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er Up 구자철] ''자철이가 기대에는 못 미쳤어도...모든 것 쏟아보자''
입력 : 2018.06.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는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가 열릴 때까지 [Cheer Up] 릴레이 코너를 연재합니다. 바늘구멍만큼이나 좁은 러시아로 가는 23인 싸움은 물론 세계로 경쟁의 장을 넓히는 태극전사들에게 각별한 인연이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편집자주>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구)자철이가 뛰는 걸 보고 왔는데, 썩 좋은 컨디션은 아니더라고요".

박경훈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제자 구자철을 논했다. 대구, 전주 모두 찾아 신태용호의 평가전을 지켜본 그다. 부상에서 돌아왔다고는 하나, 아직 스승의 눈에는 완벽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멘탈이나 경험에 기대도 걸었다.

구자철은 생애 두 번째 월드컵을 기다린다. 최종 명단 문턱을 넘지 못했던 2010 남아공 월드컵, 런던 올림픽 기대가 폭삭 무너졌던 2014 브라질 월드컵. 그리고 2018 러시아 월드컵이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직후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성한다. 스웨덴전, 멕시코전, 독일전을 차례로 준비한다.




벌써 8년 전이다. 그해 여름 구자철은 많이 힘들었다. 오스트리아까지 갔다가 좌절한 아픔 때문. 허정무 감독이 이끌고 박지성, 이영표 등이 밀었던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은 전지훈련지 오스트리아에서 최종 23인을 결정했다. 이근호, 신형민에 이어 구자철을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그때 자철이가 많은 나이가 아니었어요. 제가 감독으로서 얘기할 수 있었던 건 '아직 기회는 많다', '이번 계기로 더욱더 성장할 수 있다'라는 위로뿐이었죠. 본인은 실망으로 가득했는데, 거기서 또 노력을 하더라고요. 빨리 잊고 더 열심히 하려던 게 분데스리가 진출, 월드컵 참가 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해요"

제주는 2010 K리그를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다. 만 스물 하나에 리그 중원을 휘어잡은 구자철의 공은 굉장했다. 박현범과 짝 이뤄 강력한 라인을 구축한 데서 제주 축구가 시작했다. 구자철이 시즌 마지막까지 평탄했던 건 아니다. 부상 증세로 FC서울과 챔피언결정전을 온전히 뛰지 못했다. 그럼에도 2차전 원정 후반전에 부랴부랴 교체 투입된 건 그만큼 팀 내 비중이 컸다는 방증이다.

"자철이가 여러 대표팀을 왔다 갔다 하면서 엄청나게 힘들었을 거예요. 감독으로서 소속팀 훈련은 좀 쉬었으면 했는데 다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투지 넘치게 헌신한 게 우리 팀 선수단에 큰 자극이 됐죠.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팀 전체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요. 지금 대표팀에서도 그럴 거예요"




구자철은 여러 옷을 입었다. 제주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시작했지만, 조광래호에서는 조금 더 전진 배치됐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 득점왕도 그렇게 탄생했다. 이후에도 앞뒤를 오가면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박 감독은 "감독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질 선수"라면서 사견을 펼쳤다.

"자철이의 역할은 감독 철학에 달렸어요. 저는 2010년 때 볼 소유를 중시하면서 미드필더를 강조했거든요. 4-2-3-1 중 수비형에 자철이하고 (박)현범이를 세워 재미를 봤죠. 이 선수들이 가끔 나가서 공격도 잘했고요. 자철이가 제주 떠난 이후에는 공격형, 섀도, 때로는 측면까지 서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자철이를 미드필더로 쭉 세우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해요. 지금 기성용이랑 세워도 괜찮을 거 같은데요"

한창때만큼은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잦은 부상 등으로 주춤했던 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응당 해줘야 할 몫이 있다. 특히 경험 있는 선배들이 하나둘 쓰러져 이탈한 현재라면 더하다. 월드컵은커녕 A매치 출전 경험도 얼마 안 되는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 서야 하는 지금, 미리 그 길을 걸어본 구자철이 해낼 대목도 분명 있다.

"슈틸리케 감독 때는 자철이가 차지하는 부분이 굉장히 컸었거든요.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대표팀이 전체적으로 떨어진 영향도 있을 거예요. 팬들은 팀이 어려울 때 자철이 같은 선수가 능력을 발휘해주길 기대하는데, 그런 거에는 조금 못 미쳤을 수 있어요. 게다가 지금은 자철이 스스로 컨트롤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모든 감독이 인성, 개성, 멘탈이 뛰어난 선수를 좋아하거든요. 자철이는 그런 걸 다 갖추고 있었어요. 이런 선수와 함께했다는 건 행운이죠. 신태용 감독 말대로 자철이도 컨디션 주기 잘 맞춰 첫 경기에 모든 걸 쏟아냈으면 해요. 지금이 아니라 러시아 간 뒤부터가 제일 중요하니까요"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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