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경과 성장, 이영재에게 영플레이어 후보란?
입력 : 2017.11.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박대성 기자= “솔직히 좀 얼떨떨해요. 처음에는 영플레이어 후보에 들어간지도 몰랐어요. 제 생각엔 많이 부족했거든요. 기사로 확인했는데 너무 신기했어요.”

이영재(23, 울산 현대)에게 영플레이어 후보는 남의 일이었다. 그런데 꿈만 같던 일이 벌어졌다. 2017년 K리그 클래식 영플레이어 후보에 이영재 이름 석자가 있었다. 역경을 딛고 성장한 보상이었다.

이영재는 일동중과 장훈고를 거쳐 용인대에 입학했다. 안현범, 김승준 등과 함께 촉망 받는 유망주 반열에 올랐고 2014년 울산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정확한 왼발 프리킥과 조율이 장점이었다.

프로 무대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연이은 주전 경쟁 실패와 2군 추락을 경험했다. 23세 이하(U-23) 대표팀 승선으로 반등을 노렸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2016년엔 이정협 합류로 부산 아이파크 임대를 떠났다.

부산에서 전반기에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후반기에 좀처럼 중용되지 않았다. 울산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 이영재는 “내가 경쟁력이 있을까”라며 홀로 좌절과 역경의 1년을 보냈다.

울산에 복귀했을 무렵, 팀은 변하고 있었다. 윤정환 감독이 떠나고 김도훈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모든 것이 제로 베이스였다. 이영재는 변화한 환경 속에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마지막 기회란 생각으로 동계 훈련을 준비했다.

리그 일정이 시작되자 교체로 존재감을 알렸다. 리그 4라운드 강원전 결승골로 2년 시련을 한 번에 씻어냈다. 실제 이영재에게 올시즌 가장 기억 남는 경기를 묻자 “강원전 역전골을 넣었을때와 홈에서 대구를 3-1로 잡았을 때”라고 답했다.

시즌 공격 포인트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29경기에 출전해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영재는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 김도훈 감독이 주문한 많은 활동량과 수비를 성실히 수행했다. 본래 위치로 돌아왔을 땐 과감한 전진 패스로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아쉬웠던 순간도 있다. 수원 삼성과의 한 판 승부였다. 이영재는 “수원전 자책골이 너무 아쉽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다. 축구 하면서 처음으로 자책골을 넣었다. 이후 경기에 부담감도 많았다”라고 털어 놓았다.

흔들린 마음은 김도훈 감독이 바로 세웠다. 김 감독은 이영재에게 “내가 괜찮은데 선수가 그러고 있냐. 자신감 잃지 마라”고 다독였다. 이영재는 김도훈 감독 믿음에 기운을 찾았고 다시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난 7월, 이영재는 “영 플레이어에 한번 언급되고 싶다”라며 수줍게 말했다. 노래 가사처럼 말하는 대로 꿈이 이뤄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K리그 클래식 영플레이어 후보에 이영재가 포함됐다. 2년 동안 시련, 역경, 눈물이 한 번에 날아간 값진 선물이었다.

정작 본인은 실감나지 않는 모양이다. 이영재는 “정말 기대도 안했다. 주변분들이 연락해줘서 알았다. 많이 부족한 선수다. K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만 가는 자리에 내가 갈 수 있어 기쁘다. 수상 욕심은 없다. 상을 타지 않아도 너무 좋다. 사실 (김)민재가 너무 잘했지 않나. 하하”라며 미소 지었다.

이영재 입장에서 2017년은 마지막 영플레이어 수상 기회다. 그러나 영플레이어 보다 울산의 FA컵 우승과 ACL 진출이 우선이었다. 이영재는 “강원전이 정말 중요하다. FA컵 결승전 직전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결과가 좋지 못했다. 팬들이 승리에 목말라 있다. 선수로서 갈증이 더 크다. 무조건 승리하겠다”라며 굳은 각오를 보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