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Note] 41년 만에...청주대성중은 ''잔디''를 외쳤다
입력 : 2018.02.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영덕] 홍의택 기자= 정상이다. 헹가래를 쳤다. 학부모, 관계자 할 거 없이 몰려들어 외쳤다. "잔디!", "잔디!". 잘 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더니 '잔디'가 맞단다.

청주대성중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2일 경북 영덕 영해생활체육공원에서 치른 제54회 SPOTV NOW 춘계한국중등(U-15)축구연맹전 청룡 그룹 결승전. 송영학의 두 골에 힘입어 디펜딩 챔피언 강구중을 2-1로 눌렀다.

이윤섭 감독은 얼떨떨해했다. "아직 실감이 안 난다. 긴장이 풀려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운을 뗐다. 모교 출신 이 감독은 올해로 부임 3년 차. "이토록 빠르게 큰 선물을 받아도 되나"라고 겸손해하면서도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 거 같다"라며 승부사 기질을 드러냈다.

100% 만족스러운 여정은 아니었다. 부상자 탓에 전력을 온전히 가동할 수 없었다. 다행히 기존 선수단이 버텨주면서 반등 타이밍도 잡았다. 하나둘 복귀하자 팀 전체 경기력이 올라왔다. 그렇게 41년 만의 결승행은 물론, 춘계 대회 첫 우승을 일궈냈다.




평범한 질문은 여기까지. 이어 '잔디'의 의미를 캤다. 우승 뒤 하나 같이 외치는 흔한 단어는 아니거늘. "혹시 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깔려 있지 않느냐"고 묻자, 이 감독이 "사실 아직..."이라며 말 끝을 흐렸다. 이운재, 구자철 등 스타 선배를 배출한 학교치고는 조금 의외였다. 한국체육진흥공단 사업 등 여러 지원으로 적잖은 학교가 인조잔디를 보유한 실정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랬다.

인조잔디도 명암은 있다. 일각에서는 인조잔디의 딱딱한 바닥을 꼬집는다. 신체에 가하는 부담이 커 피로 골절 등을 유발하고, 기술 향상 면에서 부드러운 흙 땅보다 제한이 크다는 주장이다. 단, 전반적인 환경은 그래도 인조잔디가 낫다는 목소리가 크다. 눈, 비 등 기상에서 자유롭다. 흙먼지 노출도 덜하다. 실전 대회 역시 잔디에서 하는 만큼 적응과도 직결된다.

이 감독은 "현재 학교에서는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훈련 때마다 장소를 옮기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매일 짐을 옮겨 전전하고, 제한된 시간만 빌려 쓰니 보통 일이 아니다. 이번 역사적인 우승이 긍정적 기폭제가 되길 바라는 게 청주대성중 축구부를 둘러싼 인물들의 속내.

이제 또 앞을 내다봐야 한다. 정상은 한 번 오르기보다 유지하는 게 몇 곱절은 더 힘들다. 성적도 좋지만 성장까지 함께 이끌어내야 하는 게 유청소년 지도자들의 숙명이다.

"인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 이 감독은 "그다음엔 행복한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 강압적으로 주입하지 않는 재미있는 축구를 느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 "첫 대회를 잘 치러 만족하지만, 항상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미래를 그렸다.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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