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포커스] 기본기 부족 韓 축구, 언제까지 투지 타령할 텐가
입력 : 2018.06.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현민 기자= 월드컵은 각 대륙에서 치열한 예선을 뚫고 온 32개 팀이 자웅을 겨루는 자리다. 정말 축구 잘하는 국가, 볼 잘 차는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유럽이나 남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한 아시아 대륙에서조차 한국은 힘겹게 본선에 올랐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이뤘지만, 그간의 과정이 실망스러워 어느 때보다 기대감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국가대표니까, 축구 열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스웨덴전 승리를 염원했다. 한국은 18일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패했다. 잘 싸웠다. 새로운 수문장 조현우라는 보석을 발견했다. 붕대 투혼도 나왔다. 악착같이 뛰었다. 안타깝게도 위험지역에서 반칙, 매의 눈 'VAR'을 피할 수 없었다.

뚜껑을 열자 스웨덴은 예상했던 대로 힘과 높이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한국의 선택은 '카운터어택'이었다. 수비에 안정을 둔 후 역습을 통해 상대 허를 찌르는 방식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후방 빌드업이 중요하다. 과거 울리 슈틸리케 감독, 현재 신태용 감독도 논란 속에 장현수를 계속 기용하는 이유다. 한국의 현 전력, 선수 구성상 원터치 투터치 패스, 빠른 침투로 5초에서 7초 사이 상대 문전까지 도달하기 힘들다. 아군 진영 혹은 하프라인에서 볼을 잡았을 때 전방이나 측면으로 한 방에 때려주는 '킥 앤 러시'가 현실적이다. 상대 뒤를 노리는 전략이다. 이 긴 패스, 연계, 전환을 장현수, 기성용이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장현수가 몇 차례 범한 패스미스다. 전반 26분경 좌측에 있는 박주호에게 패스를 했을 때 볼이 상당히 높았다. 이를 박주호가 무리하게 잡으려다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다. 또, 후방에서 볼을 소유한 후 전방을 바라봤다. 측면에 있는 동료 공격수를 향해 길게 넘겼다. 상대 선수의 강한 압박이 없었는데 패스가 한참 벗어났다. 키 큰 김신욱에게 몇 차례 패스한 게 전부일 정도로 위력 없었다. 이런 실수가 누적돼 자신감이 떨어졌고, 동료들은 힘 빠졌다. 제대로 빌드업이 안 되니 확실한 카드 손흥민은 있으나 마나였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손흥민의 몇 차례 역습 장면에서도 큰 문제를 드러냈다. 손흥민이 스웨덴 페널티박스 안까지 깊숙이 침투할 때까지 문전으로 들어오는 동료가 없었다. 상대는 이미 백업해 수비 대형을 다 갖춘 상태였다.

박스 근처에서 터치 역시 불안했다. '퍼스트 터치'가 안 되니 연계도, 위협적인 기회도 만들지 못했다. 공격 시 '터치 하나가 슈팅'으로 연결되고, 수비 시에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 후반 스웨덴 박스 안에서 이재성의 터치가 대표적이다. 상대가 힘들이지 않고 볼을 쉽게 빼앗을 수 있게끔. 일부 선수를 예로 들었지만, 대부분이 그랬다. 풀백들의 크로스는 최악에 가까웠다.



스웨덴은 볼을 잘 다루거나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이 아니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기본기였다. 안정감 있는 터치, 소유. 축구의 기본이 다져져있으니 전체적으로 안정된 팀이었다.

한국은 개막전에서 러시아에 대패를 당한 사우디아바리아와 큰 차이 없었다. 사우디는 전술 이해도가 낮았다. 결정적으로 스스로 실수를 범하며 무너졌고, 평점심도 잃었다. 물론 우리는 그들과 임하는 자세가 달랐다. 한국은 힘든 상황에서 꿋꿋이 버텼다. 슈팅에 몸을 날렸고, 많이 뛰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안 된다. 열정만으로 실력을 포장할 수 없다. 결과는 더더욱.

스웨덴전 패배는 '기량'차가 아니다. '기본기' 차이다. 중요한 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공든탑이다. 빨리빨리, 성적 지상주의,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문화가 축구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언제까지 투지 타령만 할지 궁금하다. 더 이상 아시아의 맹주가 아니다. 그저 종이 호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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