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er Up 이재성] ''재성이가 주눅 들지 않고 해줄 거예요''
입력 : 2018.05.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는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가 열릴 때까지 [Cheer Up] 릴레이 코너를 연재합니다. 바늘구멍만큼이나 좁은 러시아로 가는 23인 싸움은 물론 세계로 경쟁의 장을 넓히는 태극전사들에게 각별한 인연이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편집자주>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온두라스전 분석 차 대구에 다녀왔어요. (이)재성이가 많이 지쳐 있어 안배를 시키시더라고요". 이재성의 은사이자 대한축구협회 TSG(테크니컬 스터디 그룹) 소위원회를 맡은 서동원 고려대 감독의 말이다.

이재성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권창훈, 이근호, 염기훈 등이 부상으로 앓아누웠다. 새로운 얼굴이 전에 없던 에너지를 불어넣을지라도, 일단은 오랫동안 합 맞춘 기존 자원이 해줘야 한다. 측면, 중앙 가리지 않고 누빌 이재성이 할 일도 늘었다.




이재성은 천천히 핀 꽃이다. 현 대표팀 동료 손흥민, 김진수가 2009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서 날았을 당시 음지에서 땀 흘렸다. 잠재력을 갖췄으나, 깡마른 몸에 대표팀 지도자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이 선수를 선발해 키운 서동원 감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재성이가 학성고 저학년 때 축구 하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고려대생이었던 형 (이)재권이를 따라 학교에도 몇 번 왔었는데요. 많이 왜소했죠. 상대를 버거워하다 보니 저평가받는 게 있었어요. 신체적 핸디캡은 지금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빠르지 않고 힘도 잘 안 붙어요. 골격이나 파워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능가하지 못할 거예요"

그럴 때마다 악착같이 들이받았다. 프로팀에서, 대표팀에서 연출한 '이재성 축구'는 매순간 투쟁한 결과였다. 이재성을 거친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인성'을 꼽는다. 그저 양보를 미덕으로 여기는 조용한 성격을 말하는 게 아니다. 주변을 탓하며 누군가를 시기하기보다는 늘 낮은 자세로 배우려던 사람 됨됨이가 오늘날 이재성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동연령대 주류에서 밀리는 선수들이 보통 잘 망가져요. 삐뚤어진 자존감이나 자존심으로 축구를 바라보죠. 또, 자기 위안이 될 만한 것들을 찾고요. 그런데 재성이는 낮은 자세로 근성을 발휘하더라고요. 자기 단점을 인정하면서 잘하는 선수들을 관찰했어요.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기폭제로 삼고 배우려는 태도가 잘 돼 있었어요"




걱정도 있었다. 고려대 3학년 시절 K리그 최강팀 전북 현대와 계약을 맺었다. 전현직 국가대표가 즐비해 신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거의 없었다. 한 해 두 해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정체되고, 결국 잊히길 마련이다. 여러 팀 전전하다 사라진 선수가 어디 한둘일까. 하지만 이재성은 특유의 센스를 무기로 해 살아남았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없는 본인의 축구를 특화했다.

"프로는 또 다르거든요. 정신적으로 무장시키고자 재성이에게 일부러 겁을 주기도 했어요. 다행히 전북에 가서도 본인 것을 하더라고요. 빠른 선수도 아니고 힘 있는 선수도 아닌데 지혜롭게 이겨내요. 상체 모션으로 상대 중심을 무너뜨리고, 주변 동료들 활용하고 그런 식으로요. 힘을 역이용하면서 볼을 지킬 때와 드리블 칠 때를 구별했죠"

이번엔 전 세계를 무대로 한다. 2014년 프로에 첫 도전장을 냈던 이 선수는 K리그를 집어삼켰다. 영플레이어상, MVP를 차례로 석권했다. 국가대표로는 동아시안컵 등에 이어 월드컵 출전을 앞뒀다. 서동원 감독의 감회도 남다르다. 선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던 제자가 세계에서 경쟁할 모습에 벌써부터 설렌다.

"재성이가 축구에 몰입해 즐기는 경지를 보면서 저도 정말 행복했어요. 어떻게 축구를 더 잘할지 항상 연구하는 선수였거든요. 재성이가 썼던 기숙사 침대에 낙서처럼 써둔 게 있는데요. 지금 후배들이 보면서 자극을 받고 있어요. 이 선수들에게 늘 재성이 얘기를 하죠. '하루아침에 나타난 선수가 아니다', '여러분도 발돋움하고 거듭나야 한다'고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학생 신분으로 세계 축구를 거론하고 공유했던 사이잖아요? 그런 선수가 직접 그 대회에 나간다니 정말 기대돼요. 일단 정신적으로 주눅 들지 않고 해주리란 신뢰는 있어요. 더 나아가 한국 축구 위상을 살려줄 수 있는 선수이기에 잘해줬으면 좋겠어요"





사진=대한축구협회, 전북 현대, Sports KU, 홍의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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