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우즈벡] 2경기 20분 출전... 이동국이 태운 마지막 헌신의 불꽃
입력 : 2017.09.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조용운 기자= 이동국의 왼쪽 눈은 충혈된 상태였다. 우즈베키스탄으로 오기 전부터 조금은 부어있던 눈은 경기에 임박해 눈에 띄게 불편해 보였다.

그래도 이동국은 묵묵하게 대표팀을 이끌었다. 오랜만에 다시 입은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90분 풀타임을 뛰며 다득점을 넣으라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선지 이동국은 더욱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애를 썼다. 조기 소집 때부터 이동국은 군기를 잡는 맏형이 아닌 농담을 던지고 팀에 웃음을 안기는 신이 난 고참을 자처했다. 때로는 "더 희생해야 한다", "이란전을 빠르게 잊어야 한다"고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승부사의 면모를 과시하고 싶었다. "나는 정신적 지주가 아니다"는 각오로 이란-우즈베키스탄전을 준비한 그는 웃음기 뒤에 진지함으로 트레이닝복을 늘 땀으로 적셨다. 선발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신태용 감독도 "이동국은 적은 시간에도 한방을 터뜨려 줄 선수"라며 조커 기용에 대해 문을 열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2경기 동안 이동국에게 주어진 시간은 추가시간 포함 6분이었다. 10명이 뛰는 이란을 맞아 가장 늦게 들어가면서 별다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 원정도 마찬가지다. 후반 내내 우즈베키스탄 골문 뒤에서 몸을 풀며 투입 명령만 기다렸다. 눈은 경기장에 가 있었지만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는 건 이동국이 유일했다.

이번에는 이란전보다 조금 더 기회를 부여받았다. 후반 33분 이근호를 대신해 들어가면서 15분여를 뛰었다. 이동국에게 주어진 총 20여분의 시간은 눈깜짝할 새 지나갔다. 기대했던 노장의 득점포는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불꽃을 그라운드서 태운 국가대표 이동국은 어쩌면 마지막을 그렇게 장식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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