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히딩크는 한국의 영웅으로 남아야 한다
입력 : 2017.09.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박대성 기자= 거스 히딩크의 한 마디가 축구계를 흔들고 있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한국 대표팀은 신태용 감독 아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성공했고, 새로운 담금질에 들어갔다. 대한축구협회도 히딩크 부임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어쩌면 한국 축구는 히딩크 부임전과 후로 나뉜다. 히딩크가 한국 축구에 이룬 업적은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모두가 안다. 유럽 강호와의 평가전 이후 ‘오대영’ 감독 오명을 2002 한일 월드컵 4강으로 모두 씻어냈다.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한국은 폴란드와의 조별 리그 1차전 이후 무패(2승 1무)로 1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프란체스코 토티, 코코, 파올로 말디니가 버틴 이탈리아도 연장 혈투 끝에 제압한데 이어 카를레스 푸욜, 루이스 엔리케, 차비 에르난데스가 있던 스페인마저 격파했다. 전 세계가 놀랄 언더독의 반란이었다.

위계질서를 깨트린 일화는 유명하다. 히딩크는 한국 특유의 선후배 문화를 바꾸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훈련 중 반말을 사용하게 했다. 히딩크의 철학 아래 한국은 신구 조화가 완벽히 구현된 원 팀으로 거듭났다.



해외 진출의 교두보도 만들었다. 히딩크는 한국 대표팀 감독 이후 PSV 에인트호번 지휘봉을 잡았다. 이영표,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과 PSV에 입단했고 이후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현재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엠버서더로 각종 레전드 매치에 참가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과 별개로 히딩크의 행보는 어땠을까. PSV 감독 이후 호주와 러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클럽은 첼시와 안지 마하치칼라 지휘봉을 잡았다. 호주의 월드컵 16강과 러시아의 유로 2008 4강을 상기하면 충분히 인상적인 결과다.

대표팀 감독으로 국한하면 2008년은 먼 이야기다. 대표팀은 훈련 기간과 알고리즘이 클럽과 다르다. 그나마 최근인 2014년 3월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히딩크 감독은 1998년 이후 16년 만에 네덜란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유로 2016 본선행 임무를 받았다.

당시 히딩크는 네덜란드 감독으로 2014년 10월 1승 3패로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부진한 경기가 지속되자 자국 언론의 융단 폭격을 맞았다. 라트비아 원정에서 6-0 대승으로 한숨을 돌렸으나 반응은 냉랭했다. 현대 축구와 동떨어진 전술 운영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선진 축구를 선도하는 유럽의 실력 평준화도 한몫했다.

당시 네덜란드 언론 보도가 모든 걸 설명한다. 네덜란드 일간지 ‘알헤메인 다흐블라트’는 “히딩크는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어설프고 시시한 성과만 낸다”라고 비난했고, 21년 만에 유로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유력지 ‘AD’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동이었다. 히딩크는 루이스 판 할 감독의 성공을 이어가지 못했다. 네덜란드 혼란에 책임이있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조제 모리뉴 경질 이후 첼시 소방수로 부임해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리그 중 하위권으로 떨어진 팀을 특유의 리더십으로 끌어 올렸다. 히딩크가 정비한 팀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 아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으로 이어졌다.

국내 언론 ‘YTN’ 단독 보도에 따르면, 히딩크는 잉글랜드, 러시아 대표팀 감독 제의를 거절했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감독 퇴임 이후, 한국 대표팀 감독 복귀를 고려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4강 신화를 이룩한 감독 복귀를 상기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히딩크는 한국 영웅으로 남아야 한다. 히딩크가 돌아왔다고 상상해보자. 많은 업적을 이뤘지만, 실패라도 한다면 2014년 네덜란드 여론과 국내 여론이 다를 거란 보장은 없다. 영웅과 추억은 기억 속에 머물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상황도 2002년과 많이 달라졌다. 당시 한국은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성공을 위해 6개월이 넘는 장기 합숙으로 조직력을 담금질 했다. 대표팀을 클럽처럼 운영한 셈인데 이후 K리그의 일방적인 희생이란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현재로선 불가능한 일이다.

신태용호가 닻을 올린 대한축구협회 구상엔 히딩크 선임은 없다. 축구협회가 국내 언론에 전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시점에 히딩크 감독의 이야기가 왜 언급되는지 모르겠다. 신태용 감독과의 계약을 존중한다”라며 공식 입장을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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