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슈켄트에서] 축구화 노이로제…고요한이 준비한 다섯 켤레
입력 : 2017.09.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조용운 기자= 고요한에게 우즈베키스탄은 떠올리기 싫은 상대다.

고요한은 본래 공격성향이 짙은 자원이다. 프로 데뷔 초기 윙포워드와 미드필더로 각광을 받았던 그는 지난 2012년 FC서울에서 오른쪽 수비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멀티플레이어로 급부상했다.

수비수 고요한은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빼어난 활동량에 공격적인 성향이 더해지면서 K리그서 맹활약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최강희 감독의 눈에도 들어 수비수로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2012년 9월, 고요한은 자신의 세 번째 A매치를 치렀다.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를 위해 우즈베키스탄 원정경기에 나선 고요한은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고 2-2 무승부 문제의 중심으로 뽑혔다.

K리그서 보여주던 고요한의 모습이 아니었다. 고요한은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자주 미끄러지면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지 못했다. 뒤늦게 고요한이 A매치 경험이 많지 않아 국내서 신던 짧은 잔디용 축구화 하나만 준비한 것이 알려졌다. 우즈베키스탄은 국내와 달리 잔디가 무르고 미끄럽다. 그래서 스터드가 긴 축구화가 필요했지만 고요한은 이를 알지 못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고요한에게 다시 우즈베키스탄전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신태용 감독이 오른쪽 수비 자원으로 고요한을 택했다. 앞서 이란전에서 최철순이 경고 한장을 받아 총 2장을 누적하며 우즈베키스탄전 결장이 확정됐다.

신 감독은 고요한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지난 2일(한국시간) 훈련을 앞두고 "최철순이 뛰지 못하는 자리는 고요한이 대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고요한이 뛴다면 포백과 스리백 등 다양한 전술적 색채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일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보조경기장서 오후 훈련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고요한은 먼저 축구화 일화를 꺼냈다. "우즈베키스탄에 와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멋쩍게 웃은 그는 "다시 왔는데 후회없게 실수하지 않고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준비한 축구화는 특별히 다섯 켤레다. 평소 소속팀에서 원정을 다닐 때 고요한이 챙기는 축구화는 두 켤레다. 주로 고무 스터드로 된 축구화다. 이번 원정에는 특별히 스터드가 쇠로 된 축구화만 2개를 챙겼다. 고무 스터드 3개를 포함해 5개가 고요한의 가방에 들어있다. 고요한은 "경기장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미끄러울 수 있기 때문에 쇠로 된 축구화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플레이도 성숙해졌다. 그는 "5년 동안 K리그서 경험을 많이 쌓았다. 성숙해졌다"며 "사이드 수비수로 뽑혔기에 감독님의 요구를 플레이로 구현하겠다. 어떻게 플레이할지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더했다. 공격력이 장점인 풀백을 위해 "수비에 집중하긴 하겠지만 공격 기회가 생기면 과감하게 올라가겠다"고 덧붙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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