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er Up 김승규] 김영광, ''승규야, 자신 있게 해보자!''
입력 : 2018.06.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는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가 열릴 때까지 [Cheer Up] 릴레이 코너를 연재합니다. 바늘구멍만큼이나 좁은 러시아로 가는 23인 싸움은 물론 세계로 경쟁의 장을 넓히는 태극전사들에게 각별한 인연이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편집자주>

[스포탈코리아=청평] 서재원 기자= 누구나 한 번쯤 미쳤었다. 김영광도 그랬다. 김승규를 위한 응원메시지를 부탁하러 청평에 위치한 서울 이랜드FC 훈련장을 찾았는데, 월드컵 이야기를 꺼내자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월드컵은 모든 선수들에게 꿈이죠. 최종적인 목표이기도 하고요. 저도 1994년 미국월드컵을 보고 축구를 처음 시작했으니까요."

김영광도 두 차례 월드컵을 경험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했다. 물론 단 한 번도 경기장을 밟지 못했다. 2006년에는 이운재, 2010년에는 정성룡의 백업 역할을 했다. "월드컵에서 단 1경기라도 뛰었으면 좋았을 텐데요...세 번째 월드컵을 꿈꿨는데, 갑자기 종아리가 8~10cm 정도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어요."

김영광의 세 번째 월드컵을 좌절시킨 부상.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가 있다. 김영광의 부상이 김승규에게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울산 시절 김승규는 김영광의 백업이었다. 무려 7년 가까이 김영광의 뒤에서 기다렸다. 김영광이 장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김승규가 주전 자리를 꿰찼다. 7개월 뒤 돌아왔을 땐, 김승규는 더 성장해있었다. 오히려 김영광의 자리가 없었다. 치고 올라온 김승규에게 자리를 내준 김영광은 이듬해 임대와 이적을 택하며 울산을 떠났다.

"제가 승규와 경쟁에서 밀린 게 사실이죠. 그렇다고 해서 악감정은 전혀 없었어요. 승규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거든요. 7년 동안 승규를 보면서 단 하루도 게을리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어요. 정말 하루도 안 빠지고 개인운동을 하는 친구였죠. 그걸 보면서 언젠가 좋은 선수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었다고 봐요. 제가 울산을 후회 없이, 미련 없이 떠난 것도 승규가 누려야할 결과임을 이해해서였어요."



7년을 뒤에서 기다린 후배와, 그 후배로 인해 자리를 잃은 선배. 미묘한 감정이 들 법도 한데, 두 사람 사이는 누구보다 끈끈했다. "제 자리를 빼앗은 이가 승규라서 마음이 놓였어요. 승규의 서러움을 잘 알고 있었거든요. 7년 동안 백업으로 있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에요. 제가 싫었을 법도 한데, 지금도 항상 저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그런 승규가 고맙고요."

김영광이 기억하는 김승규는 노력파다. 전성기 시절 김영광을 자극할 정도로 피나는 노력을 했다. "노력을 정말 많이 하는 친구예요. 매일 줄넘기를 하고, 순발력 운동을 했어요. 그래서 키가 큰데, 순발력이 좋은 거예요. 승규가 어렸을 때, 구간왕복달리기를 하면 항상 제가 이겼어요. 그런데 어느 샌가 비슷해져있더라고요. 선천적인 게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것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때 느꼈어요."

김승규가 대표팀에서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던 것도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팀에서도 울산 때처럼 묵묵히 기다리고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 결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전 골키퍼를 뜻하는 등번호 1번을 받았다. 4년 전에는 정성룡의 백업으로 대회에 임했던 그였다.



"이번 월드컵에서 승규가 골문을 지킬 것 같아요.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승규도 월드컵이 어떤 무대인지 잘 알거예요. 벤치에만 앉아 있어도 두근거림이 엄청난 대회죠. 승규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지금보다 더 자신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위축되면 판단력이 흐려져요. 자신감을 잃는 순간, 해가 될 수 있고요. 자신감을 갖고 임하면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거예요."

김영광은 나머지 두 골키퍼인 김진현과 조현우에 대한 응원과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진현이, 현우 모두 좋은 선수들이에요. 아직 누가 주전이 될지 모르겠지만, 나머지 두 선수들도 같이 경쟁을 해줘야 해요. 경기에 못 나간다고 해서 심적으로 다운이 된다면, 팀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요. 또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는 일이예요. 항상 경기에 나간다는 마음으로 같이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축복이에요. 감사한 마음과 자부심을 갖고 모두가 멋지게 해주길 바라요. 모두로 인해 한국 축구의 위상이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열심히 응원할 테니까요."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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