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니] 신태용이 답했다, ''오늘 승리는 오늘로 끝이다''(일문일답)
입력 : 2017.05.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전주] 홍의택 기자= "오늘 승리는 오늘로 끝입니다". 신태용 감독이 뜨거운 관심 앞에 섰다.

신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라운드에서 기니를 3-0으로 박살 냈다. 경기 전 느꼈던 긴장이 무색할 만큼 화끈했다.

첫 마디에 그간의 여정이 녹아 있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보이지 않게 긴장을 한 것 같다. 이겨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있었다"며 숨을 가다듬었다. "그 다음 경기도 이렇게 열광적으로 응원해주신다면 우리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란 당부의 목소리도 냈다.

■ 오늘 경기 총평과 소감은.
"전반전 들어가자마자 상대가 뒷공간을 노릴 것 같았다. 10분 정도는 우리 진영에서 수비하려 했다. 5분 정도 지나면서 경기 분위기를 익혔고, 이어 전방 압박에 들어간 게 주효했다. 경기력에서 크게 뒤지지 않았고, 골 결정력까지 살아났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고, 정말 잘해줬다. '수고했다'는 인사를 일일이 했다"

■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로 골이 취소됐는데.
"경기 나가기 전 미리 얘기를 했다. '골을 먹더라도 비디오 판독이 있을 것이다', '부심이 깃발 들더라도 주심이 휘슬 불 때까지 해야 한다'. 두 번째 골(조영욱 득점 장면, 골 라인 아웃으로 최종 판정)이 반칙이 됐어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하프타임에 라커룸에서도 그런 얘기를 안 했다. '1-0으로 이기고 있지만, 0-0처럼 준비하자'고 말했다"

■ VAR이 도입되지 않았다면 행운성 골을 누릴 수도 있었다.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다. 골을 넣었다는 생각에 모든 선수들이 환호했다. '마지막 1cm도 안 된 게 걸렸다'고 들었을 때는 허무했다. 하지만 공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스포츠맨십에 어긋나지 않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 경기 초반을 풀어나간 구상에 대해.
"'전반 10분 정도는 상대가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는지 보자'고 했다. 우리 지역으로 때려 넣고 밀고 들어오는 것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을 만들도록 놔주면 안 될 거 같아 '하던 대로 앞에서 압박 들어가자'고 했다"

■ 무실점의 의미가 클 것 같다.
"세네갈전에서 2실점 하면서 많은 분들이 수비 조직을 걱정하셨다. 기니가 지역 예선에서 세트피스로 골도 많이 넣어 준비를 많이 했다. 존(지역)과 맨투(대인)를 같이 혼합한 게 효과를 보지 않았나 한다. 주장 비롯 선수들이 '이기고 있어도 실점하면 안 된다'며 서로 얘기했다"

■ 세트피스 준비를 많이 했다. 공수 모두 평가해달라.
"오늘 수비 부분은 기니전에 맞춰 했다. 아르헨티나는 또 그에 맞게 훈련할 것이다. 공격적인 건 선수들이 긴장해서 그런지 의외로 너무 단순했다. 가지고 있던 걸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 스리백-포백을 오갔는데, 평가는 어떤가.
"기니가 원톱으로 나왔다. 우리가 굳이 스리백으로 가동 자원을 수비에 앉힐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승모가 김승우를 대신했는데,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서 후반에 교체를 해줬다. 다음 경기는 상황에 따라 (수비 전형을 선택)할 것이다"

■ 그간 미드필더진에 변화가 많았다. 앞으로는 조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
"머리 안에 구상하고 있는 전술이 있다. 미리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나머지 선수들의 의욕이 상실된다. 내가 갖고 있는 '밀당(밀고 당기기의 준말)'의 하나로 봐달라. 팀을 운영해나갈 때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 조영욱이 무득점에도 잘해준 것 같은데.
"조영욱은 이제 많이 올라왔다. 세기가 부족한 면도 있었는데, 오늘 골을 인정받았다면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전투적으로 싸우며 볼을 키핑해주는 부분에 있어 많이 나아졌다. 백승호, 이승우와의 콤비 플레이도 좋아졌다"

