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유럽 시장, 그들이 '한국 선수'를 보는 시각
입력 : 2016.08.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함부르크(독일)] 홍의택 기자= 유럽 무대를 향한 노크는 계속될 터다. 인천 아시안 게임, 리우 올림픽 등을 경험한 1990년대 초중반생의 러시가 줄을 이을 것이다.

원하는 쪽이 있기에 지속적인 공급이 발생한다. 유럽 시장도 마찬가지. 대부분 투자 명목의 수요를 나타낸다. 큰돈 안 들이고도, 한두 명 건져내 이득을 취한다는 기조가 깔려 있다. 상당한 이적료를 안긴 채 더 큰 클럽으로 떠나는 사례가 종종 있으니 한 번쯤 욕심낼 만하다.

이후의 상업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한민국 인구가 약 5,000만에 불과해도, 굵직한 기업이 붙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손흥민이 몸담았던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봤듯, 세계를 대상으로 홍보 효과를 보려는 대기업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스폰서 계약만으로 이적료의 상당 부분을 메울 수 있다.

단, 이러한 이유가 선수 영입의 절대적 요인이 될 수는 없다. 부가 가치가 큰 선수라도, 축구 그 자체로 필요 없다면 손 내밀 리 만무하다. 절정으로 치달은 시장에 전 세계 선수가 몰리는 판. 일단 볼부터 잘 차야 한다. 축구 내 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우선이란 점에서 현지의 시각도 곱씹어볼 법하다.




■ 우리에게는 묵묵히 땀 흘려줄 선수가 필요해!
한국 선수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하려는 이들은 '태도'를 제1 경쟁력으로 꼽는다. "경청할 자세가 돼 있고, 매사 성실하게 임한다"는 것이다. 또, "절제된 마음가짐으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며, 딱히 말썽도 피우지 않는다"고 입 모은다.

일리는 있다. 최근 '풋볼리크스'를 통해 유출된 선수 계약서를 봐도 그렇다. 몇몇 남미 선수들에게는 '동료와의 싸움 금지', '시즌 중 클럽 출입 금지' 등 축구 외 생활을 규제하는 조항까지 붙어 있었다.

상대적으로 경직된 환경에서 자란 한국 선수들. 팀 내 필요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차원에서는 그 매력이 무궁하다. 동료들이 해내지 못하는 궂은 일을 도맡을 때도 있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슈퍼스타 사이에서 무려 일곱 시즌을 뛸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 가까울 것이다.

뒤집어 보면 창의성에 폭발력까지 겸비한 '크랙형'이 거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적어도 해당 부문에서라면 유럽 본토 및 남미, 아프리카 등 타 대륙 자원과 비교해 설 자리가 부족하다. 당장 유럽 시장에서 한국인에게 거는 기대도 이와는 거리가 있다.




■ 기본기가 좋기는 한데... 실전에서는 얼마나 통할까?
기본기에서도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는 편이다. 덕분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템포, 지독한 압박 등을 이겨낸다고 본다. 단순히 타고난 것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영역. 선수를 가르칠 때, 관련 교육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무조건 자부할 수 없는 건 '훈련 따로, 경기 따로'의 모양새를 꽤 보이기 때문. "연습 때는 출중한데, 실전에 돌입하면 그 기술이 제대로 안 나오는 케이스가 잦다"는 게 현지 목소리다. 이는 과거 K리그 모 팀을 맡았던 외국인 감독의 말과도 통한다. "K리그는 훈련장만 보면 메시가 꼭 한 명씩 있다. 그런데 경기만 들어가면 귀신같이 사라진다".

유럽으로 축구 유학을 떠난 어느 선수 부모의 말 역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기본기 교육은 한국이 더 세세했다. 우리 아이도 한국에서 꼼꼼히 배워온 게 도움이 됐다. 대신 이곳에서는 경기에 계속 내보내 스스로 익히게 하더라. 원하는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면 가차 없이 방출했다".

종합해봤을 때, '실전에서 활용할 기본기'가 아닌 '기본기를 위한 기본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물음도 던져볼 법했다. 훈련과 실전이 어긋난다는 측면에서다.

가령 현 축구가 훈련에서 익힌 기본기를 최대한 반영하는 스타일로 가고 있느냐는 것. 대학에 진학하려면 대회 성적부터 뒷받침돼야 한다. 지지 않는 경기가 우선. 실점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위험 부담이 적은 방법을 택하게 된다. 뒤로 물러서거나, 단번에 때려 넣는 장면이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개개인이 볼 다룰 기회는 감소한다. 결국 볼과 관련한 기본기가 희석될 우려도 없지 않다(지도자 역량과는 별개로 결과부터 내야 하는 풍토가 아쉬운 대목. 최근 어린 세대를 기점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는 있다).

또, 만 10세도 안 되는 연령대부터 주말 리그를 실시하며, 수시로 국제 대회를 유치해 실전 감각을 극대화하는 환경 역시 국내와는 많이 다르다.




■ 적응력은? 성공에 대한 열망부터 지켜볼게
축구를 받아들이는 태도, 실전에서 통할 기술력, 그보다 낮고 깊은 곳에는 '적응력' 여부가 존재한다.

팀에 발 내딛자마자 경쟁 시작이다. 치열한 기류 속, 인종 차별까지 심심찮게 드러난다. 개인과의 싸움도 피할 수 없다. 피 튀기는 이 과정을 대부분 홀로 외롭게 이겨내야 한다.

현지 스카우트나 에이전트들이 선수 개인의 성향이나 성격 파악에 목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국내 관계자들에게 선수 주변에 대해 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가족은 물론, 친구 관계까지도.

적응력 여부는 '얼마나 배가 고프냐'는 질문과도 연관이 있다. 목표 의식이 뚜렷해야 정글에서 살아남을 확률도 높다고 본다. 야야 투레(현 맨체스터 시티)와 엠마누엘 아데바요르(전 토트넘 홋스퍼) 등을 발굴한 스카우트 필립 티스(현 AFC 투비즈 소속)가 남긴 말 또한 참고해볼 만하다.

"가장 중요한 건 해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느냐다. 그래야 유럽으로 데려가도 리스크가 적다. 남미나 아프리카는 10대 나이에도 성공하려는 욕구가 상당히 강하다. 그것이 그들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하지만 평범한 한국 선수들은 이런 부분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럽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과도 관련이 있다".




+ 현지 관계자는 한국 선수들을 향한 관심에 대해 "터무니없는 투자가 이뤄지겠는가?"라며 반문했다. 이어 "우리 쪽에서 영입을 시도하는 선수라면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능력치도, 경쟁력도 인정한다.

단, 확신이 서기까지는 쉼 없이 증명해 보일 것을 요구했다. 한국인이 정착한 몇몇 사례가 있으나, 아직은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게 현실. "실전 무대를 밟으려면 단순 잠재력을 넘어서는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사진=스포탈코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프로축구연맹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