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평균 수명 17개월… 독만 남은 한국 감독 아무도 안 온다
입력 : 2018.07.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평균 재임기간 17개월. 한국 A대표팀 감독은 단명의 운명을 안고 있다. 대표팀 감독이 독이 든 성배라고 불리지만, 현재 대표팀 감독 자리는 그저 독만 남은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다.

대한축구협회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복수의 후보군에게 대표팀 감독직을 제안하고 있는 중이다. 누구에게 어떻게 제안했는지는 알 수 없다. 풍문으로는 최근까지 일본을 이끌었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멕시코를 이끌고 한국을 상대했던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 이란을 오랫동안 지휘한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 등이 거론된다.

김판곤 위원장이 이들과 협상을 벌이는 중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수월하게 진척 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당초 예상했던 7월 내 선임은 사실상 물 건너 가고 있다. 자칫하다 8월 초 선임도 어려워 보인다.

외국인 지도자들은 한국행을 꺼려할 수 밖에 없다. 낯선 아시아 문화와 함께 일본, 중국, 중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 등이다. 정몽규 회장마저 “우리는 일본이나 중동보다 1.5배를 더 줘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지갑을 열수 없으니 ‘머니 파워’를 앞세워 데려 올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진정성으로 선임을 해야 한다. 2000년 겨울 거스 히딩크 감독을 선임할 수 있었던 데는 당시 기술위원장으로 협상을 지휘했던 이용수 전 부회장의 진정성이 컸다.

그런데 근 20년의 시간이 지나고 과연 협회는 외국인 지도자들이 진정성을 느끼게 할 행보를 보였는지 의문이다. 이는 감독 재임 기간만 봐도 알 수 있다.

2001년 1월부터 대표팀을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을 시작으로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끈 신태용 감독까지 18년의 시간 동안 총 11명의 감독이 거쳐갔다. 평균 재임 기간은 17개월에 불과했다. 1년 2개월에 한 번씩 감독을 교체한 셈이다.

물론 허정무(32개월), 울리 슈틸리케(33개월) 감독처럼 장기간 팀을 이끈 지도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갑작스런 성적 부진과 여론 악화로 경질을 거듭했다. 특히 2010년 7월에 4년을 내다보고 선임한 조광래 감독의 경우 2차예선에서 부진이 이어지자 본인에게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경질하는 후진적인 모습을 보였을 정도다.

또한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움베르투 코엘류-조 본프레레-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조광래-최강희- 홍명보 감독 등 3명의 감독이 이어가는 촌극을 빗기도 했다. 2차예선 감독, 최종예선 감독, 본선 감독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이는 면밀한 검토 없이 서둘러 감독 선임을 해야 한다는 촉박한 마음과 함께 믿고 기다려주지 못하는 조급증이 뒤섞이면서 벌어진 것이다. 물론 성적이 부진하면 해임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잦은 감독 교체가 꼭 성적 부진 탓은 아니었다. 오히려 여론의 분위기에 휩쓸려 무마용으로 경질과 선임을 반복한 것도 있다.

협회의 이러한 행보를 외국인 지도자들이 모를 리 없다. 분명 한 나라의 대표팀 감독은 영광스러운 자리다. 하지만 한국은 외국인 지도자들에게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어차피 1~2년 뒤에 경질할 것인데 과연 누가 한국행을 결정하겠는가.

▲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역대 대표팀 감독 재임 기간
거스 히딩크 : 2001년 1월~2002년 6월
움베르투 코엘류 : 2003년 2월~2004년 2월
조 본프레레 : 2004년 6월~2005년 8월
딕 아드보카트 : 2005년 10월~2006년 6월
핌 베어벡 : 2006년 7월~2007년 7월
허정무 : 2007년 12월~2010년 7월
조광래 : 2010년 7월~2011년 12월
최강희 : 2011년 12월~2013년 6월
홍명보 : 2013년 6월~2014년 7월
울리 슈틸리케 : 2014년 9월~2017년 6월
신태용 : 2017년 7월~2018년 7월

사진=스포탈코리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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