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50 ①] 우리는 늘 도전자였어, 새삼스레 왜 그래?
입력 : 2018.04.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현민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정확히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아시아에서 그 누구도 못 이룬 대단한 업적이지만, 과정을 돌이켜보면 암담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은 형편없었다. 선수들은 안 뛴 건지, 못 뛴 건지. 우리 축구의 상징인 ‘투혼’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실망스러웠다. 신태용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으나 국민들 마음속 응어리는 풀리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일 월드컵 조 추첨이 열렸다.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한 조에 편성되자 ‘3패다’, ‘망신 예상’, ‘출전권 반납하라’ 등 여론은 들끓었다. 기대치는 한없이 낮아졌다.

이후 대표팀은 월드컵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올 1월부터 3월까지 유럽 현지에서 몰도바(1-0승), 자메이카(2-2무), 라트비아(1-0승), 북아일랜드(1-2패), 폴란드(2-3패)를 상대로 다섯 차례 평가전을 가졌다.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다. 플랜A 4-4-2, 공격은 믿을맨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중심으로 황희찬(잘츠부르크)-권창훈(디종)-이재성(전북 현대), 추가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근호(강원) 등이 구성될 전망이다. 허리는 유럽 경험이 풍부한 기성용(스완지 시티)-박주호(울산 현대), 골키퍼는 김승규(비셀 고베) 정도.



가장 큰 문제는 수비(back-4)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중앙 수비는 이제 프로 2년 차인 김민재(전북)에게 기대야 할 처지다. 옆에 노련한 선수가 있으면 제격인데, 현재로선 장현수(FC도쿄)가 유력하다. 그러나 불안하다. 부상 중인 홍정호(전북), 윤영선(성남FC) 정도가 있다. 이들을 제외하고 마땅한 대안이 없다.

덧붙여 측면 수비도 시급하다. 부상 중인 왼쪽 수비수 김진수(전북)의 100%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 김민우, 홍철(이상 상주 상무)이 대안이다. 오른쪽 수비는 이용, 최철순(이상 전북)이 있다. 이용은 브라질 월드컵 때 쓴맛을 봤던 경험이 있다. 아직 누가 주전이라고 못 박기 모호한 상황. 그런 만큼 수비 라인 구성이 시급하다.

유럽 평가전 이후 신태용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국내와 해외를 돌며 선수들을 면밀히 관찰했다. 최종 명단 80%는 정해졌다. 우선, 35명 예비 엔트리를 5월 14일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한다. 이후 점진적으로 추려 6월 4일 FIFA에 최종 23명을 알린다. 그 사이 선수들은 각 소속팀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가장 큰 적인 부상 예상에 힘써야 한다.

빠른 시일 내 베스트를 정하고,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선발 11명에 추가로 3~4명을 상대나 상황에 따라 바꾸는, 사실상 15명 선에서 본선에 임할 전망이다. 단 3경기에 운명이 걸린 만큼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 증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F조에서 객관적 전력, 선수 구성 등 모든 면에서 최약체다. 그런데 해보지도 않고 ‘힘들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선수들은 당연히 그런 생각을 가질 리 없겠지만, 관망하는 입장의 우리 역시 그런 편견을 깨뜨려야 한다. 자꾸 ‘안 된다’, ‘안 된다’고 하면 있던 자신감마저 떨어진다.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 다소 식상할 수 있겠지만, 공은 둥글고 약팀도 강팀을 이길 수 있는 게 축구다.

울산 미드필더 박주호는 얼마 전 스포탈코리아와 만난 자리에서 “월드컵은 큰 무대다. 이런 경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잘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차근차근 밟아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도르트문트를 거친 그의 말은 충분히 일리 있다.

월드컵을 앞둔 지금, 축구(대표팀, K리그)를 향한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냉랭하다. 마치 미세먼지가 잔뜩 긴 ‘매우 나쁨’ 수준이다. 2006 독일-2010 남아공-2014 브라질, 최근 세 차례 월드컵에서 사상 최초 원정 16강을 달성한 남아공을 제외하고 환희보다 실망이 컸다. 러시아에 오기까지 과정 역시 그랬으니 당연하다.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월드컵은 세계에서 가장 공을 잘 차는 나라 32개국이 모인 대회다. 클럽에서 잘하는 선수를 모두 볼 수 없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선택된 이들만 밟는 꿈의 무대다. 분명한 건 예나 지금이나 대표팀이 본선 진출국 중 어느 한 팀도 쉽게 꺾을 수 없다는 것.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움츠러들 필요 없다. 지역 편차가 있겠지만, 어찌 됐건 우리도 당당히 정시를 통과했다. 아니꼬우면 호주처럼 아시아로 오면 된다.

세계 축구 수준은 높아졌다. 보는 이들의 시선과 생각 역시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대한민국 축구는 제자리다? 판단하기 나름이다. 그렇지만 외면할 수 없지 않나. 붉은 유니폼을 입은 장수들이 나라 명예를 걸고 싸운다. 우리의 자존심이자 희망이다. 계속 잽만 날리다 어퍼컷을 맞고 무너질지언정, 상대가 ‘오! 요놈 봐라?’고 할 정도로. 이게 아시아의 맹주라는 걸 보여주길 바란다. 결말이 어떻든 평가는 대회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늘 도전자’였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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