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한국 축구가 힘들 때, 레전드는 '뿌리'를 봤다
입력 : 2017.12.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홍은동] 홍의택 기자= "다음은 선수 개별상 시상이 있겠습니다". 전에 없던 상 이름이 나열됐다. 포지션에 따라 차범근상, 박지성상, 홍명보상, 김병지상.

한국중등축구연맹이 12일 한 해를 정리했다.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정기 대의원총회 및 시상식'을 열어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이어 우수한 퍼포먼스를 보인 지도자와 선수를 치하했다.

현장에는 낯익은 인물이 대거 등장했다. 김정남 한국 OB 축구회장에 이어 최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으로 부임한 조병득 부회장이 내빈으로 참석했다. 여기에 한국 축구 레전드로 꼽히는 차범근 전 감독, 홍명보 전 감독,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까지 함께했다.

여느 시상식과 달랐던 건 '레전드상' 신설 때문. 중등연맹은 포지션별 한국 축구 레전드의 이름 석 자를 땄다. 공격수 차범근, 미드필더 박지성, 수비수 홍명보, 골키퍼 김병지를 선정했다. 김경수 중등연맹 회장은 "이분들을 직접 만나 뵙고 취지를 설명했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셨다"면서 "이런 상을 받은 선수들이 레전드 선배들처럼 자라는 걸 직접 목격해왔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한국 축구의 근간 유청소년 단계를 각별히 여긴 이들이다. 차 전 감독이 축구상, 축구교실을 수십년간 이어온 건 익히 알려진 사실. 지난여름 경북 영덕에서 열린 U-15 국제대회에서는 5일간 현지 체류하며 격려했다. 홍 전 감독, 박 본부장 모두 장학회를 통해 미래 재능을 지원해왔다.

이 행보가 더 특별히 다가오는 건 한국 축구에 불어닥친 위기 때문이다. 단순히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만 놓고 볼 일이 아니다. 차 전 감독이 입버릇처럼 말해온 "텅 빈 축구장"이 식어버린 팬심을 방증했다. 축구를 시작하는 유청소년 인구도 줄고 있다는 후문이다. 홍 전 감독, 박 본부장 역시 "책임"이란 표현을 쓰며 현실을 직시했다.

차 전 감독이 이들을 대표해 입을 열었다. "오늘 이 자리에 와 보니 정말 보기 좋다. 꿈나무들이 희망을 갖고 커나가고 있다"며 의미를 되새겼다. 위기도 시인했다. "지금 한국축구가 많이 힘들고 어렵다"던 그는 "중등연맹 등에서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우리도 한국 축구를 위한 거름이 되겠다. 축구협회에도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는데 믿고 기다려주고 때로는 손뼉도 쳐주자"고 부연했다.

연말인 만큼 더없이 바빴다. 차 전 감독, 홍 전 감독, 박 본부장 모두 그 뒤 일정에 맞춰 급히 이동했다. 그럼에도 한국 축구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 '뿌리'를 챙기며 힘을 보태려 했다. 국내외 대회 유치로 광폭 행보를 보여온 중등연맹은 내년 해외 현지 대회 참가를 추진하는 등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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