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웃은 김병수의 서울 이랜드, 지금부터가 진짜다
입력 : 2017.08.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잠실] 김진엽 기자= 고기도 먹어본 자가 그 맛을 안다. 승리, 그것도 대승을 경험한 김병수 감독의 서울 이랜드는 승자의 희열을 재차 느끼기 위해 더 강해질 것을 예고했다.

서울 이랜드는 지난 12일 서울잠실올림픽주경기장서 열린 부천 FC 1995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24라운드서 알렉스, 최오백, 전민광의 연속골에 힘입어 4-1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서울 이랜드는 지난 5월 29일 안산전 승리(2-1 승) 이후 10경기 만에 첫 승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반전했다. 동시에 안산 그리너스와 대전 시티즌을 제치고 리그 8위로 올라서며 꼴찌 탈출에도 성공했다.

서울 이랜드는 이번 시즌 시작 전 많은 기대를 모았다. 2017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김병수 감독을 앉혔기 때문이었다. 영남대를 대학 정상에 올려놓았기에 프로 무대에서도 지도력이 통할지 이목이 쏠렸다.

안타깝게도 프로의 벽은 높았다. 시즌 첫 3경기를 내리 연패했다. 4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으나 또 한동안 무, 패라는 부진한 성적만 남겼다. 자연스레 김 감독의 능력에 물음표가 따르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0일 부천과의 리그 두 번째 맞대결(0-1 패)서 만났던 그는 변한 여론 때문인지 표정이 어두웠다. "이젠 미디어를 대하는 것까지 어렵다"라며 말끝을 흐리던 모습은 제3자가 봐도 안쓰러웠다.

그로부터 약 두 달 뒤. 장소만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잠실올림픽주경기장로 바뀌었을 뿐, 상대도 리그 분위기도 그대로였다. 다만 사전 인터뷰에서 만난 김 감독의 기운에 변화가 있었다.

그는 “수비를 좀 손봤다. 부천은 공격력이 좋은 팀이지만, 축구는 11대11로 싸우는 거다. 조직력으로 승부할 생각이다”라며 힘줘 말했다. 알 수 없는 평온함에 '모든 걸 내려놓았나?’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 뒤, 김 감독의 자신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리그 최하위 팀과 3위 팀 경기라고 믿기 힘들 만큼 팽팽했다. 후반전에는 4골을 터트리며 4-1 대승까지 거머쥐었다.

적어도 이날 만큼은 다른 팀 같았다. 고르지 못한 잔디 상태 때문에 몇 차례 패스 미스를 연출한 거 외에는 군더더기 없는 90분이었다. 최전방에서 알렉스와 최오백이 스피드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뒤에서 아츠키-주한성 등이 전방을 향해 계속해서 패스를 넣었고, 측면 자원들은 쉴새 없이 터치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이따금 터지는 수문장 김영광의 선방까지 모든 게 훌륭했다.

결과와 내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설 때 당당하면서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입장했다. 그리곤 환한 미소와 함께 “와우!”라는 감탄사로 장내 모든 이들을 당황하게 했다. 평소 말수나 표현이 적었던 김 감독이었기에 이날 결과가 그를 얼마나 기쁘게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축구에서 이기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다. 끝까지 응원해주신 서울 이랜드 팬들과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경기 전 선수들에게 ‘우린 루저가 아니다’라고 주문했다. 자신감과 열정을 갖고 임하면 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승리를 발판으로 삼아 더 성장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승은 기쁘지만 어차피 승점 3점이다. 크게 의미를 두진 않겠다. 오늘 결과 덕분에 득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내가 성장해야 선수들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부터 노력하겠다. 지금보다 더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대승이라는 결과는 선수단에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팀 내 최고참인 김영광은 “우리는 바닥을 쳤으니까 더 내려갈 곳도 없다. 이젠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후회 없이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선수들이 점점 감독님의 전술을 이해하면서 제대로 경기를 해냈다는 게 뿌듯하다. 연습의 효과가 인제야 나타나는 것 같다”라며 김병수의 서울 이랜드는 지금부터가 진짜라고 시사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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