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의 기묘한축구] 별을 쫓던 김도훈, 울산 역사를 창조하다
입력 : 2017.12.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박대성 기자= “난 사실 실패한 감독이었다. 나를 선택한 울산 현대에 감사하다.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 구단 관계자 모두 감사하다. FA컵 우승이 끝이 아니다. 계속 도전하겠다.”

2016년 11월. 윤정환 감독과 작별한 울산의 선택은 김도훈 감독이었다. 김도훈 감독은 울산 취임식에서 “울산이 좀 더 팬들과 가깝게 갈 수 있는 경기 내용과 결과를 가져오겠다. 우승을 위한 과정과 결과를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김도훈 감독을 향한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선수 시절 뛰어난 공격수였지만 울산 같은 팀을 이끌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였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울산은 지향점이 다르다. 울산은 리그,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목표로 한 팀이다.

일정도 꼬였다. 전북 현대의 ACL 진출 자격이 울산에 넘어왔다. 해외 전지훈련을 급하게 마무리하고 홍콩 킷치와의 ACL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됐지만 120분 혈투 끝 승부차기로 ACL 본선에 올랐다. 졸전 승리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롤러코스터는 계속됐다. 울산은 하락세와 상승세를 반복했다. 절정은 전남 드래곤즈 원정과 가시마 앤틀러스전이었다. 울산은 전남에 0-5 패배를 만회하지 못하고, 가시마에 0-4로 패했다. 태국 무앙통 참사를 이겨내지 못한 결과였다.

울산과 김도훈 감독에겐 인천 원정이 중요했다. 인천에 패하면 참패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됐다. 김도훈 감독은 합숙으로 선수단 분위기를 바로 잡았고 값진 승점 3점을 챙겼다. 이후 브리즈번 로어와의 ACL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로 아시아 무대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심기 일전한 울산은 지지않는 축구로 변모했다.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에서도 호성적을 냈다. 클래식 최강 전북 현대를 상대로도 승점 3점을 챙겼다. 상승세를 탄 울산은 리그 3위로 상위 스플릿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울산의 행복은 스플릿에서 멈췄다. 좀처럼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하며 ACL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강원 원정 2-1 승리가 울산에 한 줄기 빛이었다. 울산에 남은 희망은 FA컵 결승전이었다.

김도훈 감독은 팬들에게 큰 약속을 했다. FA컵 4강전 이후 “이제는 울산에 별을 달아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도훈 감독과 울산 현대 모두에 부산전은 중요했다. 울산은 매번 FA컵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승리의 여신은 나지막히 울산에 웃었다. 쌀쌀하고 고요한 울산 원정에서 이종호와 김승준이 포효했다.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되는 만큼, 부산 1차전 원정 2-1 승리는 울산에 값진 결과였다.

후반 막판 1실점은 울산 정신력을 끌어 올렸다. 김도훈 감독은 “부산에 몰리기도 했다. 홈에서는 더 집중하려 한다. 1골 실점이 긴장을 늦추지 않는 계기가 됐다. 선수단과 나도 들뜨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대망의 2차전이 밝았다. 돌아갈 자리가 없는 부산은 총력전을 펼쳤다. 이정협과 고경민이 수시로 울산 최종 수비를 압박했다. 이정협은 골키퍼 김용대 지역까지 뛰어 들며 선제골 의지를 보였다.

울산은 단단한 두 줄 수비로 부산을 옭아맸다. 부산의 넓은 배후 공간을 이종호와 오르샤가 역이용했다. 승리의 여신은 창이 아닌 방패의 손을 들었다. 울산은 2차전 0-0 무승부로 창단 최초 FA컵 우승을 해냈다. 김도훈 감독이 울산 역사를 창조한 셈이다.

김도훈 감독은 FA컵 우승에 크게 감격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정말 기쁘다. 사실 난 실패한 감독이었다. 날 선택한 울산에 정말 감사하다. 팬들에게 별을 달아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라고 말했다.

승장의 여유도 보였다. 김도훈 감독은 경쟁자 부산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부산을 칭찬하고 싶다. 득점을 하기 위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쉽지 않았다. 선수들이 잘 막았다”라며 준우승 팀을 칭찬했다.

울산의 역사를 만들었지만 김도훈 감독의 욕심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FA컵 우승 분위기를 품고 다음 시즌 아시아 정복에 나서기로 했다. 팀이 만들어진 만큼, 2017년 ACL 참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다짐이다.

“울산의 우승은 이제 시작이다. 끝이 아니다. 나는 계속 도전하겠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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