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Story] 신태용X백승호, 도박을 걸었고 대박을 쳤다
입력 : 2017.05.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전주] 홍의택 기자= "교체 카드 두 장으로 하는 축구는 진짜 어렵습니다. 그래도 (백)승호 데리고 갑니다"(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

U-20 대표팀 내엔 여러 프로젝트가 있었다. 수비 조직을 맞추는 것, 공격 패턴을 다양화하는 것, 세트피스 무기를 쥐는 것. 개인 맞춤형도 있었다. '백승호(20, FC 바르셀로나 B)를 살려라'. 별도 스케줄로 심폐소생을 시작했다.

극한으로 내몰았다. 3월 아디다스컵 4개국 국제대회를 마친 백승호는 소속팀 바르사 B 복귀 대신 국내에 남았다. 대회에 맞춰 몸을 끌어올리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신 감독은 루이스 플라비우, 우정하 피지컬 코치를 전담맨으로 붙였다. 운동 강도는 지켜보기 안쓰러웠을 정도. 해당 프로그램을 살펴본 한 피지컬 전문가는 "자의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백승호는 악착같이 따랐다. 프로팀, 올림픽 대표팀 등을 두루 겪은 플라비우 코치는 "베스트 플레이어"라며 치켜세웠다. 축구 실력은 물론, 어떻게든 해내려는 독한 멘탈을 극찬했다. 우정하 코치는 더욱더 높은 선을 제시했다. "우리 팀은 진짜 승호 믿습니다. 그러니 더 해줘야 합니다"라며 분발을 바랐다.

신 감독 입장에선 '도박'일 수 있었다. 포르투갈 전지훈련 당시 "저 이번에 진짜 보여주고 오려고요"라며 칼을 간 백승호지만, 전반 30분이 되기도 전 방전됐다. 바르사 B에서의 체력 테스트와 90분을 끌어가는 경기 체력은 엄연히 달랐다. '단순히 볼을 차는 것'과 '강약 반복해 뛰며 호흡을 거칠게 만들고, 상대 수비 압박까지 이겨내면서 볼을 차는 것'은 판이했다.

신 감독이 토로했다. "90분을 소화하지 못한다면 교체 카드 한 장은 꼭 승호 쪽에 쓸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팀에 줄 수 있는 변화 폭도 제한될뿐더러, 한국을 분석하는 상대의 대처도 쉬워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강행했다. "너 데려간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몸 만들어놔".




사실 4월 연습경기 중에도 백승호를 지켜보는 시선은 긴가민가했다. 축구 기술 및 지능은 준수했어도, 이를 구현해 보일 동력이 살짝 못 미쳤다. 이 정도 수준으로는 특별 관리가 완벽히 성에 안 찰 수 있었다.

하지만 결전의 달이 되자 귀신같이 살아났다. 시작은 8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비공개 평가전. 현장서 관전하던 정정용 U-18 대표팀 감독도 놀랐다. "승호 많이 좋아졌네"라며 치켜세운 뒤 "여기서 더 욕심내야 한다. 몸 바짝 올려야 향후에도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조언도 남겼다. 이강인 역시 "승호 형이 제일 잘하지 않아요?"라며 평을 전했다.

뚜껑을 열었다. 20일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첫 라운드 기니전. 백승호는 4-1-4-1 전형의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격했다. 신 감독이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놨을 만큼 지도자도, 선수도 모두 쉽지 않은 경기였다. 상대 개인 기량도 빼어났다. 경기 시작부터 현란한 스탭, 남다른 탄력으로 혼을 빼놨다.

요동치는 가운데, 백승호는 차분했다. 볼을 키핑하고 연결하며 찬찬히 풀어나갔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대륙 선수들과 맞붙어본 게 적잖은 도움이 됐다. 숨이 터지기 전 어떻게 평정을 찾고 흐름을 장악해나가야 할지 알고 있었다. 신 감독이 기대했던 부분도 이와 닿는다. 후반 들어 폭발한 쐐기골도 물론 좋았으나, 볼을 점유하며 팀 중심을 지켜주길 바랐다. 동료들이 들뜨거나 주눅 들어도 백승호만큼은 흐름을 잡아주길 원했다.

일단 기니전은 '대박'이었다. 이제는 대회 전체의 성공을 바랄 때. 백승호는 "에이, 더 잘해야죠"라며 분위기를 식혔다. 이번엔 아르헨티나다. 23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16강행 확정을 노린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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