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아빠, 사랑해요'' 함민이가 故 조진호 감독에게
입력 : 2017.11.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홍은동] 홍의택 기자= 서울엔 첫눈이 내렸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 축제의 장을 더욱 띄웠다.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그날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탓.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대상'을 열었다. 각각 K리그 클래식, 챌린지를 품은 전북 현대, 경남FC가 상 잔치를 벌였다. 부단히 달려온 한 시즌을 치하했다. 축하 메시지가 부산스레 오갔다.

특별 공로상에는 조진호 전 부산 아이파크 감독이 호명됐다. 지난달 10일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조 감독의 열정과 헌신을 기리고 추모했다. 이어 미리 마련한 생전 영상이 현장 전광판을 통해 흘렀다. 그 걸쭉한 사투리는 여전히 유쾌했다.

"무릎 세리머니, 어퍼컷 세리머니, 그리고 점프하면서 하는 세리머니 복합적으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리머니가 모리뉴 감독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사실 조금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런 표현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승격하면 부산 아시아드에서 라이브로 '부산갈매기' 한 번 부르겠습니다".

문득 화면에 잡힌 이가 조 감독의 아들 조함민 군(13). 충혈된 눈으로 울음을 삼켰다. 그렁그렁하면서도 씩씩했다. 대리 수상을 위해 시상대에 올라간 함민 군은 좌중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희 아버지께 좋은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빠 사랑해요"라는 짤막한 소감에 격려 갈채가 따랐다.




마지막까지 망설였던 무대다. 함민 군의 대리 수상을 두고 주최 측과 사전 조율을 거쳤다. 괜한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따랐으나, 모친도 "상을 주신 데 감사 인사를 드렸으면 좋겠다"며 취지에 공감했다. 용기 내 석상에 선 함민 군은 "떨렸는데 그래도 좋았어요"라고 돌아봤다.

축구인 부친 아래서 자란 함민 군도 자연스레 축구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축구화를 신은 뒤 올해로 3년 차다. 서울 이랜드 U-15 공격수로 골도 쏠쏠히 넣는다. "아빠가 축구하는 모습이 잘 생각 나지는 않아요. 어떤 선수였고, 어떻게 뛰었는지도 잘은 몰라요"라던 함민 군은 수줍은 목소리로 "저는 그냥 축구가 좋아요. 하는 게 재밌잖아요"라고 웃었다.

조 감독과 한 시간, 한 공간에서 부대꼈던 축구인들도 착잡한 심정이었다. 떠난 조 감독을 그리워하며 남은 가족을 위로했다. 권오갑 연맹 총재는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함민 군은 "주위 분들 덕에 힘이 돼요. 아빠가 존경스럽고, 좋은 분이셨다는 것도 알겠어요"라고 되새겼다.

이날 부산 선수단은 시상식에 모두 불참했다. 22일로 잡힌 상주 상무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 모든 걸 걸었다. 26일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29일 울산 현대와의 FA컵 결승 1차전, 내달 3일 FA컵 2차전이란 빡빡한 일정까지 앞뒀다. 급히 서울로 이동해 함민 군과 동행한 김병석 부산 사무국장의 한 마디가 묵직하게 남았다. "조 감독이 만들어놓은 걸 이제는 저희가 잘 마무리해야죠".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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