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백승호의 선택은 왜 지로나였나
입력 : 2017.08.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FC바르셀로나 B 소속 백승호(20)의 차기 행선지가 정해졌다.

지로나FC(구단 간 합의, 현지 시각으로 21일 오전 최종 사인). 창단 뒤 처음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무대를 밟은 지로나는 현재 맨체스터 시티가 지분 50%를 투자한 팀이다. 지난주에는 맨시티와 친선전도 벌였다.

계약 기간은 총 3년이다. 2군 격인 페랄라다-지로나 B팀 한 시즌 임대 뒤 A팀 승격이다. 실전 감각 제고를 위해 스페인 3부리그에 속한 B팀에서 예열한다. 향후 전개에 따라 A팀 훈련 및 출전 기회도 주어질 전망이다.




백승호의 2016/2017 시즌 출전 이력은 사실상 없다. 후반 교체 투입된 한 경기가 전부다. 과거 바르사 B 콜업을 적극 요구하는 등 백승호의 가치를 인정한 제라르드 로페스 바르사 B 감독과의 관계에도 균열이 갔다. 선수 본인은 자신의 상태를 자신했으나, 성적에 급급했던 팀은 기대만큼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백승호는 지난 3월부터 한국에 머물렀다. 5월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함. 신태용 전 U-20 대표팀 감독이 직접 바르셀로나 현지로 날아가 구단 관계자와 관련 문제를 상의했다. 소속팀을 떠나온 백승호는 대표팀 소집 해제 시기에도 단내 나는 운동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루이스 플라비우, 우정하 피지컬 코치 등이 제시한 개별 프로젝트에 맞춰 나아갔다.

백승호는 최종 소집 당일 실시한 훈련에서도 다소 처진 모습이었다(아래 사진 참고). 개인 사이클에 맞춰 훈련하면서 팀 일정을 오롯이 소화하기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피지컬 코치 등이 옆에서 함께 뛰고 독려하며 경기에 나설 몸을 만들어나갔다.

확 달라진 건 5월 8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비공식 평가전부터다. 11일 우루과이전, 14일 세네갈전을 거치며 극적으로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발목을 다쳐 U-20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했을 만큼 고난을 겪기도 했으나, 조별예선 3경기에 16강까지 소화하며 몫을 해냈다.




백승호 측은 일찌감치 이적을 준비했다. U-20 월드컵을 마친 직후 승격 플레이오프에 한창이던 바르사 B에 합류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훈련했으나, 팀 잔류는 애초에 논외로 뒀다. 구토까지하며 힘들게 올려둔 몸이 다시 처지는 일은 피해야 했다.

바르사 B가 2부 승격이란 목표를 달성한 가운데, 백승호는 다음 목적지를 물색했다. 뛰지 못하면 굳이 굳이 남을 이유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마침 백승호의 유년기를 지켜보며 총애한 기예르모 아모르 유스 총괄 디렉터가 바르사로 복귀하면서 여러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선택지는 다양하게 뒀다. 셀타 비고, 마요르카, 코르도바 등이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 A팀 직행, B팀 합류 뒤 A팀 승격 등 팀마다 조건의 차이는 있었다. 타 리그도 있었다. 네덜란드 등지에서 백승호를 원한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단, '클럽 이름값'이 아닌 '경기력 향상'에 비중을 뒀다. 한 시즌에 30경기 이상씩 소화하며 프로 선수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더 낮은 리그로 향하는 일도 검토했을 만큼 경기 출전에 목말랐다.




지로나는 뒤늦게 급부상한 선택지다. 이미 이달 초 스페인 현지에서 보도됐듯, 지로나와의 프리시즌 친선전이 크게 작용했다. 백승호는 이날 도움을 올리며 상대팀 지도자의 마음을 훔쳤다. U-20 월드컵부터 그려온 상승 곡선에 자신감까지 붙어 도약 속도는 더 빨라졌다.

계약 기간을 남겨둔 바르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재계약 후 임대, 바이백 조항 포함 여부 등을 놓고 조율해나갔다. 구단 측은 지속적인 관찰을 위해 거리가 가까운 곳 혹은 바르사와 밀접한 위성 구단 격 팀으로 보내려 했다. 마침 접점을 찾은 곳이 지로나(바르셀로나와 지로나는 약 100km에 불과). 하지만 지난 18일 최종 합의 직전 노선을 달리했다. 마지막 순간 구단 내부 사정으로 손을 떼며 백승호는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게 됐다.

일단 큰 매듭은 풀어냈다. 이적생으로 분류된 뒤에도 프리시즌을 소화하며 괜찮은 평가를 받아낸 백승호는 또 다른 시작점에 섰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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