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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택의 스카우트(21)] 매탄고 유주안, 또 하나의 볼보이가 빅버드로

기사입력 : 2016.10.30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막 꽃피우려는 친구들 하나둘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연재.

"저희는 고등학생 때 볼보이하면서부터 프로 형들과 같은 팀이라 생각했어요. 소속감, 충성심은 말할 것도 없죠. 광고판 바로 뒤에서 엄청 심취해서 보거든요. 그러다 데뷔하는데 엄청 감격스럽더라고요. 그 순간을 잊지 못해요"

수원 삼성이 길러낸 김건희(21)가 고교 시절을 돌아봤다. K리그 클래식/챌린지 등 프로팀 홈 게임 진행에는 보통 유스팀 선수들이 대거 투입된다. 매탄고(수원 삼성 U-18) 재학 중이던 김건희도 마찬가지.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프로 꿈을 키웠다. 그리고 몇 년 뒤 본인이 직접 그 무대에 섰다.

"최근까지 저희가 볼보이 들어가고 그랬거든요. 형들 모습 보고 '아, 진짜 저기서 꼭 한 번 같이 뛰어야겠다'는 마음뿐이더라고요. 얼마 전까지 숙소에서 봤던 형들이 그 안에서 뛰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같이 발맞추고 싶은 마음이 진짜 컸어요"

또 하나의 볼보이가 빅버드로 향한다. 유주안(18). 매탄고 졸업반 유주안은 지난 14일 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우선 지명 중 프로 직행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동년배가 대학교 찾아다니며 입시에 응하는 동안, 일찌감치 프로 전선에 뛰어들었다. 밖에서 지켜보던 빅버드 잔디 바로 앞에 섰다. 민상기, 이종성, 구자룡, 연제민, 권창훈, 김건희 등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탐했다.




경기 광명 출신 유주안은 유년 시절부터 자자했다. "광덕초 다니던 그놈을 처음 봤는데, 진짜 수가 어마어마하더라고. 초등학생 축구가 아니었어"라던 모 지도자 말이 그랬다. 경기권에 속한 만큼 지리적으로 가까운 수원의 타깃이 됐다. 공격적 투자로 특급 재능을 흡수하던 매탄중(수원 삼성 U-15)의 구애를 받았다.

본격적으로 드러난 건 지난해 나선 FIFA(국제축구연맹) U-17 월드컵에서다. 최진철 감독은 FC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경험치를 쌓던 이승우의 파트너로 유주안을 낙점한다. 4-4-2 형태 최전방에 놓인 이 둘은 위아래, 좌우로 오가며 상대를 흔들었다. 유주안에게는 조금 더 많이 뛰며 공간을 만들고, 팀 전체를 살리라는 임무가 떨어졌다.

"주안이요. 완전 감독님 아들이에요". 이 시기 대표팀 내에는 이런 우스갯소리까지 돌았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를 겸한 장재원(울산현대고)과 더불어 지도자 신뢰가 굉장했다는 것. 언제든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기대치를 충족했던 자원이다. '선발 명단 작성 시 가장 먼저 이름을 써 넣는다'는 그런 선수였다.

매탄고에서도 기본적으로는 공격 역을 맡았다. 팀 사정에 따라서는 중앙 미드필더 역을 떠안기도 했다. 가령 스리백에 양 윙백을 붙인 뒤 투톱 혹은 스리톱을 얹었을 때, 유주안은 중원에서 볼 배급에 집중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그 강렬함이 다소 희석된다는 느낌도 받았으나, 그만큼 다재다능하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고졸 재능을 곧장 프로로 올리기란 만만치 않다. 조금이라도 빨리 '양질의 경쟁'에 뛰어든다는 메리트가 있으나, 자칫 뿌리 내리지도 못한 싹이 흔적 없이 쓸려나갈 우려도 있다.

'대학 축구 효용론'이란 다소 복잡하고 무거운 얘기와도 닿아 있다(고졸 선수에게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시각, 프로팀 내 U-21/U-23 등 단계별 팀이 완벽히 꾸려지지 않은 현 환경 등). 다만 선수를 잘 키워 프로 무대에 세우려는 열망은 모두가 갖고 있다.

