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충격→러시아 실패, 축구협회 4년은 또 틀렸다
입력 : 2018.07.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조용운 기자= "4년 전에 했던 말을 또 하고 있다. 지금 하는 말도 녹음해 4년 후 들어보면 상황이 같을 것이다."

지난달 러시아에서 만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4년마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한국 축구의 현실을 꼬집었다. 그의 말처럼 월드컵이 끝나고 국내는 4년 전 그랬듯 실패에 대한 책임론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4년 전 이맘 때 작성한 기사를 되돌아봤다. ▲안일했던 축구협회 ▲체질 개선의 필요성 ▲변화 약속, 개편 정도는? ▲월드컵 감독 평가, 후임은 신중히 등 지금도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표현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한국 축구의 현실은 2014년과 다르지 않다. 대표팀은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를 반복했고 1년짜리 소방수 지도자 선임으로 아까운 감독 카드를 또 잃었다. 인터넷 공간에서 실패에 따른 책임론은 거세고 축구협회는 선수들의 땀 뒤에서 관성적으로 침묵하고 있다.

그나마 차이점은 '카잔 대첩'을 일궈낸 선수들의 막판 투혼에 4년 전과 다른 기대감을 품는 정도다.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독일전 승리는 한국 축구의 희망이 결코 아니다. 악전고투가 현실이었고 달라져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축구협회의 제자리걸음은 다시 반복해선 안 될 부분이다. 4년 전에도 축구협회 수장인 정몽규 협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개선을 입에 올렸다. 그리고는 지난해 다시 한국 축구 부진에 따른 사과를 했다. 2018년 또 그는 월드컵 실패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정몽규 회장은 대표팀 해단식에서 "월드컵이 끝났다. 많이 아쉽다. 오랫동안 훈련하고 합숙하며 준비한 선수단에 감사를 드린다"면서 "마지막에 독일을 이겼다. 감사한 일"이라고 실패 책임 추궁의 여론과 다른 마무리 발언을 했다.

팬들의 반발은 당연했다. 당장 한국 축구대표팀의 전력을 끌어올리고 한국 축구의 체질을 바꾸라고 아우성이다. 단기간에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속도를 늦출 수는 없다. 실패 원인 분석과 개선이 필요하다.



월드컵 성과에 목을 매는 만큼 4년마다 돌아오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만큼은 변화가 시급하다. 잦은 감독교체로 1년짜리 감독을 만들고도 다시 반복했다. 감독을 바꿀 시기를 제대로 잡지 못한 축구협회의 잘못이 크다.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위기에 그저 고개만 숙였다. 급하게 외국인 코치를 수급하긴 했지만 짧은 기간 얼마나 그들이 영향력을 미쳤을지 의문이다. 정몽규 협회장은 수장에 오르고 계속해서 감독 선임에 실패했다. 단기간 지도자만 늘어났다. 칼 같은 판단력이나 단호하게 지켜주는 방패 역할 모두 하지 못했다.

또 축구협회는 브라질월드컵 실패를 교훈 삼아 백서를 만들고도 활용하지 않았다. 교훈이 담긴 분석은 그저 326페이지 분량의 서적으로 남았다. 당시 아시아 예선부터 본선 종료까지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협회 임원, 미디어를 통해 확인한 심층 분석은 러시아월드컵에 반영되지 않았다. 실무에 반영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없었다.

고충은 선수들의 몫이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평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실한 상대와 경기는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다. 4년 전 이구아수를 오가는 무리한 일정의 베이스캠프도 러시아에서 반복됐다.



이번 전초기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기온은 본선 경기가 열린 3개 도시보다 10도 가량 낮았다. 선수들은 긴팔을 입고 훈련하다가 반팔을 착용하고 경기했다. 경기 직후 베이스캠프로 돌아가야 했기에 하루사이에 30도가 넘는 기온을 견뎠다가 10도 중반의 차가운 바람을 맞았다. 공항서 대표팀 숙소까지 이동시간도 결코 짧지 않았다. 본선 32개국의 대부분은 모스크바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상트페테르부르크서 대회를 준비한 건 한국을 포함해 4개국에 불과했다.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했다.

실수를 반복하면서 월드컵을 또 실패했다. 한국은 이제 16강 이상을 논하던 시절서 벗어나 1승을 갈망하는 시대로 돌아갔다. 갈 길이 멀다. 2014년에 해결했어야 할 부분을 다시 되밟아야 하는 만큼 발걸음도 빨라져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4년 전 해결책으로 언급됐던 고인물 집행부 총사퇴부터 기술위원회의 독립화, 새로운 인사 채용 및 탕평 인사와 같은 부분이 지난해 진행된 상태다. 팬들이 요구하는 대로 축구협회의 구조가 정비됐고 인재도 달라졌다. 6개월 전 시행된 대대적인 변화는 이제 4년 혹은 그 이상을 바라보는 장기계획으로 이어져야 한다.

4년 전 들끓던 외침이 지금 다시 반복됐다. 이제는 정말 잘못을 알면서 반복하는 실수를 멈춰야 한다. 한국 축구는 여전히 위기고 4년 후에는 어쩌면 더 큰 파고에 부딪히게 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