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메시의 우승 꿈, 그리고 간당간당한 본선행
입력 : 2017.09.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다 품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스페인 국왕컵, 스페인 수페르코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UEFA 슈퍼컵,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까지. 하나도 품지 못했다. FIFA 월드컵, 코파 아메리카 모두 놓쳤다.

리오넬 메시(30)는 아르헨티나 유니폼과 유독 연이 없었다. 팀을 메이저 대회 결승까지 올려놓곤 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준우승만 네 차례다.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한 뒤로는 대표팀 은퇴까지 선언했다.

그랬던 메시가 다시 돌아왔다. 발등에 불 떨어진 아르헨티나 축구협회가 매달렸다. 지난해 여름 아르만도 페레스 회장 대행이 직접 메시를 찾아가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의 비리 등 숨어있던 사안이 수면 위로 떠오른 혼란스러운 정국 속, 메시는 은퇴 의사를 번복했다.

아르헨티나의 사정은 썩 좋지 못했다. 러시아 월드컵 남미 예선 초반 4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다. 두 차례 비기고, 두 차례 졌다. 이후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을 급히 데려와 판을 다시 짰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공격 중심 축구로 인상을 남긴 삼파올리 전 칠레 감독은 지난 2015년 팀을 코파 아메리카 정상에 올려놓는 등 명장 반열에 오른 인물.

시작은 산뜻했다. 브라질과의 친선전에서 1-0 승리를 따냈다. 삼파올리 감독은 더욱더 완벽을 추구했다. 이번 A매치 주간을 앞두고는 각 소속팀 일정을 소화 중인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직접 찾았다. 개개인과 식사하며 향후 대표팀 구상을 의논했다는 후문이다. 메시뿐 아니라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세르히오 로메로, 니콜라스 오타멘디, 에베르 바네가 등과도 만났다.




남미는 춘추전국시대다. 브라질 외 누가 러시아행 월드컵 본선 티켓을 가져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경쟁 팀 결과에 순위가 요동치면서 아르헨티나는 한때 6위까지 처졌다. 모든 팀이 16라운드를 종료한 현재 2위 우루과이(승점 27), 3위 콜롬비아(승점 26), 4위 페루(승점 24), 5위 아르헨티나(승점 24) 순서다. 5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녹록지 않은 상황, 아르헨티나는 6일(이하 한국시간) 홈에서 최하위 베네수엘라를 맞는다. 이미 1승 4무 10패로 본선행을 접은 팀이었다. 무조건 승점 3점을 추가해 상위권 도약 발판으로 삼아야 했다. 하지만 맹공 속에서도 선제골을 얻어맞았고, 한 골 만회하는 데 그쳤다. 승점 1점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경기였다.

메시는 골에 근접한 장면을 여럿 만들어냈다. 수비적으로는 팀 동료들에게 많이 의지했으나, 공격적으로는 제 몫을 어느 정도 해냈다. 팀 슈팅 대부분이 메시 발에서 시작됐다. 일대일 상황 등 결정적인 장면도 제법 연출했다. 직접 해결까지 짓지는 못했어도 살짝 아래에 처져 플레이메이킹에 몰두한 메시에게 모든 걸 기댈 순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두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 달 뒤면 월드컵 본선행이 가려진다. 내달 6일 페루전(홈), 11일 에콰도르전(원정)이다. 객관적 전력상 그 일정이 그리 버겁진 않지만, 베네수엘라전 무승부를 떠올린다면 혹시 모를 일이다.

역대 레전드 대열에 낄 메시, 후대가 이 선수를 가늠할 가장 결정적 대목은 월드컵 우승 여부일지도 모른다. 메이저 대회 네 차례 준우승 한을 씻으려고 하나, 지금은 간당간당한 본선행부터 확실히 매듭지을 처지에 놓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르헨티나 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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