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받아든 신태용의 자기 암시
입력 : 2017.07.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축구회관] 조용운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을 두고 '독이 든 성배'라 부른다. 지도자 입장에서 대표팀 감독은 최종적인 자리다. 화려하지만 그만큼 상당한 책임감이 주어진다.

신태용 감독이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달콤하지만 위태롭다. 신 감독에게 주어진 기회는 짧으면 고작 두 번 뿐이다. 남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에 따라 신 감독은 최악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결코 꽃길이 아니다. 현재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월드컵 본선 직행이 가능한 2위에 올라있지만 진출을 자신할 수 없다. 남은 상대가 최근에 이겨보지 못한 이란이고 최종전을 우즈베키스탄 원정으로 치러야 한다.

단순히 성적만 따라준다고 답이 아니다.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국민들이 가지는 큰 관심에 보답하는 경기력이 필수다. 수많은 감독이 월드컵 이후에 실패했고 재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3년 전 홍명보 전 감독도 지금처럼 소방수로 선택을 받았으나 짧은 준비 시간에 막히며 초라하게 대표팀을 떠나야 했다.

신 감독의 상황은 그때보다 더 어렵다. 그래도 신 감독은 특유의 자신감으로 위기를 이겨낼 생각을 하고 있다. "힘든 시기에 나를 믿어줘 감사하다"는 취임 기자회견 첫인사가 이를 대신한다.

신 감독은 독이 든 성배 앞에서 웃었다.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남은 2경기에 접근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자신감은 있었다. 내심 원했던 도전이다. 신 감독은 차기 사령탑으로 선정되던 날 자신에게 혼잣말을 했다.

그는 "기술위원회가 있던 날 김호곤 위원장님이 전화를 주실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전화가 없길래 안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편하게 시간을 보낼 때 안기헌 전무님으로부터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면서 "이때 느낌이 왔고 전무님을 뵈러 가면서 '신태용 화이팅, 잘했어'라고 속으로 말했다"고 털어놨다.

신 감독에게 월드컵은 독이 든 성배를 들 만큼 간절한 무대다. 선수 시절 신 감독은 K리그를 대표적인 스타였음에도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끝내 선수로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신 감독도 "이제 나이가 50이 되어가는데 월드컵에 나가지 못한 것이 아직도 한"이라며 "선수 때 하지 못한 것을 감독으로 경험하라고 기회를 마련해준 것 같다. 감독으로 꼭 비상하겠다"고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를 숨기지 않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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