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수의 풋볼커넥션] EPL 집관, 한국보다 영국이 더 힘든 이유
입력 : 2017.07.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지난 4월 ‘엘클라시코’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간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가 있었다. 추가시간에 터진 메시의 극적인 골로 인하여 바르사의 3-2로 끝난 이 명승부를 많은 국내팬들은 TV로 시청할 수 없었다. 프리메라리가의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국내의 한 방송사가 이 경기를 유료전용채널에서만 방송했기 때문이었다. 공식적인 인터넷 무료중계도 없었다. 따라서 그 경기를 보기 위해선 축구팬들은 해당 채널 시청료 한달권인 9800원을 내야 했다. 선뜻 지불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의 본고장인 잉글랜드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비싼 돈을 내고 축구 경기를 시청해야 만한다. 이미국 내 다수의 팬도 알고 있겠지만, 영국에서는 스카이스포츠와 BT스포츠가 프리미어리그경기를 나누어 중계한다. 원래는 스카이스포츠만이 독점적으로 중계했었다. 2013년에 들어 통신사인 BT가 스포츠채널을 창립하였고, 그와 동시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2013-14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의 일부분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에는 스카이스포츠가 프리미어리그 126경기, 잉글랜드내 하부리그와 EFL컵경기를 독점중계하였다. 해외리그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독점 중계하고 있으며, 작년부터는 중국 슈퍼리그까지 중계해주고 있다.

반면 BT스포츠는 프리미어리그 42경기,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세리에A나 분데스리가, 리그앙 등 다른 주요 유럽국가들의 리그 경기를 독점중계하였다. 스카이스포츠가 BT 스포츠보다 더 많은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중계한다. 스카이스포츠는 토요일 1경기, 일요일2~3경기, 그리고 월요일밤 8시경기인 ‘먼데이나잇풋볼’까지중계하기때문이다. BT 스포츠는 토요일 반드시 한 경기, 일요일은 가끔한 경기를 중계한다. 두 채널들은 모두 한국의 케이블TV처럼 유료채널이다.



문제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스카이스포츠의 경우 ‘스카이스포츠’ 그 자체만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해당 회사의 상품인 ‘스카이TV’ 라는 서비스를 기본적으로 신청한 뒤 ‘스카이스포츠’ 옵션을 추가로 신청해야 한다.

해당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한 달에 49.5파운드(약74,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최소 18개월을 의무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BT 스포츠의 경우는 가격 측면에서 훨씬 합리적이다. 한 달에 10파운드 (약15000원)다. 하지만 이는 약 5경기 정도의 비용 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기가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중계되기 때문이다.

이는 현지팬들이 개인가정에서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하는 것에 대한 상당한 부담을 가져다 준다. 이렇게까지 비싼 이유는 두 방송사가 한 시즌을 위해 프리미어리그사무국에 지불하는 천문학적인 돈에서비롯된다. 그들이 매시즌 지불해야 하는 돈은 스카이스포츠가 41억7,600만파운드 (약 6조 2천억원), BT 스포츠는 9억6천만파운드(약 1조 4천2백억원)이다. 즉, 한 경기당 각각 164억원, 110억원에달한다. 이는 저번 시즌부터 2018-19시즌까지 3시즌 동안 적용된다.



그런데 현지이기 때문에 또한 워낙 축구를 좋아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모든 경기를 다 중계해줄 것으로 생각하는국내팬들이 많을 것이라 추측된다. 하지만 막상 영국 현지에서는 프리미어리그 총 38라운드 308경기 중 절반이
조금 넘은 168경기만이 중계가 된다. 이는 1960년대 어느날 영국축구클럽들의 회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시작된다. 번리의 회장인 봅로드가 펀딧아레나와의 인터뷰에서 한말에 따르면, 그 당시 번리와 같이 소규모 클럽들에 있어서 재정적인 위협의 요소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잉글랜드의 축구는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십을 포함한 대다수의 리그경기들이 토요일오후 3시 (한국시간 밤 11시 또는 일요일 자정)에 펼쳐진다. 그런데 빅매치가 그 시간에 중계될 경우, 이는 구단수 입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것이다. 그 경기를 보기 위함으로 인하여 소규모 클럽들의 관중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현지시각 토요일 오후 2시 45분부터 5시 15분까지는 영국 내에서 축구중계를 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오직 모든 리그 일정이 종료된 시점에 펼쳐지는 FA컵 결승만이 오후5시 (한국시간새벽 1시) 킥오프
경기중계가 허락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시간에는 주로 럭비중계가 방송된다.

그렇기 때문에 토요일 점심시간 경기를 펍에서 관람하고 있으면 경기종료 시점이 다가오면 럭비팬들이 뒤에서
대기중 일때가많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축구팬들은 자리를 떠나고 그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쉽게 볼수있다. 결국, 이는 지역축구팀들에 대한 서포팅을 장려하고 모든 레벨의 리그들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것이다. 국내에선 현지시간으로 3시 (한국시간밤 11시/자정)경기를 볼 수 있기에 현지보다 많은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영국에서의 축구시청이 더욱 비싸게 여겨지는 이유이기도하다.




프리미어리그 본고장인 잉글랜드에서 많은 사람이 펍에서 축구를 즐기는 이유가 여기에있다. 물론 개인의수입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한 시즌에 60만원 이상이나 지불하면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는 것은 부담될 것이틀림없다. 게다가 중계하는 모든 경기를 다보고 싶지도 않을 것이기에 그 돈을 내면서까지 집에서 경기를 보고싶지는 않을 것이다.

나머지 경기는 밤10시 30분경에 공영방송 BBC의‘매치오브더데이’를 통해 하이라이트만 즐겨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챔피언스리그 하이라이트는 다른 공영방송인ITV에서 해당 주의 모든 경기가 끝난 수요일밤 11시에 방영한다. 비록 공영방송채널들을 시청하기 위해서도 유료라이센스가필요하지만, 크게 비싸지가 않고 TV가있는 세대들은 모두 이미 그정도는 갖추고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펍에서는 맥주나 식사, 음료 한잔만 사더라도 눈치보지 않고 TV중계를 해주는 한에있어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경기만을 즐길 수가 있다. 물론 전통적으로 이어진 문화로서 사람들을만나고, 소통하며 축구시청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펍들 역시 1년에 스카이스포츠와 BT를 방영하기 위해 각각2200만원, 1100만원정도를 내야한다. 그러나 그들이 축구를 시청하는 손님에게 벌어 들이는 돈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유동 인구가 큰지역에서는 중계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앞다투어 중계권을 사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팬들은 보다 부담없이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가까운펍으로 가게되는 것이다. 이렇듯 프리미어리그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는 현지임에도 불구하고, 직관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오히려 한국보다 시청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할수있다.

글=임준수 통신원(영국 셰필드)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