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Story] 조영욱은 왜 다칠 걸 알고도 돌진했을까
입력 : 2017.05.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조영욱(18, 고려대)이 물어왔다. "어젯밤 아구에로 골 보셨어요? 움직임, 진짜, 크".

지난해 늦가을쯤 됐다. 긴 패딩 점퍼가 드문드문 보이던 서울시장기대회 때다. 이날 정종선 언남고 감독은 3학년을 모두 뺐다. 1~2학년으로도 괜찮으리라 판단한 모양. 나머지는 전남 영광에서 열릴 후반기 고등리그 왕중왕전을 위해 아껴뒀다. 졸업반 조영욱도 관중석에 자리를 잡았다.

혼잣말로 재잘재잘 떠들었다. "아, 저 때는 그게 아니지", "이쪽 줘. 여기, 여기", "포워드가 더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겉보기보다 말이 조금 많은 스타일이다.

대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얘기도 꺼냈다. 간밤에 맨체스터 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넣은 골이 기가 막혔다고. "제가 또 아구에로 많이 좋아하잖아요"라며 굳이 휴대폰으로 돌려봤다. "이쪽 라인에서 간보다가요. 그 뒤로 돌아가는 움직임에 딱 결정. 저 그때 5월에 넣은 골(수원 JS컵 한일전 결승골)이랑 비슷하죠?".





조영욱은 평소 '움직임'이란 표현을 자주 꺼냈다. 움직임이 좋다는 말만큼 추상적인 것도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상대 치부를 가차 없이 찌르는 동작' 혹은 '상대를 정말 짜증 나게 하는 동작' 정도로 정의하고 싶다.

상대 최후방 라인을 타면서 수비수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한다. 신경을 슬슬 긁다 결정적일 때 한 방 퍽 날린다. 본인이 해결하든, 동료에게 그 공을 건네든. 조영욱은 슈팅 마무리 외 힘, 지능, 스피드, 활동량 등을 근간으로 한 '사전 움직임(주로 침투)'도 곧잘 취했다. 최전방 공격수의 대시 한 차례가 팀 전체에 불어넣을 활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2라운드 아르헨티나전. 이번에도 조영욱이 해줬다. 포인트도 없고, 불필요한 액션에 경고도 받았으나. 중요한 과정에는 다 관여했다. 이승우가 신명 나게 달리기 전 상대 수비수와 싸우며 버텨줬고, 백승호가 차 넣은 페널티킥은 직접 몸 날려 얻어냈다.




해맑다고 해서 걱정거리가 없었을까. 조영욱은 5월 대회 시작 전부터 "저 솔직히 요새 득점력 저조하잖아요"라며 털어놓곤 했다. 구산중, 언남고, 고려대, 그 외 연령별 대표팀 통틀어 이처럼 득점이 뜸했던 적도 흔치 않았다. 움직임이 아무리 좋다 한들, 골로 평가받는 게 본인 숙명.

백승호의 팀 두 번째 득점 장면을 만들 때는 아찔한 순간도 겪었다. "저 그때 가슴 터지는 줄 알았어요"라며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너 죽은 거 같았어"란 주변 농담에 "나도 그런 느낌이었다니까"라고 받아쳤지만, 당시엔 모두가 눈 질끈 감았다.

이토록 무모한 돌진까지는 즐기지 않았던 타입. 그럼에도 들이받았다. "골키퍼가 나온 것도, 위험한 상황인 것도 알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골문이 비어있었다는 말이잖아요?"란다. "제가 헤더만 하면 골키퍼랑 부딪혀도 골 될 확률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안 돼도 페널티킥 줄 거였고요"라던 조영욱은 어떻게든 한 골 넣고 싶었다.

"저는 사실 조연이니까요". 조영욱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오래 남는다. "그래도 요새는 (백)승호 형, (이)승우에 저까지 끼어서 스리톱이라고 해주시더라고요. 감사하죠. 그런 만큼 월드컵에선 결정도 좀 지어야 하는데..."라며 쑥스럽게 웃던 이 선수에게. 괜찮다.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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