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의 기묘한축구] 이제 2경기 무패, 신태용호는 여전히 배고프다
입력 : 2017.11.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박대성 기자= 기묘하다. 한 달 만에 팀이 이렇게 진화할 줄 누가 알았을까. 4-4-2를 장착한 대표팀은 11월 A매치에서 2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내달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초청 국가 대표팀 친선경기 세르비아전을 치렀다. 한국은 세르비아전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았고 1-1 무승부를 거뒀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세르비아전 구상을 설명했다. 큰 틀에서 변화는 없었고 작은 선수 교체만 있었다. 손흥민과 구자철이 대표팀 투톱에 나서 세르비아 골문을 정조준했다.

구자철이 전형적인 공격수가 아닌 만큼 유기적인 무한 스위칭을 사용했다. 권창훈과 이재성이 최전방으로 침투해 대표팀 공격에 힘을 실었다. 손흥민은 특유의 드리블로 역습 상황에서 세르비아 수비를 위협했다.

위기도 있었다. 장현수의 헤딩 클리어링이 엇나가면서 문전 앞 프리킥을 내줬다. 조현우의 동물적인 선방쇼가 이어졌지만 분명 대표팀엔 적신호였다. 아니나 다를까, 신태용호는 후반전에 랴이치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한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했고 빠른 공격 리듬을 살렸다. 후반 16분 구자철의 페널티킥은 한국 선수들의 투혼이 빚은 결과였다. 손흥민은 구자철에게 페널티킥을 양호했고, 구자철은 천금 동점골이자 A매치 통산 19호골을 달성했다.

사실 구자철과 손흥민은 엇박자였다. 구자철이 멀티 플레이어로 세컨 스트라이커 역할까지 가능하지만 어딘가 어색했다. 손흥민의 파트너는 측면까지 폭을 넓게 가져가야 한다. 이근호가 유력하지만 월드컵 본선 플랜B 가동에 숙제가 생겼다.

구자철은 크게 의연하지 않았다. 구자철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콜롬비아전이 끝나고 손흥민과 많이 이야기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최전방에서 연계도 좋아한다. 이재성과 권창훈과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인상적인 점은 수비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수비 간격을 강조했지만,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10월 유럽 원정 평가전 대패 이후 전면적인 수정에 들어갔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같은 조직적인 간격을 보였다.



세르비아의 공격이 무뎌진 이후다. 후반전 한국 수비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득점했지만, 세르비아 최전방과 2선은 한국 두 줄 수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세르비아 믈라덴 감독이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라고 한 배경이다.

신태용호는 11월에 소기의 성적을 거뒀다. 피파랭킹 13위 콜롬비아를 상대로 2-1로 승리했고 동유럽 강호 세르비아와 1-1 무승부를 챙겼다. A매치 2경기 무패다. 단단한 경기력으로 아시아 최종 예선 이후 불거진 논란을 잠재웠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만족은 없었다. 신태용 감독도 “11월 두 경기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는 계기였다. 경기력이 좋았다. 12월 동아시안컵에서도 우리가 더 많이 뛸 수 있게, 한국 축구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라며 두 눈을 반짝였다.

주장 기성용도 마찬가지였다. 기성용에게 11월 A매치 2연전을 묻자 “팀이 상당히 좋아졌다. 만족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소속팀에서도 대표팀과 같이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철저히 준비해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가져오겠다”라고 답했다.

신태용 감독과 기성용 말에 동의한다. 한국은 이제 2경기 무패다. 콜롬비아의 압박 강도와 경기력은 월드컵 남미 예선과 달랐다. 세르비아는 결연했지만 U-20 월드컵 자원 가동으로 실험했다. 네마냐 마티치와 두산 타디치 등이 나왔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플랜 A가 유력한 4-4-2의 장점과 단점을 보완해 월드컵 본선 전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세르비아전에 해당되지 않지만, 세트피스 실점과 득점도 신태용호가 풀어야 할 숙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배고픈 한국 대표팀은 이탈리아, 스페인을 넘고 4강 신화를 만들었다. 비 온 뒤 땅 굳은 신태용호도 배고프다. 월드컵엔 약 팀은 없다. 간절한 팀이 승리를 쟁취하기 마련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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