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선임에 실망하셨나요?
입력 : 2018.08.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축구회관] 서재원 기자= 파울루 벤투(49, 포르투갈) 감독이 한국 축구를 이끌 새로운 수장으로 선택됐다. 벤투 감독 선임에 대한 실망과 논란은 존재하지만, 이제는 그를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축구를 이끌 새 사령탑에 벤투 감독이 선임됐음을 발표했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벤투 감독의 선임을 공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출장길에서 총 4명의 후보군과 미팅을 가졌다. 그 중 벤투 감독이 가장 적극적인 자세였다. 미팅 자리에 코치진을 모두 대동했다. 코치진 모두가 프로페셔널했으며, 현대적이고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잘 설명해줬다. 감독 포함 총 5명의 팀으로 오래전부터 같이 했다”라고 벤투 감독을 최종 낙점한 이유를 밝혔다.

▲ 생각보다 오래 걸린 감독 선임...케이로스 불발



김판곤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위원회는 2018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직후부터 새 감독 찾기에 혈안이었다. 우선적으로 10인의 후보리스트를 책정했다. 그 안에는 러시아월드컵을 이끈 신태용 감독도 포함돼 있었다.

우선적으로 후보리스트 안에 포함된 신태용 감독에 대한 평가가 필요했다. 김 위원장은 “7월 18일까지 위원회의 리포트를 받았고 TSG와 소위원회 분석을 거쳤다. 신태용호의 대회 준비 및 조별리그 3경기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신 감독은 독일전 승리 등 한국 축구의 위상을 알린데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전술적인 대응, 언론 대응 등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신 감독을 최종 후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신태용 감독이 최종후보에서 제외된 후, 협회는 우선 협상 대상자 3명에 대해 우선적으로 접근했다. 여기에는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차 유럽 출장에서 3명의 후보를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그 중 최종 합의 직전까지 간 인물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선 협상 대상자 3명에 대한 모든 협상이 결렬됐다. 김 위원장은 “협상 과정에서 위약금 문제가 있는 후보가 있었다. 높은 금액을 책정했음에도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제시한 후보도 있었다. 협상 중 다른 클럽에서 제안해 중도에 거절한 후보도 있었다”라고 1차 최종 후보들과 협상이 난항을 겪은 이유를 밝혔다.

▲ 모두가 원했던 키케, 만났지만 이루어질 수 없었다



우선 협상 대상자들과 계약에 난항을 겪은 협회는 2차 후보들을 선별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8일 유럽으로 출국한 이유는 이들과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 사이 축구 팬들 사이에서 키케 플로레스 감독의 이름이 언급됐다. 그 정확한 근원지는 파악되지 않지만, 플로레스 감독의 선임을 바라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협회도 팬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았다. 2차 유럽 출장길에 플로레스 감독도 후보에 포함시켰다. 물론 사전에 감독직 의향 등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졌다. 이어 스페인 ‘아스’ 등 현지 매체의 보도를 통해 협회가 플로레스 감독과 감독직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 위원장도 플로레스 감독과 만난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데려오지 못한 것에 대해 해명이 필요했다. 김 위원장은 “두 번째 출장에서 많은 축구팬들이 원하는 감독과 어렵게 접촉했다. 집까지 갔다.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부분에 대해 직간접적 어려움을 표했다. 계약기간이 4년이나 된다는 점에서도 부담감을 느껴했다”라고 전했다. 직접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플로레스 감독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플로레스 감독이 선임되지 않은 이유는 더 있었다. 한국 축구에 대한 무지와 연봉 문제였다. 김 위원장은 “한국 축구에 대해 아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손흥민 밖에는 답하지 못했다. 준비가 잘 안 돼 있었다. 자리를 만들어준 대리인을 통해 확인한 금액적인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현실적인 벽이 높았다”라고 상세히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플로레스 감독에게 적극적인 자세와 진정성이 없었다.

▲ 최종 선택된 벤투 감독, 그를 향한 논란



협회의 선택은 플로레스 감독이 아닌 벤투 감독이었다. 벤투 감독의 이름은 지난 14일 스포탈코리아의 보도를 통해 처음 국내에 알려졌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선임 이후에도, 벤투 감독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2014년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경질된 이후 최근 4년의 행보가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최근 4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6년 브라질 크루제이루의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성적 부진을 이유로 2개월 만에 팀을 떠났다. 이후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한 시즌을 넘기지 못했다. 공식 석상에서 특정 선수를 비난해,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도전도 실패였다. 벤투 감독은 지난달 22일 부로 충칭 당라이 리판에서 경질됐다. 이번에도 성적이 문제였다. 때문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감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많은 축구팬들이 지적하는 부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판곤 위원장도 벤투 감독의 최근 실패 부분을 인정했다. 그는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은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오히려 더 좋은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벤투 감독도 성공을 원했다. 한국을 이끌고 월드컵에서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고 했다”라며 “그리스에서 문제도 알고 있다. 워낙 카리스마가 있고 선수단을 장악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존중에 대해서 조언을 전했다. 벤투 감독도 충분히 받아들인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에 대한 의심과 논란에 대해 김판곤 위원장의 답변이 계속됐다. 취재진의 모든 질문에 답한 김 위원장은 “생각처럼 감독 선임이 만만치 않았다. 이번 결과에 대해 호불호가 있을 줄 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 속 최선을 다해 내놓은 결과다. 편견을 버리고 인내를 가지고 향후 발생하는 일들로만 평가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제 카타르월드컵을 함께 준비할 감독이 생겼다. 같이 기뻐하고 같이 아파하며 하나 된 축구문화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 김판곤의 확신...벤투 선임 과정 속 확인한 긍정 요소



김판곤 위원장은 벤투 감독에 대해 확신한다고 했다. 벤투 감독과 직접 대화를 나눈 뒤 얻은 확신이었다. 협상 과정에서 코치진을 대동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은 물론,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도 및 자신 만의 축구 철학, 앞으로의 청사진 등이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과거의 외국인 감독들과 다른 점은 분명했다. 협회의 전폭적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사단 전체가 한국에 온다는 것부터 차이가 있다. 벤투 사단은 감독을 비롯해 4명의 코치진으로 이루어져있다.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 비토르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 필리페 쿠엘료 코치, 페드로 페레이라 피지컬 코치 등이다. 이들은 모두가 20일 입국한다.

여기에 국내 코치진 3명이 포함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역대 최대의 코치진이 구성된다. 김 위원장은 “한국 코치진 합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반드시 로컬 코치가 포함돼야 한다고 벤투 감독에게 전했고, 그도 받아들였다. 체력 코치와 필드 코치 둘을 붙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코치진들은 9월 A매치 전에 결정된다. 벤투 감독이 귀국한 뒤 최종 결정 및 발표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치진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있다.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이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사무실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매일 일하겠다는 열의를 보였다”라고 벤투 감독의 열정과 향후 계획에 대해 전했다. 파주NFC로 출근하면서, 수시로 소집하는 U-17, U-19 등 연령별 대표팀과 협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지도자들과의 자유로운 소통도 기대되고 있다.

벤투 감독 선임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년 간 보여준 게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약 1개월의 넘게 걸린 과정 속 어렵게 선별한 감독이다. 협회 나름에 충분한 검증도 거쳤다. 100%를 만족시킬 수 는 없겠지만, 이제는 그가 한국 축구를 잘 이끌기를 믿어야 할 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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