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래의 풋볼사이다] 손흥민의 윙백 논란, 한편으론 '무한 신뢰'
입력 : 2017.04.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축구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수백, 수천 가지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많고 많은 이슈들 중, 우리는 간혹 말할 수 없는 ‘답답함’에 사로잡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곤 한다. ‘풋볼사이다’에서는 축구팬들의 답답한 마음을 공유하고자 한다. “좋아하기 때문에 화가 난다”라는 혹자의 말은 우리가 축구를 좋아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다.

[스포탈코리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5) 감독이 스리백 시스템의 왼쪽 윙백 자리를 손흥민(25)에게 맡겼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토트넘 홋스퍼는 23일(한국시각) 2016/2017시즌 잉글리시 FA컵 준결승 무대에서 첼시를 만나 2-4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리그 선두를 상대로 2-2까지 끌고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후반 막판 에당 아자르와 네마냐 마티피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고개를 떨궜다.

포체티노 감독은 첼시전 직전까지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어 이번 시즌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 모든 대회를 포함한 13경기에서 스리백을 꺼내 들어 10승 3무로 무패행진을 달렸다. 그 중에서는 첼시를 상대로 2-0 완승을 거뒀던 EPL 20라운드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첼시전은 달랐다. 스리백 카드로 나왔지만, 결과는 2-4 패배였다. 무엇이 달랐을까. 그렇다. 손흥민의 자리만이 유일한 변화였다. 손흥민은 이날 첼시를 상대로 왼쪽 윙백으로 나섰다. 옷이 맞을 리 없었다. 스리백 전술 내에서의 윙백은 공격과 수비의 비율이 정확히 50대 50을 이뤄야 한다. 그러나 수비보단 공격력이 장점인 손흥민은 이날 두 마리 모두 놓치는 최악의 경험을 맛봤다.

화살은 곧바로 포체티노에게 향했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물론 잉글랜드 레전드 공격수로 활동했던 앨런 시어러 역시 손흥민의 포지션 기용을 두고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시어러는 “포체티노는 도대체 왜 손흥민을 왼쪽 윙백으로 기용했을까? 나는 손흥민이 그 자리에서 뛰는 걸 본 기억이 없다. 손흥민은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을 보일 때 훌륭한 활약을 펼친다. 윙백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토트넘과 포체티노, 그리고 손흥민에게까지 악수로 돌아간 전술적 선택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감독의 무한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손흥민이 윙백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보는 이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모두가 아는 사실. 직접 그를 영입하고 훈련을 지시하는 포체티노 감독 역시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실제로 포체티노 감독은 첼시전에서 손흥민 자리에 측면 수비수 벤 데이비스 카드를 꺼낼 수 있었다. 데이비스는 첼시전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그 자리엔 손흥민을 기용했다. 선수에 대한 신뢰다. 손흥민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위치가 맞다. 과거 레버쿠젠 시절 간혹 중앙 미드필더를 소화하긴 했으나, 윙백 자리는 지난 첼시전이 처음이었다. 낯설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은 오는 27일(한국시각)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EPL 33라운드 경기를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손흥민을 윙백으로 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차없이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나는 손흥민이 (윙백으로)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불운했을 뿐이다”고 말한 뒤 “내 생각에는 페널티 킥이 선언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손흥민의 활약은 나를 매우 기쁘게 했다"고 되려 손흥민을 감쌌다.

출전시간이 최우선인 선수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다. 기존의 전문 자원을 대신해 손흥민의 투입으로 효과를 보려 한 것. 패배 후 손흥민의 윙백 기용에 대해서도 여전한 신뢰를 보낸 것. 무리하게 보일 수도 있는 최근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들은 손흥민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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