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도 못 버티는 한국인데… 벤투 믿고 기다려야 한다
입력 : 2018.08.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퍼거슨 데려와도 버티겠나? 누가 와도 우리는 믿고 기다리는 분위기가 아니다.” 새롭게 A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입국에 맞춰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 조급증에 빠진 한국 축구의 현실을 지적한 말이다.

벤투 감독은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자신과 함께 움직이는 4명의 코치를 대동하고 입국했다. 벤투 감독은 9월 A매치부터 대표팀을 지휘한다. 한국 축구는 벤투 감독의 지휘 아래 새로운 길을 가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벤투 감독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함께할 계획이다. 즉 4년의 임기를 보장해 벤투 감독이 안정적으로 이끌도록 뒤에서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지금까지 4년 임기를 온전히 지낸 지도자가 단 1명도 없다. 다 중도 경질됐다.

대표팀 감독을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한다. 힘들지만 성취도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도 경질을 반복한 한국에서는 ’독만 든 성배’가 됐다. 그만큼 믿고 기다려주지 못해 경질과 선임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성적이 부진하면 감독을 경질하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그런데 여론에 휘둘려 경질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2011년 11월 조광래 감독 경질이 그 예였다.

월드컵 3차예선 레바논 원정에서 1-2로 패하며 최종예선 진출에 위기 상황이 벌어졌지만 충분히 수습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협회는 조광래 감독을 경질했다. 조광래 감독이 4년을 보고 팀을 만들어가는 중이었다는 점에서 경질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당시 협회는 조광래 감독과 대표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경질을 결정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당시의 결정은 악수 중의 악수로 꼽히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마칠 때까지 어떠한 철학, 목적도 없이 대표팀이 운영됐고 결과적으로는 한국 축구가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는 위기가 반복됐었다. 하지만 협회 차원에서 뚝심 있게 믿고 기다려줬기에 4강 신화를 만들 수 있었다.

협회가 조광래 감독을 지켜주고 믿고 기다릴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달라질 수도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중간에 조금 어긋나더라도 자기 철학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믿고 기다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게 아니라면 포르투갈이 아닌 다른 나라 지도자라도 여기서 버티겠는가”라며 긴 안목을 갖고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벤투 감독은 이제 한국에서의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언제 될 지 모르나 분명 고비가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 고비를 현명하게 넘긴다면 벤투 감독은 분명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씨앗을 뿌리게 된다.

하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믿고 기다리는 분위기 없이 일희일비한다면 한국 축구는 또 다시 경질과 선임을 반복할 뿐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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