■ 이승우가 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하다 이후 흐름을 찾은 듯하다.
"스스로 경기를 만들어갈 줄 아는 선수다. 팀에서 보이지 않는 희생을 많이 해준다. 오늘도 근육이 올라왔지만,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희생했다. 헌신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 혹시 3-0 완승에도 더 보완할 점이 있다면.
"패스 미스가 많이 나왔다. 세밀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경기에 너무 치우치다 보니 템포 조절이 안 됐다. 그런 부분이 너무 아쉽지 않나 한다. 마무리 패스, 쉬운 패스의 실수를 줄인다면 아르헨티나전은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 경기 후 근육 부상을 호소한 선수가 많다.
"근육 경련은 자고 일어나봐야 확인이 된다. 지금까지는 큰 부상 없는 것으로 안다. 내일 이후 정확하게 말씀 드리겠다"




■ 이승우 머리가 달라졌더라. 헤어밴드에 가려 몰랐다.
"15일에 짧게 외출을 줬고, 16일 아침에 그 머리를 봤다. 요상하게 돼 있더라. '무슨 뜻이냐'고 했더니 '승리의 염원'이라고 하더라. 오늘 경기 나오기 전 '기자분들에게 지금까지 숨겼는데, 색이 바래지 않았느냐. 너무 약하다. 다시 염색해라'라고 했다. 승우에게도 계속 말한다. '네가 표출하고 싶다면 해라. 대신 그에 맞게 책임을 져야 한다. 행동한 만큼 경기장 안에서 더 보여줘야 한다'고"

■ 경기 하루 전 몇몇 선수들이 전주 시내에서 보이더라. 산책도 하고 커피도 한 잔 하는 모습이었다. 평소 선수들을 어떻게 다루는가.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밤 10시에서 10시 반 사이가 된다. 선수들이 잠깐 산책하고 잠 드는 시간이 빨라도 12시 정도다. 그런 건 괜찮다. 선수들에게 '아침 먹을 때까지 푹 자고, 오전에 산책하며 자기만의 루틴에 맞추라'고 한다. 방에 오래 있을수록 몸이 무거워진다"

■ 첫 경기에서 승리했다. 선수들이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연령대이기도 한데.
"오늘 경기는 오늘로 끝이다. 최대한 만끽하고 즐기되, 내일부터 아르헨티나전을 준비해야 한다. 선수들이 차분해질 수 있도록 누를 것이다. 이제 막 대회를 시작했고 한 경기를 끝냈다. 다만 선수들이 고생했던 부분에 대해 오늘은 절대적으로 누릴 수 있게끔 만들어 줄 것이다"

■ 아르헨티나전이 남았다. 오늘 직접 본 상대는 어떻게 평가하나.
"아르헨티나가 지역 예선보다 훨씬 강했다. '이름만 남미 아니냐', '이름만 아르헨티나 아니냐' 방심할 수도 있었다. 경기 내용이나 모든 면에서 훨씬 좋았다. 내 머리에는 기니만 있었다. 이제 아르헨티나를 분석해서 준비해야 한다. 상대 수비수 2번(후안 마르코스 포이트), 6번(마르코스 니콜라스 세네시)의 장단점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어떻게 공략할지 고민할 것이다"

■ 경기장에 3만 7천여 명의 팬이 모였다.
"이승우, 백승호 선수에게 '42,000여 석이 매진된 곳에서 경기해본 적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하더라. 모든 선수가 이런 분위기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 '팬들이 열두 번째 선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부담으로 작용했다. 첫 골이 들어가면서부터 그제야 함성을 활용하지 않았나 한다. 그 다음 경기도 이렇게 열광적으로 응원해주신다면 우리 선수들이 더 잘할 것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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