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공개한 장현수와의 눈물 나는 일화
입력 : 2018.08.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세종대] 조용운 기자=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신태용 전 A대표팀 감독이 2018 러시아월드컵을 마치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월드컵 이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짤막한 해단 소감을 끝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던 그다.

신 전 감독은 31일 오전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열린 2018 한국축구과학회 국제컨퍼런스에 연설자로 참석했다. 러시아월드컵을 통해 보는 아시아 축구의 미래를 주제로 신 전 감독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월드컵을 복기했다.

신 전 감독이 월드컵을 되돌아본 건 64일 만이다. 단상에 오른 그는 이용수 한국축구과학회장과 좌담 형식으로 월드컵 의견을 밝혔다. "회심탄회하게 말하겠다"라고 운을 뗀 그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시점으로 돌아갔다.

:: 월드컵 명단 발표 왜 28인이었나

잘 알고 있듯이 신 전 감독의 월드컵 계획은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틀어졌다. 최종 23인으로 월드컵을 준비하면 조직적인 부분 및 플랜A의 극대화에 이점이 있다.

"3월 유럽 원정을 갈 때만 해도 23명으로 월드컵을 준비하려고 했다. 그러나 부상자가 나오면서 예비명단에 있던 선수들까지 살펴보기로 했다."

28인으로 대표팀을 구성한 신 전 감독은 장점으로 ▲새로운 선수들이 준 새 분위기 ▲마지막까지 선수단의 경쟁 의식을 꼽았지만 ▲전체적으로 전술 이해 능력을 선수별로 다시 체크해야 하고 ▲소집단계부터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단점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 스웨덴전 왜 김신욱 선발에 내려섰나

신태용호의 경기력은 분명 극과 극이었다. 1차전 스웨덴전은 부족했고 최종전 독일전은 훌륭했다. 그래서 더 스웨덴전 접근법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월드컵 이후 '독일전 때 경기력을 왜 스웨덴전에 보여주지 못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동안 한국은 유럽의 신장, 파워에 밀려왔다. 스웨덴은 이번 대회 높이가 가장 높았던 팀이다. 최전방 공격수들의 신장을 적극 활용하고 측면 윙포워드가 안으로 좁히는 플레이를 한다.

그래서 세트피스 부분에서 장신을 막기 위해 김신욱을 선발로 내세웠다. 김신욱이 서면 좌우 손흥민과 황희찬을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대회 직전까지 김신욱의 골 결정력이 좋아 선발로 기용했다."

한국은 전반 적극적인 압박으로 흐름을 잡았지만 이내 뒤로 물러서 경기했다. 심지어 손흥민과 황희찬이 윙백마냥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내려와야했다.

"스웨덴의 평소 경기를 보면 상대를 하프라인 위로 올라오게 만든다. 그러면 윙포워드를 활용해 멀리, 높이 때려 공격한다. 스웨덴 방식을 보고 간격이 20m 이상 벗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전방 압박을 하면 40m까지 벌어지게 된다. 그런데 세컨볼을 놓치면서 상대 윙포워드가 중앙에 자리잡게 됐고 풀백이 오버래핑해 손흥민과 황희찬이 수비까지 내려오게 됐다."



:: 독일전 장현수 기용 비하인드

장현수는 월드컵 내내 팬들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스웨덴-멕시코전서 연이은 실수에 장현수도 위축됐다. 마지막 독일전은 스스로 경기에 나서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멕시코전이 끝나고 하루 휴식을 취한 뒤 (장)현수를 불렀다. 현수는 잠을 한숨도 못 잤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독일전에 안 뛰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내게 말했다.

내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는 기분이었다. 기성용이 멕시코전에서 다친 시점부터 장현수를 기성용 자리에 놓는 걸 그려왔었다. 그래서 현수에게 한마디했다.

'SNS 보니? 보지마. 나는 너보다 더해. 어차피 너랑 나는 한국에 돌아가면 살 수 없다. 미련없이 독일전을 마치고 끝내자. 나도 감독 더 못하고 너도 대표팀에서 물러날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자'

장현수 뿐만 아니다. 신 전 감독은 월드컵을 진행하며 여론과도 싸워야 했다. 그는 "우리는 월드컵에 가기 전부터 두드려맞고 갔다. 사기가 저하됐다. 다음부터라도 대회 전까지는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한다"라고 새로운 대표팀을 위한 당부를 더했다.

:: 월드컵 준비는 더 길어야 한다

신 전 감독은 소방수였다. 1년의 준비로 월드컵에서 경쟁하기란 쉽지 않았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신 전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는 지원을 잘해줬다. 인력을 최대한으로 지원했다. 대표팀도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게 서포트했다"면서도 "준비 기간은 더 필요하다. 우리가 월드컵을 나간다는 생각으로 2년 전부터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 레오강과 상트페테르부르크 환경은 좋았지만 너무 늦게 알아보다보니 훈련장과 경기장의 이동에 어려움이 있었다. A매치 상대를 잡는 과정도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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