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포커스] 수원의 16강행 비화, 권순태 허를 찌른 염기훈
입력 : 2018.04.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가시마(일본)] 박대성 기자=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3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데얀의 천금 같은 결승골에는 염기훈과 동료들의 노림수가 있었다.

수원은 17일 오후 7시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에 위치한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H조 조별리그 6차전 가시마 앤틀러스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수원은 가시마전 승리로 H조 1위에 오르며 16강 티켓을 거머 쥐었다.

수원에 가시마전은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수원이 가시마에 비기거나 패한다면 지난 2년 동안 울분이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컸다. 시드니FC와의 비교에서 열세였기에, 상하이 선화전 결과에 따라 H조 3위로 떨어질 확률이 있었다.

탐색전은 짧았고, 그라운드 열기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뜨거웠다. 16강 진출을 확정한 가시마는 로테이션으로 체력을 비축했지만, 짧은 패스와 역습으로 수원 진영에 파고 들었다. 코너킥과 같은 세트피스도 수원에 부담이었다.

팽팽한 분위기는 전반 30분에 기울었다. 수비 벽만 살짝 통과하는 바그닝요의 프리킥을 데얀이 감각적인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데얀의 위치 선정과 노련함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수원은 데얀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켰고, 일본 원정에서 값진 승점 3점을 챙겼다.

H조 1위와 16강 진출의 향방이 세트피스로 결정된 셈이다. 가시마전 세트피스는 수원 땀방울의 결정체였다. 세트피스 당시 고도의 심리전도 걸었다. 심리전을 주도한 선수는 염기훈이다.

염기훈은 정확한 왼발로 상대 수비를 위협한다. 지난 11일 춘천 송암 스포츠타운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6라운드에서 완벽한 왼발 프리킥으로 수원에 승리를 안겼다. 상대 골키퍼 입장에서 프리킥 상황서 염기훈은 경계 대상 1호다.

염기훈은 골키퍼의 생각을 역이용했다. 킥 모션으로 가시마 골키퍼 권순태 시야를 뺏았고, 바그닝요가 공을 찼다. 이를 눈치챈 데얀이 적절한 공간으로 파고 들어가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염기훈도 여기에 동의했다. 염기훈에게 결승골에 관해 묻자 “계획된 것이 맞다. 많은 골키퍼 들이 프리킥을 내가 처리할 거라고 생각한다. (권)순태도 나를 많이 상대했기에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바그닝요에게 내가 차는 시늉을 하고 직접 처리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염기훈의 계획은 적중했다. 권순태 입장에서는 허를 찔린 셈이다. 염기훈은 “허를 찔렸다고 말해도 되는 부분이다. 연습한 대로 돼서 기분이 좋다. 순태가 한국 선수였기에 더 헷갈렸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권순태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누구보다 반가웠다. 염기훈은 “서로 수고했다고 말했다. (권순태가) 축하한다고 하더라. 한국에 언제 오냐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라며 잔잔히 미소 지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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