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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Note] '우승이 눈앞' 조민국 감독은 선수들에게 속았다

기사입력 : 2018.02.28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스포탈코리아=통영] 홍의택 기자= "아니, 애들이 이렇게까지 참". 조민국 감독은 청주대 선수들을 가리켜 "내가 속았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에서 진행 중인 제54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근 80개 팀이 맞붙은 결과, 청주대가 최후의 두 팀에 이름을 올렸다. 축구 명문, 전통, 강호 등 갖가지 화려한 수식어구를 보유한 팀들은 짐을 싼 지 오래다. 이제 28일 오후 1시 30분 성균관대와의 결승만 남겨뒀다.

조민국 감독은 "예상치도 못한 시나리오"라고 얼떨떨해했다. 기존 이을용 코치가 FC서울 코칭스태프로 합류한 뒤 신수진 코치가 본격적으로 선수들과 씨름하던 청주대다. 총감독처럼 큰 그림으로 틀을 제시하던 조민국 감독은 지도자 인생 중 전에 없던 '연구 대상'을 찾았다.

"한두 게임 정도 잘하리라 봤더니 다섯 게임을 다 때려잡더라. 우리 애들이 맞나 싶다.(웃음) 일단 뛰는 양이 많아졌다. 위에서부터 수비하고 중간에서 치고받는다. 대학에 그렇게 하는 팀이 얼마 없으니 상대가 당황하더라. 실수도 많이 하고. 뭘 해보지도 못하고 깨지니 충격이 커 보였다. 후배 감독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이긴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를 압도하니까 나도 깜짝 놀라지. 사실 선수단이 그렇게 좋지 않은데 어떻게 이렇게 확 바뀌었을까"





그간 청주대를 지켜본 바, 우악스럽게 밀고 간 철학이 빛을 보는 건 아닐까. 조민국 감독은 '표현'이란 말을 상당히 자주 썼다. 코치진은 지도로, 선수는 플레이로 본인의 구상을 꺼내 보일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감독이 소프트웨어였다면 코치진은 하드웨어다. 이을용 전 코치는 "요새 축구는 95~97분 정도 뛸 체력이 돼야 90분을 꽉 채워 소화할 수 있다"며 선수단을 조직했다. 이제는 창단 때부터 함께해온 신수진 코치가 이를 잇는다.

청주대는 총 6경기를 치렀다. 5승 1패. 조별리그에서 사이버한국외대에 덜미를 잡혔으나, 조선대와 대구예술대를 잠재웠다. 조 1위 통과 뒤에는 한국국제대, 광운대, 인천대, 가톨릭관동대를 연거푸 집어삼켰다. 대진이 괜찮았다고? 광운대는 숭실대, 가톨릭관동대는 연세대를 각각 누르고 올라온 난적이었다. 조민국 감독은 문득 14년 전이 떠올랐다. 고려대 감독 시절 박주영을 신입생으로 받았던 때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도 청주대 돌풍에는 "모른다", "새롭다"만 반복했다.

"이번 대회 들어서는 선수들에게 뭘 얘기할 게 없더라. 워낙 알아서 잘하니까. 흐름만 잡아주면 됐다. 음. 이렇게 잘 풀린 건 대학 지도자 생활하면서 두 번째 같다. (박)주영이 1학년 때가 그랬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 사실 그때는 개개인이 워낙 좋았는데, 이번엔 외부에서 저평가된 선수들이 해낸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관계자들도 청주대에 빠진 거 같다. '어떻게 바꿔놨느냐'고 하더라. 내가 뭘 알아야 설명해주지. 허허"

'선수에게 속았다'. 축구 지도자계에 도는 웃기고도 슬픈 말이다. 잘할 줄 알고 품었더니 이게 웬걸 싶은 거다. 프로로 범주를 넓혀 보면 '먹튀(먹고 튄다의 줄임말. 기대치를 밑도는 선수를 조롱하는 표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민국 감독은 다른 의미에서 속았다.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잘해서 속았다. 그는 대회를 마치고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고 고백했다. "나 나름대로 조용히 좀 돌아봐야겠다"고. "분명 똑같은 애들인데 어떻게 이렇게 좋아졌는지" 말이다.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유종의 미 거두자? 나는 그런 것 없다. 청주대 애들도 설령 지더라도 후회 안 하고 미련 없으리라 본다. 그만큼 잘해줬다는 얘기다. 200% 이상씩 해냈다. 성균관대는 두 게임 정도 봤다. 대학 애들 치고 여유가 있더라. 설기현 감독이 밸런스를 잘 잡았고, 공격 스타일도 대학 무대에 잘 없는 것들이었다. 일단 양 팀 모두 좋은 경기를 했으면 한다. 경기 날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 그게 조금 걱정이다"






사진=홍의택 기자
영상=풋앤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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