론 연봉도 못 넘긴다
입력 : 2016.07.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축구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수백, 수천 가지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많고 많은 이슈들 중, 우리는 간혹 말할 수 없는 ‘답답함’에 사로잡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곤 한다. ‘풋볼사이다’에서는 탄산음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목 넘김’을 축구팬들의 답답한 마음과 공유하고자 한다. “좋아하기 때문에 싫어한다”라는 혹자의 말은 우리가 축구를 좋아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스포탈코리아] 노영래 기자= 폴 포그바(23)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행이 가까워지면서 당분간 그에 따른 ‘후폭풍’도 거세질 전망이다. 과연 포그바의 천문학적인 이적료가 합당한지가 주요 논쟁거리다.

공신력 높기로 유명한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가디언'의 파브리지오 로마노 기자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포그바의 맨유 복귀는 정말로 가까워졌다”고 말하며 “유벤투스는 맨유의 1억 1천만 유로(약 1,376억 원)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맨유의 포그바 딜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 없으나, 종착역을 보이고 있는 이번 거래가 공식화를 거치기만 한다면 포그바는 축구 역사상 가장 비싼 선수로 등극하며 동시에 맨유는 최근 3년동안의 이적시장에서 무려 4억 5,100만 파운드(한화 6,600억원)를 사용한 구단으로 이름을 올린다. 같은 기간 그 어떤 구단도 이 정도에 금액을 사용한 바 없다.

23살의 어린 미드필더에게 무려 ‘1억 1천만 유로’라는 금액이 책정되어 그런지, 이에 많은 목소리도 함께하고 있다. 과연 포그바가 세계 몇 없는 ‘최정상급’ 선수들처럼 경기의 판도를 바꿀만한 능력이 있는지에 많은 궁금증이 따라다니며 심지어 맨유 ‘레전드’ 폴 스콜스도 "포그바는 발전 가능성이 많은 젊은 선수지만, 그가 그 정도 금액의 가치를 가진 선수인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의문부호를 달았다.

그 반대의 의견도 있다. 실제로 그는 아직 23살에 불과할뿐더러, 앞으로 그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처럼 큰 선수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할 수 없다. 또한 그는 지난 몇 시즌 동안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기량을 입증해낸 바 있고 맨유라는 ‘빅클럽’을 등에 업는다면 지금과 비견될 수 없는 스타성도 기대할 수 있다. 때문에 포그바의 ‘몸값 논란’엔 이렇다 할 정답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단지 맨유는 그만큼의 리스크를 안고 이적료를 투자한 것 뿐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맨유의 천문학적인 이적료 지출을 놓고 일각에서는 ‘포그바의 맨유 유니폼 판매 수익을 고려해본다면, 이적료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며 설령 그의 이적료가 오버페이일지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허나 이러한 사실은 오해하기 쉬운 정보 중 하나다. 유니폼 판매의 수익 대부분은, 적어도 90%이상은 구단이 아닌 ‘유니폼 메인 스폰서(브랜드)’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한 명의 선수(설령 그 선수가 세계최고의 선수일지라도)가 유니폼 판매량으로 자신의 이적료(선수의 가치와 유니폼 판매량은 비례)는 물론, 연봉도 충당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유니폼 수익 구조

매년 구단 가치 순위에서 상위권에 위치해있는 맨유는 지난 시즌에만 약 1억 9,000만 파운드(약 2,800억원)에 육박하는 유니폼 판매액을 기록했다. 엄청난 금액이다. 그러나 이는 구단과 유니폼 스폰서에게 배분되기 전 금액, 즉 소비자들이 구매한 가격의 총합에 불과하다. 위 금액을 평균 유니폼 판매 가격(현재 맨유 유니폼 가격 : 한화 10만원)으로 나누면 약 280만장의 유니폼 예상 판매량이 나온다.


아디다스가 발표한 지난 시즌 유니폼 판매 순위와 그에 따른 판매량(285만장)도 위의 예상 판매량(280만장)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영국 언론 미러가 발표한 ‘지난 시즌 전세계 유니폼 판매량 TOP 10’에서 4위 맨유가 얻은 수익은 약 300만 파운드(한화 45억원)에 불과했다. 2,800억과 45억. 너무나도 큰 차이다. 1위를 기록했던 바르셀로나(한화 61억원)와도 터무니없이 큰 차이를 보인다.

사실 미러가 발표한 자료는 유니폼 스폰서에게 배분된 금액을 제외하고 구단이 얻은 ‘순수금액’이다. 이 말은 맨유 유니폼으로 벌어들인 2,800억원 중 45억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99.9%)은 모두 유니폼 스폰서가 가져간다는 말과 동일하다. 축구 재정 블로거 ‘스위스 램블’이 밝힌 사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매체는 “유니폼 판매로 인해 구단이 가져가는 순수익은 고작 ‘12유로(한화 1만 5000천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아디다스’가 맨유와 연간 7500만 파운드(약 1300억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10년동안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이유와도 성립된다.

맨유는 2015/2016시즌부터 ‘아디다스’와 10년간 7억 5000만 파운드(약 1조 30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쉽게 말해 맨유는 아디다스에서 만들어 주는 유니폼을 입기만 하면 연간 1,300억원을 10년 동안 공짜로 받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맨유와 아디다스 중 누가 더 많은 돈을 가져갈까. 당연 유니폼 스폰서다. 물론 맨유가 매 시즌 유니폼 판매량 순위에서 상위권에 위치해 있는 구단이기 때문에 유니폼 스폰서가 더 많은 수익을 내지만, 맨유 입장에선 전혀 손해 볼 것 없다. 공짜로 돈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유니폼 스폰서가 맨유보다 더 거대한 기업이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익구조를 가져가는 방식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 ‘유니폼 수익’...선수의 연봉도 넘기기 힘들다

이 같이 한 구단의 유니폼 판매량, 더군다나 한 선수의 유니폼 판매량은 그 선수의 이적료는 물론 연봉도 충당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포그바의 이적건을 놓고 적용시켜보자. 이탈리아 대다수 언론에 따른 포그바의 연봉은 1300만유로(약161억원) 수준으로 밝혔다. (유니폼 스폰서에게 돌아가는 돈 없이)16만장을 팔아야 자신의 연봉이 충당되는 셈이다. 허나 여기서부턴 오류가 생긴다. 바로 유니폼 스폰서에게 얼마가 돌아가느냐가 문제다.

만약 지난 시즌 맨유의 유니폼 판매액 2,800억원 중 유니폼 스폰서에게 20~30%만의 금액이 돌아간다고 가정하면, 아디다스는 매년 560~840억의 유니폼 판매 수익을 얻는다. 허나 아디다스는 매년 1,300억에 달하는 금액을 맨유에게 지원해야 한다. 맨유보다 더 큰 기업이 매년 500~800억의 손해를 보는 구조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가는 기업간 거래에서 흔하지 않은 일이다.

결국 유니폼 수익으로 구단의 이적료를 충당한다는 말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유니폼 스폰서와의 계약사항도 구단마다 큰 차이는 있겠지만, 특별한 선수에게나 붙는 개인적인 조항이 전부다. 포그바의 이적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으나, 유니폼 판매량이 한 선수의 이적료를 충당한다는 의견은 일반적 오해다.


그래픽 = 노영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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