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판 할의 아이들, 세대교체 실패 불렀다
입력 : 2017.09.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민철 기자= 네덜란드 대표팀의 세대교체가 답보상태에 빠졌다. 지난 2014년 루이스 판 할(66) 감독에 의해 등용된 유망주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4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네덜란드는 3년 만에 본선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조별예선이 8차전까지 치러진 현재 승점 13점으로 프랑스(17점), 스웨덴(16점)에 밀려 A조 3위에 그치고 있다.

추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세대교체 실패가 꼽히고 있다. 로빈 판 페르시(34), 베슬레이 스네이더르(33)와 같은 스타 플레이어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선수를 아직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 아르연 로번(33)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14 월드컵까지만 해도 네덜란드는 세대교체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당시 23인의 대표팀 명단 중 11명이 24세 이하 선수로 미래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돼 있었다. 이 중 멤피스 데파이(23), 조르지니오 바이날둠(27) 등은 본선에서도 각기 제 몫을 다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이들의 성장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11명의 24세 이하 네덜란드 유망주들은 2014 월드컵 이후 대부분 빅리그 진출에 성공했으나 이후 행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성장이 정체된 모습으로 후보 선수에 머물거나 또 다른 팀으로 쫓겨나듯 이적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 멤피스 데파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선수다. 지난 2013년 판 할 감독에 의해 대표팀에 데뷔했던 데파이는 2014 월드컵에서 적은 출전시간에도 불구하고 호주와 칠레를 상대로 각각 1골 1도움과 1골을 터트리며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유연한 드리블과 슈팅 능력은 로번의 후계자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지난 2015년 판 할 감독의 부름을 받은 데파이는 PSV 아인트호벤을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입단했지만, 잉글랜드에서는 대표팀과 PSV에서 보여주던 드리블과 슈팅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지난 2017년 올림피크 리옹으로 쫓겨나듯 팀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소속팀에서의 부진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데파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A매치 득점이 없다. 이달 A매치에서는 단 1분도 그라운드에서 나서지 못했다.

# 브루노 마르틴스 인디(25)

마르틴스 인디는 네덜란드의 유망주 수비수 중 한 명이었다. 지난 2012년 판 할 감독에 의해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그는 2014 월드컵에서도 주축 센터백으로 활약하며 팀의 4강 진출을 도왔다.

월드컵 직후 명문 포르투로 향하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새 주전 자리를 내주고 후보 신세로 전락했고, 출전 시간 확보를 위해 스토크 시티 이적을 택했다.

대표팀에서의 존재감도 미비해졌다. 마르틴스 인디는 딕 아드보카트(70) 감독 부임 이후 웨슬리 호에트(23)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며 단 한 차례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바이날둠은 스네이더르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선수다. 지난 2014 월드컵 당시 24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가 치른 7경기에 전 경기 선발 출전하면서 재능을 인정 받았다. 공격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미드필더로 향후 스네이더르의 빈 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다. 전성기를 맞이해야 할 27세에 접어들었지만, 3년 전에 비해 뚜렷한 발전이 없다. 소속팀 리버풀에서도 기복 있는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나비 케이타(22)가 합류한다면 결코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네덜란드에 바이날둠에 버금가는 미드필더가 없다는 것이다. 기대 이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가 아직까지도 바이날둠을 주전 미드필더로 활용하고 있는 이유다.

# 대릴 얀마트(28)

얀마트는 2014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타고 있다. 어쩌면 뉴캐슬 이적이 잘못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2014 월드컵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활약을 인정받은 얀마트는 뉴캐슬로 팀을 옮겼다. 당초 맨유, 첼시 등 빅클럽과 연결됐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웠다.

뉴캐슬에서 리버풀로 팀을 옮겼던 바이날둠과 달리 더 이상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지도 못했다. 얀마트는 지난해 EPL 하위권팀인 왓포드로 팀을 옮기는 데 그쳤다. 그 사이 대표팀에서는 케니 테테(22)가 얀마트의 자리를 꿰찼고, 얀마트는 지난해 9월 이후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 야스퍼 실레센(28)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실레센의 입지는 지난 2014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 2014 월드컵에서 전 경기를 소화했던 실레센은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 이후 치러진 룩셈부르크, 프랑스, 불가리아전에서도 선발 출전하며 주전 골키퍼 자리를 유지했다.

문제는 소속팀이다. 지난 2016년 바르셀로나로 팀을 옮긴 후 모든 대회를 통틀어 10경기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한창 경험을 쌓아야 할 나이에 벤치를 지키는 것은 본인이나 네덜란드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테렌스 콩골로(23), 조엘 벨트만(25), 요르디 클라시(27), 르로이 페르(27)가 어린 나이에 두각을 나타냈던 것에 비하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의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

판 할 감독이 등용한 11명의 24세 이하 선수 중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선수는 달레이 블린트(27), 스테판 데 브리(25) 정도뿐이다. 네덜란드는 2014 월드컵에서 배출한 유망주에 기대기 보다는 하루 빨리 다비 프로퍼(26) 등 새로운 선수 육성에 매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