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 인사이드] 국가대표 감독이 학원축구 감독 못하는 모순된 현실
입력 : 2017.11.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300여명 가량의 축구지도자와 축구선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대한축구협회 앞에 모였다. 이들은 ‘축구협회 불통행정’, ‘밀실 행정이 현장소리 단절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집회를 했다. 이들은 초중고·대학 축구팀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학원축구 위기극복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였다.

비대위는 28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경희궁로 축구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집회를 연 것은 크게 4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다. ▲ 스포츠 지도자 자격증 취득의 부당함 ▲ 전국대회의 연중 참가 ▲ 비가입 대학의 C제로룰 비적용 ▲ 자유로운 전학 등이다.

이들은 대한축구협회가 이와 관련해 불통으로 일관했고 이에 따라 학원축구가 고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럽축구 중심으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지만 분명 학원축구는 지금까지 한구축구를 지탱한 기둥 역할을 했다. 송영대 비대위원장이 “불통으로 축구인의 원성을 받은 협회에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것도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그런데 사실 이들이 요구하는 제도는 협회에서 자체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이 없다. 관련 제도 모두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과 엮여 있다. 또한 타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는 빠지지 않는 단골 손님이다. 정부부처에서는 “왜 유독 축구만 정책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보이냐”는 입장이다.

협회도 현장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 홍명보 전무이사는 취임 직후 이 부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정부부처 관계자와의 면담도 요청한 상태다. 정부 정책을 존중하지만 종목별 특성도 이해해달라는 것이다.

스포츠 지도사 자격증의 경우 협회에서 이미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미 협회는 자체적으로 지도자 자격증 이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아시아축구연맹(AFC)과 같다. AFC의 이수 시스템은 유럽축구연맹(UEFA) 등과 동일하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는 학원축구팀을 지도하려면 스포츠 지도자 자격증을 또 다시 취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즉, 협회에서 발급하는 P급 지도자 라이선스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하더라도 고교팀 감독은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홍명보 전무는 “아직까지 이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지도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의 난이도도 고시 수준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스포츠 지도사 자격증이 생겨난 배경으로 일선 체육교사들의 기득권 유지라는 시선을 보냈다. 엘리트 학원축구팀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방과후 교실로 축구부 운영을 한다. 교사들이 이 부분을 자신들의 것으로 차지하기 위해 스포츠 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요구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축구지도자들이 체육교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이것이 꼭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문제점도 협회는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정부가 시행하는 주말리그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목적을 위해서다. 대다수는 제도에 공감을 표한다. 대학스포츠총창협의회가 주도한 ‘학점 C제로룰’도 마찬가지다. 공부하면서 운동을 하자는 취지다. 학원축구 학생의 전학을 제한하는 것은 자유로울 경우 선수들이 수도권에 몰릴 수 있는 단점을 막기 위해서다.

제도와 정책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다수를 위해 정책과 제도를 만들다 보니 일부, 소수에서는 만족을 못하거나 피해를 보는 사례가 나온다. 그래서 정책, 제도를 보완해 최대한 모두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홍명보 전무는 비대위의 항의를 이해했다. 본인도 학원축구를 통해서 선수로 커나갔기 때문에 현장의 분위기, 목소리를 누구보다 잘 느낀 것이다. 그는 “그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항의 집회를 하는지 안다.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면 여기로 와서 하겠는가. 그분들 목소리를 듣겠다”며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정부부처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전했다.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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