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포커스] ‘테크니컬 디렉터’ 김판곤이 꿈꾸는 한국축구 새 시스템
입력 : 2018.01.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한재현 기자=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두 체제로 새롭게 양분되어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그 중 성인 대표팀을 지원하게 될 김판곤 신임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의 꿈은 커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17년 12월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으로 김판곤 전 홍콩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김판곤 위원장은 남녀 A대표팀과 U-23 대표팀 감독 선임과 해임 권한은 물론 지원과 관리하는 직책을 맞게 됐다. 모든 연령별 대표팀을 다 총괄하는 기술위원장과 달리 역할을 다소 덜 수 있게 됐다.

김판곤 위원장은 단순히 감독 선임만을 위한 존재로 남지 않으려 했다. 자신을 ‘테크니컬 디렉터’라 선언하며,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조력자로서 거듭나기를 원했다.

그는 “많은 고민을 했지만,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4년 간 홍콩 대표팀 테크니컬 디렉터를 수행하면서 이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이들이 모든 클럽에 있어야 한다. 클럽의 철학을 만들려면 시스템과 커리큘럼을 갖춰야 한다. 감독의 수행 능력을 평가하며, 서포팅을 지원하는데 있어 필요하다”라고 단순한 감독 선임만을 위한 직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김판곤 위원장에게 부임 첫 해는 러시아 월드컵을 비롯해 아시안게임, 여자 아시안컵, 도쿄 올림픽 대표팀 감독 선임 등 당장 급한 불이 떨어졌다. 그런데도 그는 장기적인 안목을 강조한 이유가 무엇일까?

▲넓히려는 인력풀, 스타 출신=지도자 통념 깬다

“지도자를 밑에서 상위 레벨까지 올리는 시스템이 없다. 인재풀을 구성해서 향후 이런 지도자들이 앞으로 축구를 이끌어가야 한다. 선수 경험이 좋다는 건 큰 장점이나 선임을 결정하는데 있어 주도적인 포인트는 아니다. 팀을 맡았을 때 어떤 수행능력을 가지는 지 중요하다. 좋은 계획을 비롯해 훈련, 심리적으로 팀을 장악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잘 평가해서 모시도록 하겠다.”

김판곤 감독은 선수 못지 않게 지도자 육성의 중요성을 말했다. 더불어 명성에 국한되지 않고 팀을 잘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강조했다.

즉, 한국 축구는 스타 선수 출신 감독들이 대표팀의 주요 요직을 맡았다. 이는 선수 경험을 통해 국제 경험을 넓히고 선수단 장악에 도움될 수 있으나 다양성을 가진 지도자의 등장을 가로 막았다. 인력풀이 좁으니 지도자간 발전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김판곤 위원장은 당장 시행에 옮기려 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변화가 오히려 역효과 낼 수 있다. 그는 “그러나 그런 분들을 모시기 당장 어렵다. 국민적인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조심스러워 했다. 인력풀이 적어 경험이 부족한 지도자가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큰 무대를 견디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지도자 육성 문제를 인식하고 실천에 옮기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자리에 연연 없다. 대회가 아닌 큰 틀을 보다

기존 기술위원장은 감독의 큰 대회 성적에 따라 운명을 같이 했다. 지난 2017년 한해 동안 대표팀 성적 부진으로 기술위원장만 2번 교체 되는 비운을 맞이했다. 감독 선임 권한을 가지고 있는 김판곤 위원장도 그 칼날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감독은 한 대회, 테크니컬 디렉터는 한 사이클을 준비한다. 안 좋은 상황이 오면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감독 수행 능력을 잘 평가해 적절한 시기에 잘 대응하고, 로드맵을 설정하는 자리다”라며 연연하지 않았다.

감독에 따라 바뀌어지는 대표팀이 아닌 꾸준히 대표팀이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그는 신태용 A대표팀과 조율을 거친 후 전략 코치를 새로 임명할 계획이다. 상대 전력 분석뿐 만 아니라 감독의 지도력을 파악해 수행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장치다. 이를 지도자 교육에 활용해 발전을 위한 포석으로 삼으려는 의도다. 즉, 감독의 의도대로 바뀌는 대표팀이 아닌 꾸준한 철학을 심어줄 제도적 장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분야별 소위원회, 젊고 유능한 인원 선발

김판곤 위원장은 감독 선임뿐 만 아니라 분야별 소위원회 4~5개를 만들 구상도 밝혔다. 테크니컬 스터디를 비롯해 선수 스카우트, 상대 분석 등 분야별 소위원회 구상이다.

그는 “소위원회 선임은 무게와 상징성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젊고 유능한 분들은 물론 외국인도 포함된다”라고 밝혔다.

가장 중요시 하는 건 세계적인 축구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인재다. 이를 통해 대표팀 전력 향상은 물론 선수, 지도자 발굴에도 포함된다. 이 원칙이 지켜진다면, 선수 스카우트 면에서 우려가 되는 끼워 넣기 식 선수 선발도 방지할 수 있다. 한국 축구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를 해결할 답이 나오는 셈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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