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양 다이노스 답사기
입력 : 2018.06.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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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쟤는 왜 2군 안 보내냐.”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한, 혹은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반복하는 선수에게 팬들이 심심찮게 외치는 말이다. 부상, 부진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1군급 선수를 제외하면 아는 선수도 없고 TV 중계도 해 주지 않는 2군, 즉 퓨처스 리그는 KBO 리그의 팬들에게 미지의 세계에 가깝다. 한 번쯤 가봐야지 하면서도 교통이 불친절해서, 혹은 멀어서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NC 다이노스의 퓨처스 팀인 고양 다이노스는 수도권에 위치하며 편한 교통의 이점을 안고 미지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야구장의 풍경을 소개해보려 한다.


나른한 평일 낮 경기의 매력

고양 다이노스의 평일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조용한 경기장엔 불펜과 실내 연습장을 오가는 선수들의 스파이크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원정 팀 버스가 경기장으로 들어오지만 선수들의 사인을 받으려고 모여 있는 팬 무리는 없다.



운이 좋으면 ‘1군급’ 선수를 보다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다.(사진제공=고양 다이노스)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시작한 1시 경기이지만 12시 58분쯤 심판이 외치는 스트라이크 콜에 집중하게 된다. 경기가 시작할 즈음 사람들이 좌석을 채운다. 그저 동네에 산책 나온 듯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양복 입은 사람들, 커다란 렌즈를 자랑하며 선수들을 찍는 열성 팬들만이 좌석을 지킨다. 1군 경기에서 경기장을 가득 채우던 응원가 소리, 팬들의 함성 소리는 없다. 대신 그곳에서 듣기 어려운 선수들의 파이팅 소리,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평일의 2군 경기장, 특히 고양 다이노스 야구장이 가지는 매력이 무엇일까. 나는 가까우면서도 시끄러운 도심을 벗어난 곳에서 나른함을 즐기며 내가 사랑하는 팀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덤으로 운이 좋다면 다양한 이유로 2군에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1군급 선수들을 미리 만날 수도 있다.


주말의 기분 좋은 북적거림

주말은 평일과는 다르다. 마치 ‘동네 잔치’같다. 다른 퓨처스 팀들과 다른 고양 다이노스만의 특별함은 주말에 빛을 발한다.



퓨쳐스 리그 팀 중 최초로 응원단을 도입했다.(사진제공=고양 다이노스)



경기가 시작되기 두 시간 전부터 이마트타운 프리미엄석(중앙의 테이블 좌석)에 앉기 위해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푸드트럭이 음료와 먹거리를 팔기 위한 준비를 한다. 경기장 전체에는 고양 다이노스의 응원가가 계속해서 울린다. 고양 다이노스의 마스코트인 고양고양이가 경기장 주변을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이벤트 참여 독려를 하고 팬들과 사진을 찍거나 아이들과 놀아준다. 막대 풍선을 두 개씩 집어 든 관중들이 의자에 앉고 소풍을 가듯 돗자리와 간식거리를 손에 든 가족들이 관중석 가장 뒤 빈 공간에 자리잡는다.

12시 50분이 되면 사전에 모집된 팬들이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기다린다. 응원단장이 선수들을 소개하고 팬들은 반복된 훈련으로 축축해진 선수들의 손에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하나의 추억을 쌓는다.

평일과 달리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나면 ‘OO의 날’을 채우는 OO와 관련된 사람의 시구로 경기가 시작된다. 디어존(고양 다이노스 야구장의 일반 내야석)에 모인 팬들은 열성적인 응원단장과 치어리더의 주도로 응원가를 부르며 응원을 즐긴다. 레퍼토리가 다양하지는 않다. 하지만 간단한 율동과 단순하고 신나는 음악은 좌석을 채운 많은 아이들을 들뜨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양고양이는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사진제공=고양 다이노스)


경기가 진행되는 중에도 경기장 밖은 끊임없이 북적거린다. 뒤늦게 티켓을 사러 온 사람들, 놀이 공간에서 놀고 있는 어린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 먹을 것을 사려고 푸드트럭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 스폰서 데이의 이벤트를 진행하는 부스, 한 켠에서 캐치볼을 하는 남자 아이들까지. 야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야구팬들과 한데 어울려 기분 좋은 북적거림을 선사한다.

주말의 고양 다이노스 관중 가운데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정말 많다. 고양 다이노스 야구장은 규모가 작아서 1군만큼 다양한 프로모션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규모가 작기 때문에 마음 놓고 아이들을 데려와 놀게 할 수 있다.


한국형 마이너리그 구단



지역밀착 봉사활동을 주민들과 가까워지려 하고 있다.(사진제공=고양 다이노스)


처음 고양 다이노스의 목표는 ‘한국형 마이너리그 구단’이었다. 그래서 팀 이름도 ‘고양’이라는 지역명을 붙이고 지역밀착 마케팅 기획을 쏟아냈다. 2군 팀도 스스로 광고를 유치하고 마케팅을 진행하며 퓨처스 리그가 지향할 하나의 자립형 모델을 보이고자 했다. 외야 펜스에는 자체적으로 유치한 광고들이 붙어있고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스폰서 기업들의 마크를 부착했다. 주말 경기에는 티켓을 유료화했다. 고양시와 협력해 다양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시도했고 고양시를 다니는 버스와 지하철에는 고양 다이노스의 주말 홈경기를 안내하는 광고가 붙었다.

이런 정책들이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경기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을 대변하듯 작년에는 퓨처스 리그의 팀 중 최초로 통산 유료관중 2만 명을 달성했다. 이제 더 이상 고양 다이노스의 경기를 보러 오면서 티켓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은 없다. 대신 NC 다이노스와 아무 관련이 없는 고양시의 사람들이 NC의 2군 선수들과 그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게 되었다.



퓨처스리그 최초로 누적 유료관중 2만 명을 돌파한 고양다이노스(사진제공=고양 다이노스)


NC 다이노스는 창원 마산야구장의 바로 옆에 새로운 야구장을 짓고 있다. 그리고 NC는 현재 KT 위즈와 더불어 1군과 2군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신구장 건설이 완료되고 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야구장으로 퓨처스 팀이 옮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것이 당장 내년이 될 수도, 그 다음 해가 될 수도 있다. 혹은 다양한 이유로 옮기지 않고 퓨처스 팀이 고양시에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후의 결정이 어떻든 지금 고양 다이노스는 특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혹시나 응원팀의 2군 팀이 퓨처스 리그의 북부리그 소속이라면 NC의 퓨처스 팀이 창원으로 떠나기 전에 고양 다이노스의 경기 일정을 확인하고 소소한 북적거림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야구공작소
박주현 칼럼니스트 / 에디터=이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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