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 공신' 경남 대표 사퇴, 정치 외압인가 변화인가
입력 : 2018.01.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박대성 기자= 경남FC의 2017년은 환상적이었다. 챌린지 우승과 클래식 승격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부푼 기대를 안은 2018년이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경남 조기호 대표이사가 사퇴를 결정했다.

조기호 대표는 경남 암흑기를 걷어낸 인물이다. 김종부 감독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고, “대표의 역할은 돈을 구해오는 일”이라며 선수 영입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조직 안정화를 1순위로 꼽으며 직원 의견 수용과 환경 개선에 적극적이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예산 확보를 위해 전전긍긍했다. 100만원을 받은 적도 있었다. 조 대표는 주변의 도움을 허투루 쓰지 않았고, 팀 회복에 총력을 다했다. “난 축구를 모른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라는 한 마디는 축구계에 큰 울림이 됐다.

기쁨은 잠시였다. 2017년 말에 접어들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축구인 A씨가 차기 감독으로 내정될 거란 소문이었다. 경남도청이 김종부 감독과의 재계약을 미루면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과는 김종부 감독과 1+1 계약이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남도청과 두터운 A씨가 에이전트 등 축구 관계자들에게 경남 입성을 이야기했다”란 이야기가 돌았다. 경남은 A씨와 동행에 선을 그어 모든 루머를 잠재웠다.

2018년을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경남은 12월에 이어 1월에도 감사를 받았다. 도청에 따르면 12월 감사는 채용비리였고 1월은 회계 감사였다.

시기가 묘하다. 경남 업무는 전면 감사로 마비됐다. 홍보팀 조차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연말에 했어야 할 시즌권 판매 홍보가 연기돼 1월 중순에야 업무를 시작했다. 개막전 준비와 지역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사퇴 하루 전 만난 조기호 대표는 “티켓 팔고 홍보해야 하는데...”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경남도청의 연이은 감사는 표적 감사 의혹이 됐다. 홍준표 전 도지사가 임명한 조 대표였던 만큼, 다른 정치색을 도려내는게 아니냐 분석이다.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이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표적 감사가 아니"라고 답했지만, 다수 관계자들은 표적 감사에 입을 모았다.

경남도청 입장은 이렇다. 한경호 권한대행은 “회계 감사의 발단은 지난해에 비해 20억을 더 줬는데도 돈이 부족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조기호 대표가 500만원이 없어 전지훈련 격려 방문을 못했다고 했다. 사실 규명 차원에서 분석을 해야 할 일이었다”라고 설명했다.

K리그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대표급의 전지훈련 격려 방문은 2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다. 선수단 격려금이 포함되면 최대 1000만원까지 책정된다. 한경호 권한대행의 “전지훈련 격려금 500만원”은 옳은 셈이다.

그러나 경남의 2018년 예상 예산은 150억이었다.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조 대표의 전지 훈련 불참은 예산 절약 차원이었다. 당시 조기호 대표 계획은 스폰서 확보였고, 보조금 외 예산 확보로 효율적인 클래식 운영을 생각했다. 관련설이 불거지자 조 대표가 한 권한대행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18일 사퇴를 결정했다.

조기호 대표 공백은 김종부 감독에게도 영항을 준다. 앞으로 선임될 대표이사가 김종부 감독에게 이전 만큼 권한을 부여할 지 의문이다. 조 대표는 경남에 들어온 선수 청탁을 배제했고 김종부 감독에게 “직접 보고 뽑아라”며 위임한 바 있다.

새로운 변화가 있다면 사무국장이다. 경남도청은 클래식 수준 기능 강화를 위해 3년 만에 사무국장을 부활시켰다. 경남은 지난 2015년 구단 경영 혁신을 목적으로 사무국장직을 폐지했다.

취지는 좋지만 필요성엔 물음표다. 경남은 10명 남짓한 직원이 구단 살림을 꾸리고 있다. 홍보가 유소년 관리까지 커버하는 실정이다. 현 경남에 필요한 인물은 도청에 휘둘릴 관리자가 아닌 밖에서 업무를 수행할 실무자다.

지난 2015년, 경남은 태풍 같은 외풍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처참한 시기를 조직 안정화로 극복했고 동화 같은 챌린지 천하를 만들었다. 그러나 2018년 지금. 경남이 잊었던 3년 전 상처가 다시 쓰라리고 있다.

사진=경남FC,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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