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196cm 주바’보며 곱씹어야 할 한국 공격수.txt
입력 : 2018.06.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현민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70위에 불과한 러시아가 월드컵에서 날고 있다. 그 중심에 폭격기 아르템 주바(29)가 있다.

주바는 이번 대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를 상대로 연속골을 뽑아냈다. 큰 키를 활용한 제공권, 결정력, 축구 센스까지. 정통 공격수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키가 2m에 가까운(실제 196cm) 선수가 민첩하기는 쉽지 않다. 흔히 말하는 치달(치고 달리기)과 거리가 멀다. 물론 큰 선수 중 빠른 선수도 있지만, 동작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안 보인다. 여기서 의미하는 ‘민첩함’은 축구에서 필요한 요소다. 공격수라면 바디 페이크(속임 동작), 터치를 통해 공을 전환하는 등 특히 문전에서 터치 하나 페이크 하나가 ‘슈팅→골’로 연결된다. 순간적인 판단, 골 냄새를 맡는 ‘탁월함’이 있어야 된다.

주바의 경우 이번 대회에서 이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하는 공격수 중 하나다. 사우디와 개막전에서 측면 크로스를 타점 높은 문전 헤딩골로 연결했다. 20일 이집트를 맞아 문전에서 패스를 건네받아 수비수를 제치고 오른발 감아 차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어떻게 저렇게 큰 선수가 유연하면서 침착할까’라는 느낌을 줬다.

이날 중계를 한 박건하 MBC 해설위원은 “주바가 힘도 좋지만, 문전 앞에서 빠르고 침착하다. 센스, 결정력이 뛰어나다”고 극찬했다.

뒤에서 지원해주는 미드필더의 능력도 한몫한다. 데니스 체리세프, 알렉산드르 골로빈 등 패스를 짧게 길게 원하는 곳에 뿌려준다. 주바가 스크린 해주면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박스 부근에서 약속된 플레이로 공격을 풀어갔다. 서로의 장점이 더해지며시너지를 내고 있다.

주바는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수세에 몰릴 때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 상대 선수를 마크, 제공권으로 힘을 보탰다. 피지컬이 워낙 좋으니 몸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

물론 사우디, 이집트 등 러시아보다 월등히 뛰어난 팀을 만나지 못했다. 더 강하고 다른 유형의 팀을 상대해야 주바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주바는 빅리그 경험이 전무, 현재 자국리그 제니트 소속이다. 올 1월 아르세날 툴라로 반 시즌 임대돼 10경기에서 6골을 넣으며 득점 감각을 키웠다. 이것이 월드컵까지 이어져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는 걸출한 공격수가 없었다. 다른 포지션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전설적 인물은 몇몇 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주바를 발견했다. 반짝스타가 아닌 본인도 대표팀도 준비한 결과물이다.

이는 본선에서 고전 중인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 김신욱(전북 현대)이 주바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스웨덴전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김신욱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잘 쓰면 정말 좋은 카드다. 못 쓰면 팀 전체 균형이 깨진다”면서, “몇 년 전 더 성장할 수 있었는데, 그 시기를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 아시아에서 통할지 몰라도 세계무대에서는 글쎄...”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현 대표팀에서 정통 공격수는 김신욱뿐이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도 전방에 설수 있지만, 전혀 다른 유형의 선수다. 측면에 있을 때 더 빛을 발휘한다. 공격수는 비단 김신욱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축구 전체가 곱씹어봐야 한다.

결정적으로 한국에 정말 손에 꼽을 만한 No.9 공격수(베테랑 이동국(전북 현대) 정도)가 없다. 모든 축구인들이 한목소리를 낸다. ‘아이들이 공격수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한국의 대표적인 공격수였던 황선홍 감독은 과거 필자와 인터뷰를 통해 공격수 발굴을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교까지 찾아다니면서 수소문하는데 정통 공격수(No.9유형)를 찾기 쉽지 않다. 전술적으로 타개해야 한다. 대표팀이나 클럽 모두 그럴 수밖에 없다. 반드시 필요한 것보다 다양한 옵션을 갖고 있어야 한다. 공격수가 없으면 그만큼 전술적 제약을 받게 되고 상대를 괴롭힐 수 없다. 축구의 전술은 돌고 돈다. 지금은 공격수 입지가 예전보다 줄었지만, 언젠가 다시 No.9 위주 전술이 쓰일 거다. 대비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격수 발굴을 위해 축구인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결국, 특정 선수와 한 전술만 갖고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측면, 2선 자원들의 능력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최전선에서 해결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축구는 골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승적 차원에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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