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울] 유다가 된 이상호, 빅버드는 야유로 덮였다
입력 : 2017.08.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수원] 김성진 기자= 그가 볼을 잡으면 경기장은 거센 야유가 울려 퍼졌다. 8개월 여 만에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선 이상호(30, FC서울)를 향한 수원 삼성 팬들의 분노였다.

이상호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군복무를 한 2년을 제외하고 수원에서 활약했다. 프로 데뷔는 울산 현대였지만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긴 시간을 수원에서 보냈다. 수원을 대표한 선수 중 한 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호는 올해 서울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선수가 이적할 수 있지만 수원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서울 이적이 화근이었다. 두 팀의 맞대결은 슈퍼매치로 불릴 만큼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이다. 거기다 이상호는 라이벌전의 뜨거운 열기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이상호는 지난 3월 5일 수원을 상대로 서울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그는 1-1 동점을 만드는 골을 터뜨렸다. 첫 판부터 수원 팬들에게 비수를 꽂는 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5개월 여의 시간이 흘러 이상호는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 섰다. 올 시즌 3번째 두 팀의 맞대결이었다. 지난 6월 18일 서울은 수원 원정을 치렀지만 그 즈음 이상호는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날이 이상호가 서울 소속으로 수원에 온 첫 날이었다.

수원 팬들은 항상 그랬듯이 서울 선수들이 볼을 잡고 플레이를 하면 야유를 보냈지만 이상호가 볼을 잡으면 그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전반 30분경 이상호가 공중볼을 차지하려다 수원 이종성을 쓰러뜨리자 수원 서포터스는 특유의 야유 응원인 “그 따위로 축구하려면 XXXXX”를 외쳤다. 물론 그 외에도 이상호의 플레이를 방해하려는 야유는 계속됐다.

이상호는 야유 속에서 흥분할 수 있었지만, 평정심을 유지했다. 자신의 역할인 돌파와 공격 지원을 펼치며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후반 16분에는 수원의 자책골에 간접적인 기여를 했다. 고요한의 크로스를 곽광선이 잘못 걷어내며 자책골이 됐으나 곽광선이 놓쳤더라도 이상호의 발에 충분히 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상호의 위치 선정이 보이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상호는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소닉’이라는 별명답게 그라운드에서 종횡무진 움직이며 서울을 움직였다. 서울 팬들은 승리가 다가오자 이상호의 이름을 외치며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수원 팬들은 라이벌의 승리에 힘을 실은 이상호의 활약에 씁쓸함을 느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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