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핫피플] 조국에 실망했던 메시, 스스로 구세주가 되다
입력 : 2017.10.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박대성 기자= 역시 리오넬 메시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남미 예선을 스스로 끝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러시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아르헨티나는 11일(한국시간) 에콰도르 퀴토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올림피크 아타우알파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에서 에콰도르를 3-1로 꺾었다. 값진 승점을 얻은 아르헨티나는 남미 지역 3위로 월드컵 직행에 성공했다.

메시는 2016년 6월 충격적인 은퇴를 선언했다.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결승전 직후 “아르헨티나 대표팀 생활은 여기서 끝이다. 모든 방법을 써봤지만 한 번도 이길 수 없었다. 나는 진심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다”라고 선언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우승 실패다. 아르헨티나는 월드컵과 코파 아메리카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바르셀로나 황금 세대로 모든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단 하나가 없었다. 아르헨티나 A대표팀 우승이다.

아르헨티나 성적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근본적 이유는 아르헨티나축구협회였다. 당시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공금 횡령과 회장 선거 비리로 얼룩졌다. 여기에 자국 중계권 횡령 사태(2009년~2015년)까지 겹쳤다. 추락할 대로 추락한 위상이었다.

대표팀 복지도 수준 미달이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기간에 숙소와 비행 시간을 정상적으로 배정 받지 못 했다. 체계적이지 않은 일정은 선수단 피로를 가중 시켰다. 실제 메시와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SNS 채널을 통해 “또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재앙이다”라고 전했다.

“모든 방법을 써 봤다, 진심을 다해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악조건 속에서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칠레에 우승컵을 내줬다. 우승 실패로 모든 여론이 메시에게 쏠렸다. 참았던 모든 감정이 폭발한 셈이다.



상황을 인지한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설득에 나섰다. 감독을 포함해 대통령까지 대표팀 복귀를 요청했다. 2016년 8월 13일, 메시는 실망을 접어두고 아르헨티나 대표팀 복귀를 공식 발표했다.

월드컵 예선은 정말 쉽지 않았다. 신임 아르헨티나축구협회장 선출이 있었지만, 에두아르도 바우사 감독의 아르헨티나는 부진을 거듭했다. 페루, 베네수엘라와 무승부, 브라질전 완패와 볼리비아 원정패로 아르헨티나는 추락했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바우사 감독 전격 경질을 발표했다. 이후 지휘봉을 잡은 인물은 비엘사식 토탈 사커 계승자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이었다. 삼파올리 감독은 “아르헨티나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없다”라며 세비야를 떠나 조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시간은 아르헨티나 편이 아니었다.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페루에 3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6위로 처졌다. 아르헨티나에 남은 마지막 기회는 에콰도르 원정 승리였다. 모든 시선은 아르헨티나-에콰도르전에 쏠렸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1분 만에 에콰도르에 날벼락을 맞았다. 그러나 축구의 신은 득점으로 응답했다. 전반 11분 메시가 동점골을 쏘아 올리더니 전반 18분에 역전골을 기록했다. 후반 17분 천금 쐐기골로 아르헨티나 승리에 방점을 찍었다.

메시에 의한 메시를 위한 경기였다. 메시는 해트트릭으로 지옥에 떨어진 아르헨티나를 구했다. 축구의 신을 넘어 아르헨티나 구세주가 된 순간이었다. 메시의 맹활약에 전 세계가 환호했다.

메시도 매우 감격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제 실점으로 흔들렸다. 그러나 우리는 빠르게 만회했다. 동점골은 역전골과 쐐기골의 발판이 됐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함께 승리를 만들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월드컵에 진출할 자격을 증명했다. 아르헨티나는 위기를 겪었지만 앞으로도 나아갈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가 원하는 성과를 만들겠다. 신께 정말 감사하다. 오늘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월드컵 진출 여부가 갈린 2경기 동안 응원은 정말 감사하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눈 앞에서 메시를 지켜본 삼파올리 감독은 어땠을까. 아르헨티나 삼파올리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축구는 메시에게 월드컵을 빚졌다. 우리는 메시가 새로운 월드컵에서 활약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와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흥분된다. 아르헨티나는 큰 한 걸음을 내딛었다."



사진=아르헨티나축구협회,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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