유주안의 프로 직행에 대해서도 내부 의견은 살짝 엇갈렸다. 매탄중-매탄고에서 유주안을 키운 지도자, 그 외 스카우트 및 프로팀 코칭 스태프들까지 두루 고민했다. 서정원 감독 역시 R리그(2군 리그)나 연습 경기에서 유주안을 직접 확인한 뒤 최종 결정을 내렸다. 더 보완할 점이 없지 않아도 '일단 한 번 키워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처음 주안이를 보고선 상당히 지능적이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선수가 프로까지 올라가니 지도자로서 느끼는 보람도 굉장하다. 즉시 전력감이 되려면 스피드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할 텐데, 보완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공간을 활용하는 장점을 잘 살려 나가면 좋을 듯하다. 멘탈적인 인내도 필요는 할 텐데, 성격 자체가 차분하기에 걱정은 없다. 칠레에서 열린 U-17 월드컵을 다녀와서 부상이 많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그래도 주안이기에 믿었다"(주승진 현 매탄고 감독)

"무엇보다 프로에 도전하려는 아이의 의지가 컸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학년 경기에 투입했는데, 치이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하더라. 서정원 감독님도 '센스 있게 볼 찬다'는 얘길 몇 번씩 할 정도였으니까. 연습 경기에 넣어놔도 기복이 적고, 풀어나가는 부분이 매끄러웠다. 고등학생이라고 말 안 하면 모를 정도로 말이다. 의지, 욕심, 자신감 모두 엄청나다. (권)창훈이처럼 기회만 주어진다면 금방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머리를 쓸 줄 아는 선수는 흔치 않다"(조현두 현 수원 스카우트)




10월 말 이즈음 축구계는 더없이 민감하다. 프로 리그에서는 우승 경쟁, 잔류 사투, 승격 레이스가 극에 달한다. 그 아래 단계도 예외는 아니다. 입시 및 취업 문제가 복잡히 얽혀 있다. 새로운 세계로 발 내딛으려는 이들이 마음 졸이며 선택을 기다리는 시기. 유주안은 일단 한숨 돌렸다.

"축구를 하면서 이제야 효도도 한 것 같아요. 요새 친구들은 대학 입시를 보러 다니는데, 저도 한번 해보고는 싶더라고요.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게 있잖아요. 그래도 내부적으로 나왔던 얘기(프로 직행)가 확정되니 후련해요. 실감도 나고요"

수원은 유스 선수들에게 많은 공을 들였다. 사실상 프로팀, 유스팀이 격리된 몇몇 팀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불러들였다. 성인 레벨 경기를 끊임없이 경험하게 하면서 적응력을 키우고자 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간극을 좁혀 실전 투입의 시기를 당기려는 욕심이 대단했다.

"대학 갈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에요. 그런데 더 높은 곳에서 경쟁을 해보고 싶었어요. 부모님 생각도 그랬고, 저도 그랬고요. 대학 먼저 간 형들 얘기도 많이 들어보고 내린 결정이에요. R리그가 저희 리그보다는 확실히 힘도 속도도 빠른데, 열심히 해서 따라가 보려고요. 실제 적응이 되니 해볼 만도 했고요"

이러한 투자 덕에 수원 스쿼드를 채워 가는 매탄고 졸업생도 늘어갔다. 하나의 전통을 형성하며 팀을 지탱하는 기둥이 됐다. 이들을 향한 관심도 뜨겁다. K리그 주니어(U-18 리그) 경기에도 제법 많은 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선물꾸러미를 건네곤 했다.

"프로팀 경기 가면 형들이 먼저 말 걸어주세요. (이)종성이 형이 특히 리더십 있게 잘해주고요. (은)성수 형, (김)건희 형도 그렇고요. 팬들 응원은 감사할 뿐이죠. 가끔 부담 되는 게 없지는 않아도, 다른 학교 친구들이 쉽게 경험 못 하는 걸 잘 알아요.




유주안은 축구를 읽는 수, 이를 표현하는 센스가 특별했다. 운동장 여기저기에 나타나 본인 능력치를 구현하는 활동량도 대단했다. 남들보다 뛰어난 기량에 게을러질 법도 했는데, 자만하지 않고 참 열심히 뛰었다.

인내와 시간. 선수 본인은 물론, 이를 둘러싼 모두에게 필요한 요소다. 권창훈이란 인물이 터지기까지 수원 구단 내에서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돌아보면 답이 나온다. 고교 무대를 점령한 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던 그들과는 다른 길을 걸으려면, 싹에 그치지 않고 화려히 만개하려면 믿음과 기다림은 필수다.

노력, 환경, 시기가 맞아떨어졌을 때, 비로소 한 선수가 탄생한다. 유주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자원임은 분명하나, 또 하나의 볼보이가 빅버드 스타로 올라서는 데는 조금 넉넉한 시선도 필요는 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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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리그 주니어 에디터 최동혁,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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