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의 기묘한축구] 논란의 겨울 월드컵, 어쩌면 예고된 일이었다
입력 : 2018.07.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박대성 기자= 카타르 월드컵 개막일이 결정됐다. 4년 후 월드컵은 겨울에 치러진다. 1930년 1회 월드컵 개최 후 전례 없던 일이었다. 그러나 과정을 살펴보면, 사상 최초 겨울 월드컵은 예고된 일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지안니 인판티노 회장이 러시아 월드컵 3-4위전과 결승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견 내용은 러시아 월드컵 전반적 평가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었다. 비디오판독시스템(VAR) 호평 등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목을 사로 잡은 쪽은 카타르 월드컵이었다.

인판티노 회장 발언을 빌리면, 카타르 월드컵은 2022년 11월 21일에 개막한 후 12월 18일에 폐막한다. 18회 러시아 월드컵까지 단 한 번도 없던 겨울 월드컵이다. FIFA는 사상 최초 11월 개막에 이어 48개국 조기 확대까지 추진할 생각이다.

시간을 2010년으로 돌려보자. 어쩌면 19회 월드컵 개최지로 카타르가 선정됐을 때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카타르는 2010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경쟁에서 한국, 일본, 호주, 미국, 인도네시아, 멕시코를 제치고 월드컵 개최권을 얻었다.

카타르는 경쟁국 중에서 가장 불리했다.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지만 날씨가 변수였다. 통상적으로 월드컵 개최는 여름에 열리는데, 카타르의 여름은 50도를 넘나든다. 스포츠가 아니라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카타르가 고안한 방법은 경기장 내 에어컨 설치였다. 믿을 수 없는 공약이었지만 개최지 투표에서 승리했다. 당시 카타르는 “모든 경기장과 훈련장에 에어컨을 완비해 폭염을 극복하겠다. 일정 변동 없이 월드컵을 준비하겠다”라며 자신했다.

“모든 경기장과 훈련장”이란 말에는 변수가 있다. 훈련 환경은 조성될지 몰라도 관광객은 50도 폭염에 그대로 노출된다. 거리 응원 등 대규모 이벤트가 불가능한 셈이다. 독일축구협회 회장 출신 테오 츠반치거 위원도 “월드컵은 경기장에서만 하는 행사가 아니다. 전 세계 팬들도 고려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월드컵이 전 세계의 축제인 점을 고려하면, 결론은 겨울 월드컵이다. 11월과 12월 카타르 기온은 최고 30도에서 최저 16도까지 떨어진다. 7월 14일 현재 30도를 기록한 한국과 유사한 온도. 일반적인 나라의 여름과 같은 기온이다.

겨울 휴식기를 활용한 1월-2월 개최는 어려웠다. 카타르 월드컵이 1월에 개최되면, 같은 시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동계 올림픽과 겹친다. 최고의 이벤트 두 개가 동시에 열릴 순 없다. 월드컵과 올림픽 스폰서를 맺은 기업들이 원하지 않는다. 4월은 라마단 기간과 유럽 리그 막바지 일정이 겹친다. 11월-12월 개최 밖에 없다. 겨울 월드컵은 예정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한편 사상 최초 겨울 월드컵으로 유럽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인판티노 회장이 발표한 11월 21일 개막은 유럽 리그가 한창일 시기다. 춘추제를 도입한 유럽 리그는 8월 경에 개막해 5월 경에 마무리된다. 스페인축구연맹도 “프로축구구단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취소를 제안할 생각”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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