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프랑크푸르트? 차붐이 영덕으로 달려갔다
입력 : 2017.09.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영덕] 홍의택 기자= 한 독일인이 묻길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답은 "한국에서요", 이어 "차범근 씨가 프랑크푸르트 팀 선수였잖아요", "그게 저예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방송사 SBS에서 만든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다. 과거 선수 시절을 지낸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다시 찾은 차 전 감독. 환갑을 넘긴 채 회고에 젖은 노신사에게 현지 팬들이 몰려들었다.

차 전 감독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서 총 네 시즌을 뛰었다. 122경기를 뛰면서 46골을 퍼부었다. UEFA컵, DFB 포칼에서 정상을 찍었다. "차범근이란 선수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려준 팀"이라며 프랑크푸르트의 의미를 설명하던 그다.

"처음 독일에 가서 한 시즌을 뛴 다름슈타트도 내게는 중요한 팀이었어. 분데스리가 문을 열게 해줬지. 지난달 현지에 갔더니 내가 뛰던 당시 네 살, 아홉 살이었던 올드팬들이 날 안 잊고 있더라고"

"그다음 팀 프랑크푸르트는 내가 있을 때가 전성기였어. 우리가 UEFA컵, 포칼을 동시에 먹었으니까. 나로선 프로 무대에 진출해 최고의 경기를 했던 팀이지. 그쪽 사람들이 날 대해준 건 특별해. 현지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이 내 덕에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어봤으니 나로서는 참 고맙지"





차 전 감독은 최근 경북 영덕으로 달려갔다.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열린 2017 제12회 한국중등(U-15)축구연맹회장배 겸 경상북도지사배 국제축구대회 때문. 하루 이틀도 아니고 대회 기간 내내 상주했다. 옛 소속팀 프랑크푸르트 U-15가 방한한다는 말에 고민하지도 않았다.

여기엔 특별한 연도 얽혀 있다. 이 팀을 데려온 책임자 아민 크라츠 단장이 차 전 감독의 선수 시절 프랑크푸르트 유소년팀 소속이었던 것. 그뿐 아니다. 차두리의 임시 스승 역을 맡기도 했다. 차 전 감독은 국가대표팀 코치직 때문에 영덕으로 오지 못한 차두리를 대신해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었다.

"영덕에 이렇게 길게 온 건 처음이야. 프로팀 감독 맡으면서 지방 곳곳에 다녀본 적은 있어도 중학교 시합을 찾은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내가 바이어 레버쿠젠으로 이적할 때가 서른 살인데 쟤(아민 단장)가 열여덟이었거든. 나 포함 우리 친구들이 당시 프랑크푸르트 스타들이었으니 아민은 사실 내가 좀 어렵지. 우리가 꿈 아니었겠어?(웃음)"

"그 이후 (차)두리가 열다섯 살 때 나랑 독일에 잠깐 갔거든. 그때 U-15 팀이 없었는데, U-18 팀 맡고 있던 아민이 '제게 보내세요'라고 하는 거야. 팀에 넣어서 같이 훈련을 시켜줬어. 그게 또 연이 됐지. 아민은 축구 선수로는 크게 성공 못 했어도 지금 프랑크푸르트의 유소년 센터장이야. 독일이 유로 2000 예선 탈락하면서 만들기 시작한 게 유소년 센터잖아? 그 중심에 있는 거지"





29일 경기는 더없이 특별했다. 차 전 감독 외 김경수 중등연맹 회장, 이희진 영덕군수가 총출동한 대회 16강. 프랑크푸르트 U-15는 국내 명문으로 꼽히는 경신중학교와 격돌했다. 경신중/고를 졸업한 차 전 감독에겐 친정팀끼리의 맞대결이었던 셈이다. 비등했던 경기는 프랑크푸르트 U-15의 2-1 승리.

프랑크푸르트의 기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8강에서 오산중(FC서울 U-15)를 2-1로 제압했고, 4강에서 목동중을 승부차기 끝에 물리쳤다. 결승에서는 세레소 오사카와 맞붙어 0-1로 석패했다. 우승까지는 못했으나, 빡빡한 일정 속 발전 가능성을 보인 데 차 전 감독도 박수를 보냈다.

"경신중이 또 우리 후배들이잖아.(웃음) 우리 때는 사실 2부 팀 정도였거든. 그런데 이번엔 한국을 대표해 국제대회까지 나왔으니 많이 발전한 거지. 프랑크푸르트는 또 내게 분데스리가 성공의 길을 열어줬고. 둘 다 특별한 애정이 있어서 지금 중립 지키느라 힘들어. 양쪽이 골 넣어도 박수도 못 치고 있잖아(웃음)"

"내가 늘 하는 말이 '프랑크푸르트는 내게 제2의 고향'이라는 거야. 우리 애들은 거기서 태어났으니 완전히 고향인 거고. 그만큼 팬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어. 프랑크푸르트에서 누가 왔다고 하면 가족 행사처럼 반기는 것도 다 그 때문이지. 이번 영덕 대회 참 좋았는데, 내년에도 또 이런 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사진=스포탈코리아, SBS 다큐 <두리아빠 축구바보 그리고 전설, 차범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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